남광토건 졸업 이후 경남기업·대우건설 ‘유력’… 쌍용건설·벽산건설도 실적호전 뚜렷

‘건설업계에서 워크아웃은 특효약이었다’IMF 체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건설업계가 워크아웃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지난 4월 12일 남광토건이 업계 최초로 워크아웃 졸업장을 받은 데 이어 대우건설, 경남기업, 벽산건설, 쌍용건설 등 워크아웃 대상 기업 대부분이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워크아웃 졸업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 회사는 하나같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허리띠를 졸라맨 알뜰 경영으로 새 기업을 만들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남광토건 재기 성공, 업계 전반에 활력하나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96.9%의 찬성으로 워크아웃 졸업을 가결한 날, 남광토건은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기쁨과 회한으로 가득 찼다. 지난 98년 11월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 이 회사는 자본금이 완전히 잠식돼 마이너스 1,149억원에 차입금만 3,542억원에 달했다.회생은커녕 당장 내일이 깜깜했던 이 회사는 그러나 지난해 12월 결산 결과 자기자본 412억원, 당기순이익 150억원의 건실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채권단은 남광토건의 성공적 재기에 대한 ‘선물’로 임직원 400여명에게 스톡옵션 30만주를 주기로 했다.남광토건의 회생은 건설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3년 동안 진행된 강도 높은 자구안 실천과 채권단과의 신뢰 유지 노력이 하나 둘씩 결실을 맺고 있다는 ‘희망’이 그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택시장의 호황이 이들 기업의 회생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중이다.남광토건과 같은 쌍용그룹 계열사인 쌍용건설도 유력한 워크아웃 조기 졸업 대상으로 꼽힌다. 쌍용건설은 2000년 2,530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였으나 지난해 채무면제로 잠식상태에서 벗어나 100억원의 자기자본을 갖게 됐다.특히 지난해 서울 도심에 분양한 주상복합 ‘경희궁의 아침’의 성공으로 주택사업부문에 힘을 얻은 후 경기 광주시, 부산 등에서 잇따라 분양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대규모 흑자로 전환됐다. 홍보실 조대희 대리는 “올해는 수주목표를 지난해와 비슷한 1조 500억원으로 책정, 재도약을 준비 중이며 워크아웃 졸업에 대한 전망도 밝다”고 밝혔다.대우건설, 올해 경영 완전 정상화 원년으로지난 99년 12월 대우그룹의 해체로 벼랑 끝에 섰던 경남기업과 대우건설도 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정상화를 코앞에 두고 있다.경남기업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첫해인 2000년 72억원의 흑자에 이어 지난해에도 2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또 부채비율을 184.19%로 무려 307.88%P 낮췄다. 채권단 주관사인 외환은행 한 관계자는 “부채비율, 영업이익률 등 평가대상 항목 대부분을 충족하는 실적 호전으로 조만간 워크아웃 졸업 결정이 날 것 같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경남기업을 1순위 졸업생으로 점찍고 있다.(주)대우의 기업분할로 지난 2000년 12월 새로 출범한 대우건설은 지난 3월 29일 515억 1,300만원의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총 2,111억 규모의 차입금에 대한 추가상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상환이 완료되면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종전 206.44%에서 195.82% 수준으로 하락하게 된다. 지난 4월 8일에는 한국신용평가로부터 투자적격 등급을 통보받았다.특히 대우건설은 올 1분기 주택사업에서만 총 28개 사업에서 1조 160억원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또 해외에서는 2억달러 규모의 리비아 와파 가스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토목 SOC, 턴키공사 실적도 좋아지는 상태다.대우건설은 올해를 ‘경영 완전 정상화 원년’으로 잡고 있지만 워크아웃 졸업에 대해서는 ‘입조심’을 하고 있는 상태다. 아직까지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직접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주택사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벽산건설도 지난해 8,913가구를 공급한 데 이어 올해는 1만 6,190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작년 대비 100% 가량 공급을 늘려잡아 주택경기 호황기를 활용하자는 전략이다.한편 건설업계의 워크아웃 성공 움직임은 건설사의 치열한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차별 대우 자제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한국건설경제협의회 윤기평 정책본부장은 “입찰 등에서 워크아웃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 등 보이지 않는 지원을 한 것이 회생에 도움이 됐다”고 말하고 “IMF 위기에 이은 워크아웃 조치로 건설업의 구조가 바뀌고 투명 경영 실천이 현실화됐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내놓았다.돋보기 건설업계 ‘그때 그 사람’ 요즘 뭐하나동아 최원석 전 회장 ‘업무 개시’4월 19일 소액주주에 의해 대표이사 회장으로 추대된 동아건설 최원석 전 회장은 채권단의 ‘경영복귀 불가능’ 입장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로서 업무를 개시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수리부 초청으로 중국을 다녀온 데 이어 지난 4월 22일에도 중국으로 출국, 22조원 규모의 남수북조 대수로 사업 수주 협상을 시작한 것.최 전 회장은 올 하반기로 예정된 베이징~단장커우 1,246㎞ 노선 공사에 입찰하기 위해 이미 1단계 사업계획서를 작성, 중국 고위관료와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도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 경력을 인정, 동아를 유력한 수주 후보로 점찍은 것으로 전해진다.업계에서는 최 전 회장의 복귀에 대해 “중국 대수로 공사 수주 등으로 능력을 입증한다면 채권단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최 전 회장에 대해 “국제적인 인맥, 통 큰 결단력 등 건설사 경영인으로서 장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전제하고 “최 전 회장이 나서 중국 대수로 공사를 수주하고 리비아에서 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조기에 회수한다면 동아건설이 확실히 회생하는 것은 물론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동아건설 소액주주모임은 최 전 회장 복귀와 함께 최회장의 ‘오른팔’ 이창복 전 사장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그러나 ‘동아의 산 증인’ 유영철 전 부회장은 새 경영진에서 제외됐다.청구와 함께 90년대 중반을 풍미했던 우방 이순목 전 회장의 향후 거취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근거지인 대구지역에서 ‘우방 살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우방 내부의 여론도 우호적인 편이기 때문.우방은 지난 98년 30대 그룹 진입을 눈앞에 두고 좌초, 워크아웃 대상 기업으로 분류됐다. 이후 이 전 회장은 한국주택협회장, 대구상의 부회장 등 10여개의 공·사직을 고수하면서 기업 회생 본연의 임무에는 소홀했다는 채권단의 판단에 따라 강제 사퇴의 오명을 썼다.이후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이 전 회장을 비자금 182억 조성 혐의로 고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는가 하면 지난해 7월에는 이 전 회장 소유의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경매에 부쳐지는 등 ‘몰락한 경영인’의 전형을 보여주었다.그러나 최근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한 움직임은 이 전 회장의 복귀에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방 기획팀 관계자는 “청구 장수홍 전 회장과 달리 이 전 회장에 대한 직원들의 생각은 우호적인 편”이라고 밝혔다. 과거 ‘망치 회장’으로 불리며 현장을 직접 챙겼던 뚝심이 우방 회생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는 것. 그러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향후 거취는 지켜봐야 한다는 쪽이 우세하다.한편 지난 98년 11월, 각종 공사와 관련 정치인에게 돈을 뿌린 혐의로 징역 6년 6개월을 선고받은 청구 장수홍 전 회장은 현재 의정부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또 청구는 99년 법정관리 인가 이후 지난 4월 20일자로 상장 폐지 결정이 내려졌다.사유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거절 및 2년 연속 자본잠식. 청구측은 상장폐지와 관계없이 영업활동은 계속된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기업 수명이 다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