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회장 ‘실질적인 그룹 대표’ 역할…형제간 다툼 전혀 없어

요즘 한진그룹엔 특이한 움직임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소그룹체제’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 지분정리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소그룹별로 독자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별도의 사장단회의도 없을뿐더러 소그룹간의 인적교류도 거의 없는 편이다.다른 하나는 조중훈 회장의 장자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그룹의 ‘실질적인 대표’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룹 측은 소그룹의 경영권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그룹 공동사’에 관한 대표성을 가진 것으로 봐달라는 주문이다.이런 움직임을 들어 ‘한진그룹의 경영권 이양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안팎의 평이다.1945년 25세의 나이에 인천에서 트럭 한대로 한진상사라는 화물운수회사를 설립하며 그룹을 일군 조중훈 회장은 그룹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룹 측의 전언이다.조중훈 회장은 80년대 중반부터 ‘4형제 분할 구도’를 본격화했다. 네 형제 모두를 대한항공에서 경영수업을 시킨 뒤 각 분야별로 내보냈다.마침내 1992년 장남인 조양호 회장을 대한항공 사장으로, 1993년 차남(조남호 부회장)을 한일개발(현 한진중공업) 사장, 1994년 삼남(조수호 부회장)을 한진해운 사장, 1997년 사남(조정호 부회장)을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 증권)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역할분담을 마무리했다.조양호 회장(53)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영업, 전산, 자재, 인사, 총무 등 각 분야를 두루 거쳤다. 2000년 6월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 멕시코 등 세계적인 항공사들이 참여해 출범한 ‘스카이팀’ 결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대한항공의 글로벌화에 힘을 쏟았다.전경련 부회장과 한불 최고경영자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등 대외 활동에서도 그룹을 대표하고 있다.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부회장(51)은 네형제 중 유일하게 국내에서 대학(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국내 정재계 인맥이 두텁다. 1971년 대한항공 총무부에 사원으로 입사해 대한항공 파리지점 과장과 인사부장을 거쳐 한일개발(현 한진중공업) 구주지부 구매담당 부장, 미주지구 관리본부장을 등을 거쳤다. 부하직원이 최선을 다했으면 결과가 다소 미흡해도 포용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삼남인 조수호 부회장(48)은 1979년 대항항공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시작한 뒤 1985년 한진해운 상무를 거쳐 1994년 사장으로 취임했다.현재 ‘해운의 UN’으로 불리는 발틱 국제해사기구협회(BIMCO)의 부회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년 중 4달은 외국에서 보낼 정도로 정력적으로 움직인다.사남인 조정호 메리츠증권 부회장(44)은 1983년 대한항공 구주지역본부 차장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1989년 한일증권에 입사하면서 한진의 금융부문을 맡게 된다. 조부회장은 업무파악능력이 뛰어나고 신변 이야기가 주위에 오르는 법이 없을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하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평이다.네 형제의 우애는 각별하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형제간 불협화음이 나온 적이 한번도 없을 정도다.한편 조중훈 회장의 장녀인 조현숙씨(57)는 회사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낸다고 한진측은 밝혔다. 조씨의 남편은 이태희 법무법인 광장의 대표변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