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스트레스 프리’, 감성마우스, 식품 ‘이지안’, 요가 등 다양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최근 한 카드회사의 광고는 치열한 업무를 마친 뒤 해안을 드라이브하는 남녀를 그리고 있다. 또 다른 카드회사 광고도 운동과 취미생활을 즐기는 직장인의 모습을 묘사한다. 직장인의 영원한 화두인 ‘스트레스 해소’를 광고를 통해 대신 실현해 주고 있는 것이다.이처럼 광고를 통해 대신 만족해야 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많은 것이 사회생활이지만 최근엔 스트레스를 오히려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바로 스트레스 해소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재취업을 준비 중인 이경애씨(25)는 얼마 전 서울 종로의 한 대형 음반매장을 찾았다가 예상치 못한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3장짜리 ‘스트레스 프리(Stress Free) 시리즈’ 음반을 구입했기 때문이다.6개월 전 직장을 그만두고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해 조바심을 내오던 이씨는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덜어준다는 문구에 솔깃해졌다. 이씨는 “이런 음반이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막상 이렇게 구입하고 보니 벌써부터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구입소감을 밝혔다.스트레스 해소 음반을 발매하는 회사 중 하나인 ‘스톰프뮤직’은 ‘뮤직메디슨’이라는 기능성 음반 레이블을 아예 따로 두고 있다. 이 회사의 스트레스 해소 음반은 새소리와 물소리 등 자연음을 담아 심신의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자연음반이다. 이 음반은 이 회사 전체 기능성 음반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마케팅 담당 이지형 팀장은 “스트레스 해소음반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 투자를 적극 늘릴 계획”이라며 “5월 초엔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 음반 시리즈를 발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컴퓨터를 장시간 이용하는 직장인에게는 컴퓨터 사용도 큰 스트레스다. 이 점에 착안해 컴퓨터 시스템을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바이오피아의 ‘감성마우스’가 바로 이런 제품이다. 마우스에 맥박과 체온 등을 감지하는 센서가 붙어 있어 사용자의 스트레스 상태를 분석해 주고 이를 미리 설정된 향기요법, 음악요법, 색채요법 프로그램에 반영하게 한다는 것이다.이 회사는 99년 개발한 이 마우스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 조달청에 납품하고 있다. 올해는 이미 1분기에만 9,000만원어치 가량을 팔았다. 이는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0% 정도 늘어난 실적이다. 이르면 5월 안으로 삼성전기와 손을 잡고 시중에서도 이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식품도 나왔다. 풀무원테크는 지난 3월 스트레스 해소식품인 ‘이지안’을 출시했다. 이 제품으로 지금까지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김태훈 마케팅 과장은 “아직 스트레스 해소 식품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진 편은 아니다”며 “그래도 출시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이 제품의 목표액을 약 7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스트레스 해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덕을 보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요가학원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요가는 몸의 유연성보다는 명상과 휴식을 강조한 것이다.한국요가협회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요가 인구를 약 5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1년 새에만 4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현재 이 협회 서울지부만도 회원이 300명 가량으로 최근 한 달 새 2배가 늘었다.서울시내 각종 문화센터의 수강생도 지난 겨울에 비해 갑절쯤 늘었다.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문화센터의 경우 지난 3월 봄 학기부터 1개반을 늘렸지만 모두 마감됐다. 중앙일보 문화센터도 마찬가지다.봄 학기 접수를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모두 마감된 것. 한 관계자는 “이렇게 빨리 마감되는 경우는 없었다”며 “화요일과 금요일 아침에 진행되는 새벽반은 이 부근 직장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도심에서 이용 가능한 ‘데이 스파’도 인기특수 마사지, 음악, 향기요법 등의 프로그램을 복합적으로 도입한 ‘스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도 도심 한가운데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베다코리아는 지난해 11월 ‘다르 스파’를 서울 청담동에 열었다. 미국 대도시에서 2~3시간 내에 이용 가능한 ‘데이 스파(Day Spa)’처럼 시내 한복판에서 확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직원들이 요가로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를 강조하는 곳이다. 일부러 전용관리실을 찾아가야 하는 발마사지도 이곳에선 기본 서비스 중 하나다. 한 관계자는 “처음 문을 열었을 때에 비해 고객이 70% 가량 늘었다”며 “한 번 찾은 사람은 꼭 다시 들른다”고 귀띔했다.의류업체나 화장품 업체들도 이런 경향에 발맞춰 자연에 가까운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의류업체들은 올봄 유행색으로 녹색을 꼽고 있다. 신원 베스띠벨리의 남명숙 디자인 실장은 “그린은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컬러로서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색이다”며 “그린색의 유행은 올 봄 두드러지는 특징이며 소재도 자연소재가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또 로제화장품의 경우 지난 2월 허브 추출물을 담은 자연성 화장품 브랜드 ‘에슬리’를 새로 내놓았다. 회사 관계자는 “스트레스가 많은 20대 초반 여성을 대상으로 만든 브랜드로 앞으로 주력상품으로 키워갈 계획”이라며 “올해 광고예산만 20억원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삼성경제연구소의 신현암 연구원은 “스트레스는 사회생활의 키워드 중 하나로 요즘은 어린이들도 탈모증세를 호소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따라서 요즘 스트레스 해소 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으며 주 5일 근무제 시행논의로 주목받게 된 레저산업과 맞물려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돋보기 스트레스 해소용 모바일 게임상사 괴롭히니 스트레스 ‘훌훌’‘매일 사우나 가는 우리 사장님, 사우나에 넣고 확 삶아버릴까.’휴식을 주제로 스트레스 해소 산업이 늘고 있는 요즘, 휴대폰 무선 인터넷으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은 상사를 괴롭히는 콘텐츠로 직장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이지네고의 ‘사장님 죽이기’는 신입사원이 근무 중 받은 스트레스를 사장님에게 푸는 게임이다. 사장님 때리기, 사장님 술 먹이기, 사장님 사우나 가기, 업무 보고하기, 사장님 야근시키기 등 총 5개의 게임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하나인 ‘사장님 사우나 가기’는 상사를 뜨거운 물에 넣고 그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내용이다.이경일 개발실장은 “소비능력이 있는 20~30대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전략이 잘 맞아 떨어져 모바일 엽기게임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며 “앞으로 상사에게 평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메시지 서비스도 함께 제공해 노사가 공유하는 스트레스 해소 문화를 조성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엠드림의 ‘야근사원 박대리’도 상사를 괴롭히는 것이 주요 내용. 퇴근 시간이 지나도록 일을 시키는 부장에게 도전하는 샐러리맨을 소재로 한다. 게임이용자가 박대리가 돼 퇴근을 방해하는 박부장을 박치기로 기절시켜야 이기는 게임이다.소프트엔터의 ‘붕가붕가’도 이와 유사하다. 상대방을 먼저 쓰러뜨리는 사람이 이기는 결투 형식으로 직장상사를 대상으로 싸움을 걸어 공격하는 내용. 특히 상사의 이름을 사용자가 직접 입력할 수 있게 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