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치킨 메뉴로 국내에 입지구축 … 치킨 본고장 미국에도 진출
‘콜팝치킨’, ‘야채치킨’ 등 톡톡 튀는 메뉴로 눈에 띄는 성장가도를 달리는 토종외식업체가 있다. 치킨전문외식업체인 BHC가 바로 그 회사다. BHC는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현재 본사 직원만 60여명에 이른다. 99년 설립된 후 국내에 380여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고 해외 6개국에 25개의 가맹점이 진출한 상태. BHC의 이런 급성장과 잇따른 해외진출의 승전보는 다른 토종 외식업체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다.“프랜차이즈를 경영하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소유욕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랜차이즈로 떼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가진다면 가맹점들과 함께 동반몰락 할 수밖에 없습니다.”BHC 강성모(41) 사장의 경영마인드는 여느 대기업 CEO만큼이나 확고하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유가 아닌 봉사’라는 경영철학이다. 봉사의 대상은 본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들도 포함된다.“지금까지 국내의 수많은 프랜차이즈들이 경영자 자신의 이익만 우선시하는 왜곡된 성장을 해 온 게 사실입니다. 이런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 가맹점들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 줄 생각입니다.”차별화된 메뉴로 경쟁력 키워그가 처음 프랜차이즈 업계에 발을 내딛은 것은 1987년. 사실 대학 재학 시 그의 꿈은 프랜차이즈 사업이 아니었다. 혈혈단신으로 이민을 가 창업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이런 꿈은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잠시 근무하게 되면서 바뀌었다. ‘이민창업’보다는 국내에서의 프랜차이즈사업에 더 매력을 느꼈다. 프랜차이즈 시장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도 이런 결심을 부추긴 요인중 하나였다.“실제 현장에서 근무를 하면서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장단점을 모두 볼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겐 행운이었어요. 당시 저는 프랜차이즈 사업 자체가 가진 엄청난 잠재력뿐만 아니라 운영상 미숙한 점까지 세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그가 현장을 뛰면서 터득한 프랜차이즈사업경쟁력은 이렇다. 가맹점의 경쟁력은 본사의 차별화 된 노하우와 안정된 시스템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는 유통업도 아니고 제조업도 아닌 바로 아웃소싱 사업이자 시스템 사업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이런 차원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성공요소로 독점성, 대중성, 차별성, 지속성을 꼽는다. 이 네 가지 요소를 통해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들에게 경쟁력을 제공해 줄 수 있고, 무엇보다 가맹점들도 본사를 믿고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먼저 프랜차이즈 아이템 선정에서 대중성을 고려해 치킨업종을 선택하게 됐다. 그리고 나머지 독점성과 지속성은 차별성이 기반이 된 상태에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강사장이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차별화된 메뉴였다. 남들과 같은 치킨을 만들어서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단 97년에 연구소를 차리고, 7개월 동안 메뉴개발을 위한 연구에 몰두했다. 그 때 연구소에서 ‘먹어 치운’ 닭만도 2,000마리가 넘는다고 한다.“복날쯤 돼서 연구소 직원들과 외식을 하러 나갔다가 근처 식당에서 삼계탕을 제공한 적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다른 식당으로 갔습니다.”강사장의 부인은 지금도 치킨을 싫어한다고 한다. 당시 실험에 시도됐던 ‘미완성의 제품’들을 끊임없이 집으로 가져왔기 때문에 닭 자체에 질려버린 것이다.이렇게 부단한 연구를 통해 시장에 선보인 메뉴들은 그야말로 아이디어로 번뜩인다. 콜팝치킨, 야채치킨, 과일치킨, 치킨라이스 등 흔히들 생각하는 치킨 메뉴들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다. 특히 콜팝치킨은 콜라와 치킨을 컵 하나에 담아서 먹을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 특징. 이 제품은 현재 치킨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기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이용한 사업 아이디어도 눈에 띈다. 그는 향후 가맹점 망을 활용해 택배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가맹점들이 저녁에는 치킨을 팔고, 시간이 넉넉한 낮에는 택배업을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국내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는 가맹점을 통해 최상의 택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해외에도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BHC가 업계에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 는 토종외식업체로서 해외진출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외식업체들의 해외진출이 대부분 중국에 집중된 반면, BHC는 미국을 비롯해 대만, 일본, 필리핀, 중국 등 다양하게 진출해 있다. 특히 필리핀에 있는 가맹점은 맥도널드보다 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그의 자랑이다.해외진출 초반에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 중국의 심양에 가맹점을 개설하기 위해 중국에 시장조사를 떠났을 때 국내에서 꿈꿨던 이상들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 흔한 튀김기계 하나 갖추기 위해 중국 곳곳을 분주히 뛰어 다녀야 했고, 행여나 가격경쟁력에 뒤질까봐 노심초사했던 것. 하지만 그는 BHC의 차별화된 제품 자체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 밀고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강사장의 성공 이면에는 남다른 아픔이 있다. 현재 6살 난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3년 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아이가 식도와 폐가 붙은 상태로 태어나 큰 수술을 받아야 했던 것. 잦은 재수술 때문에 아직도 아들에게 후유증이 남아 있다는 강사장은 오히려 지금은 담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아이를 키우면서 사회 구석구석을 보다 잘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현재 BHC에선 명예사원제를 도입해 50여명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소년소녀가장들은 BHC에서 받은 상품권을 가지고 가맹점들을 방문해 메뉴, 서비스 등의 리서치 자료를 회사에 제공해야 한다. 이런 자료들이 회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그는 자신의 비전과 이상을 직원들과 공감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다. BHC의 신입사원들은 입사하자마자 두 장의 비전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 장은 강사장이 갖고 나머지 한 장은 당사자에게 준다. 그리고 1년마다 그것을 보여주고 비전서를 새롭게 작성하게 만든다. 그는 직원들이 자신의 비전을 가지고 일하게 될 때 책임감이 생기고 자신만의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자신부터 실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틈틈이 사내화장실 청소를 자청하고, 그 흔한 자가용도 가지고 있지 않다. 팀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당번을 정해 화장실 청소를 하며, 서로가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든다.“우리 회사의 직원들은 굉장히 열정적입니다. 그만큼 직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저와의 공감대를 형성케 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작년 세무조사도 당당하게 받았다는 그는 앞으로도 투명하고 선진적인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이끌어 가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