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간판이 홍수를 이룬다. 창업을 꿈꾸는 이에게 프랜차이즈는 실패의 불안감을 줄여주는 ‘울타리’로 통한다. 똑같은 제품과 서비스 매뉴얼, 경영전략까지 그대로 따라하면 망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루에도 몇 개씩 프랜차이즈 본부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지난 2000년 7월, 중소기업청은 국내 프랜차이즈 본부가 250여개 업종 1,500개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통계는 나와있지 않다. 워낙 유행 주기가 짧은데다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많아 정확한 조사가 어렵기 때문이다.업계에서는 실제 영업 중인 국내 프랜차이즈 수를 700~800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경제인협회 노용운 사무국장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맨손으로도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사업을 시작하지만 이내 포기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한다. 그나마 모범적으로 사업체를 꾸려가며 프랜차이즈 본사의 본분을 다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다.가맹점 관리 ‘부실’ 서민만 낭패 ‘허다’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안동찜닭 프랜차이즈는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의 특징과 맹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2000년 10월 서울 대학로에 봉추찜닭 1호점이 문을 연 이래 자칭 ‘안동찜닭 전문점’은 1년 6개월만에 1만여개가 생겨났다. 신안동찜닭, 하회안동찜닭, 와룡안동찜닭 등 이름도 비슷한 본사가 50개 이상 설립됐다.이들은 한동안 서로가 원조라고 경쟁을 벌이는가 싶더니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는 요즘엔 하나 둘씩 간판을 내리는 모습이다.물론 본사로서는 가맹점 확대를 통해 인테리어 비용, 가맹비, 설비비 등을 모두 챙겼으니 밑질 것이 없다. 타격은 고스란히 막차를 탄 가맹점의 몫으로 남는다.비단 안동찜닭 뿐만 아니다. 96년 탕수육전문점, 98년 조개구이전문점, 2001년 참치전문점이 똑같은 수순을 밟았다. 좀 된다 싶어 너도나도 뛰어들었지만 유행이 지난 다음엔 자본을 털어 창업한 서민들만 낭패를 보는 결과가 되풀이되고 있다.일부 유행업종이 아니라도 프랜차이즈 본사가 본분을 다하지 않아 피해를 입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인테리어 비용을 실제보다 높게 책정하거나 고액의 가맹비, 기술이전비 등을 받은 후 사후 관리는 ‘나 몰라라’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고유의 상호와 제품, 시스템, 경영 노하우 등을 가맹점에 전수해 주고 이들로부터 일정 비용을 받아 경영 기법 업그레이드, 홍보 등을 책임지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정석’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한국 특성에 맞는 시스템 ‘성공 지름길’IMF위기를 통해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확대 발전하는 계기를 맞은 한편, 부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난립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산업 전반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소자본 창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에 따라 업종, 업체도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다.그러나 시장 확대 움직임을 제도와 수요자 인식이 따라잡지 못하자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창업의 희망자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업 지도에 가맹점이 복종하며 더불어 성장해 가는 선진국형 시스템을 생소해 했다.세계 1위 프랜차이즈인 서브웨이(샌드위치 전문점)나 톱 10에 속하는 쟈니 킹(청소대행업체)이 국내에 진출하고도 성공하지 못한 것은 이런 가치관 차이가 큰 몫을 했다.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유재수 원장은 “한국의 소자본 창업자들은 본사에 의존적인 성향이 강한 한편 경영에 간섭받지 않으려는 이중적인 면을 가졌다”고 분석한다. 가맹점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른 다음엔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도 독자 경영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생겨 본사와 쉽게 결별한다는 것이다.반면 이런 수요자 특성을 간파한 몇몇 프랜차이즈 사업가들은 ‘발상의 전환’을 실천에 옮겨 성공 문턱에 안착했다. 한국적 특수성인 정(情)의 문화를 사업에 접목시키는 한편, 가맹점주들이 심리적 만족과 경제적 성공을 동시에 거둘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왔다. 가맹점을 영업의 대상이 아닌 동반자로 이해하고 브랜드 수명을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 노하우를 쌓은 결과이기도 하다. 부실 업체 난립에 순간순간 유행이 변하는 불안정한 시장에서 이런 프랜차이즈는 돋보일 수밖에 없다.‘제1고객은 가맹점’ 인식 돋보여‘계경목장’이라는 브랜드로 5년째 고기전문 식당 사업을 벌이고 있는 최계경 사장은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성공과 실패에 관한 칼럼 수십편을 연재하고 있다. 농고를 졸업한 후 자수성가하기까지의 경험이 녹아있는 이 글들은 가맹점주와 창업 희망자 사이에서 ‘필독’으로 통한다.해리피아, 비어캐빈 등 잘 나가는 주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해리코리아 김철윤 사장은 17가지 사업을 하다 실패한 후 한동안 유서를 품고 다닐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재기에 임했다. 요즘 해리코리아는 가맹점 지원, 체계적인 시스템 등을 무기로 프랜차이즈업계의 ‘무서운 아이’로 떠올랐다.이밖에 부산에서 영타운이라는 대형 호프점을 운영하다 상경, 생맥주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킨 ‘쪼끼쪼끼’ 김서기 사장과 신개념 치킨을 선보여 해외 진출에까지 성공한 BHC 강성모 사장, 잉크 리필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킨 굿웰잉크 황흥섭 사장, 어린이 도서 방문 대여업 시장 구도를 바꿔놓은 북차일드코리아 최영준 사장 등이 ‘모범 사례’로 꼽힌다.이들은 모두 고생 끝에 탄탄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맹점을 ‘제1의 고객’으로 돌본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가맹점 성공이 곧 본사의 성공’이라는 인식이 확고하다는 것도 남다른 점이다. 또 한국시장의 특성을 간파,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이른바 ‘개성화 마케팅’을 성공시킨 주인공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들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전문가 시각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성공 X파일“가맹점은 본사의 하부구조가 아니다”프랜차이즈 비즈니스는 시스템과 노하우의 사업이다. 본사는 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하고 가맹점에 대하여 상표, 서비스표 등을 사용하여 동일한 이미지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경영 및 영업지원을 하고, 그 대가로 가맹금이나 로열티 등을 징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은 “고객이 있어야 가맹점이 있고 가맹점이 있어야 본사가 있다”는 점이다.가맹점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하부 구조나 영업 대상이 아니며 프랜차이즈 사업은 본사와 가맹점의 공동사업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에는 비즈니스 컨셉의 개발부터 비즈니스 시스템의 설계, 시범 점포의 운영, 매뉴얼의 작성에 이르는 매우 복합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장기간 지속해야 하는 것이 프랜차이즈 업체의 핵심 업무이다. 또 사업환경을 분석하고 현시점에서 왜 이 사업이 필요하며, 사회적으로 어떤 이익을 주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가맹 희망자들에게 사업추진의 당위성과 실행의지를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가맹점들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게 하는 것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최대 관건이다. 만일 마케팅전략이 잘못 수립돼 적자를 내는 가맹점이 나온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본사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유재수·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 www.ohmy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