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의 유명 관광지인 사바나에 있는 메모리얼대학병원. 이 병원은 사바나 지역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1등 병원으로 성장하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병원측이 ‘1등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대체의학. 기존 의료시스템과 대체의학을 묶어 최고의 병원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병원측은 이를 위해 디팍 코프라 박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인도태생의 코프라 박사는 미국내에서 대체의학의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인물. 영화배우 데미 무어나 고르바초브 전 소련 대통령 등 유명인사들을 제자로 두고 있으며 그가 지은 책마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메모리얼병원이 대체의학센터를 세우면서 코프라박사와 제휴하는 것은 그의 명성을 이용해 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이 지역에서 대체의학을 도입한 병원은 메모리얼만이 아니다. 메모리얼병원의 라이벌인 조셉 캔들러병원은 지난해 3월 이미 요가, 약초치료, 향기치료 등을 배울 수 있는 웰빙센터를 개설했다. 조셉병원은 다음달부터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건강치유방법에 관한 대표적인 학자인 하바드대학의 허버트 벤슨박사가 창립한 ‘마인드·바디 메디컬센터’와 제휴해 그 센터의 프로그램들을 소개할 계획이기도 하다.대체의학을 도입하는 병원들은 조지아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환자들에게 보다 경쟁력 있는 치료법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최근 미국 전역에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병원연합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체의학치료법을 제공하는 병원은 지난 98년에서 2000년 사이에 거의 두배로 늘어났고 지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병원 규모에 관계없이 미국 내 병원의 15.5%가 대체의학이나 보완의학센터를 개설하고 있을 정도로 최근들어 ‘대체의학 붐’을 맞고 있다.침술, 지압, 약초요법, 동족요법, 마사지 등 5가지 치료법을 중심으로 요가 등 동양적인 건강유지법 등을 모두 포함하는 대체의학의 시장규모는 미국내에서 연간 약 260억달러(우리돈 약 34조원)에 달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대체의학이 인기를 끄는 것은 몸에 칼을 대는 수술이나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는 약을 투여하는 것이 아니어서 우선 환자들에게 병치료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애 준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의 서양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들도 포괄하고 있어 이른바 ‘틈새시장’의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다.전국 유명병원도 다양한 한방치료술 마련게다가 병원측 입장에서는 대체의학분야가 의료보험이 거의 해당되지 않아 병원에 더 많은 수익을 남겨주게 된다. 병원들이 대체의학 도입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전통적인 서양의학과 대체의학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재단을 세우고 있는 존 위크스는 “많은 병원들이 대체의학 자체의 논리를 펴고 있지만 사실은 대체의학도입을 통해 벌어 들일 수 있는 돈이 더욱 큰 관심사이다”고 말하기도 한다.대체의학은 이제 지역 병원 뿐아니라 뉴욕시나 듀크대학, 스탠포드대학의 베스이스라엘메디컬센터,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병원에서도 제공되고 있다. 이들 병원에서는 간단한 침술과 지압 등에서부터 중환자들을 위한 한방 치료까지 다양한 치료법이 준비돼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파인허스트의 퍼스트 헬스 무어 병원에서는 환자들에게 신체 내 에너지 흐름을 도와주는 한방전기치료를 하고 있고, 미시간주 그랜드래피드스의 성모마리아 의료센터는 주름이나 두통을 없애주는 지압에서 부터 동양식 성형수술까지 시술하기도 한다.하바드대학의 벤슨박사 프로그램과 제휴하고 있는 플로리다주의 포카라톤 심장전문병원의 스티브 클레인 원장은 “벤슨박사의 마인드/바디 메디컬센터 프로그램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심장혈관에 문제가 있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질병치료를 위해 아예 삶의 방식을 바꾸는 대체의학의 치료법에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물론 아직 적지 않은 병원들이 대체의학을 도입하는 것을 꺼려하는게 사실이다. 일부 의사들은 병원들이 요가나 마사지를 병치료 방법으로 사용하는 데 의문을 품기도 한다. 미국 장로교회연합에서 운영하는 뉴욕 와일 코넬 병원의 조셉 핀스 박사는 “대체의학이나 보완의학은 정신적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어 아직 의학적인 효율성은 논하기는 어렵다”며 “대체의학이 정식 의술로 자리 잡으려면 더 많은 임상치료결과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들은 병원을 더욱 병원답게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대체의학으로 병원을 키우려는 것은 자칫 기업세계에서 얼마 전 파산한 엔론이 했던 것과 같이 무모한 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대체의학은 아직 미국 병원산업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다. 많은 병원들이 수익을 내는 것은 고사하고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도 힘든 실정이다. 지난해 대체의학을 도입한 27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존 위크스씨는 “카톨릭재단에서 운영했던 피닉스센터가 아예 문을 닫는 등 생각보다 많은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돈을 쉽게 벌수 있기 때문에 많은 병원들이 대체의학에 뛰어든다는 가설을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하지만 조지아주의 메모리얼 병원은 대체의학센터에 많은 희망을 걸고 있다. 대체의학을 도입한 병원들이 수익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관광객과 퇴직자들이 많은 조지아주에서는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대체의학센터의 제휴선인 ‘코프라박사’에 대한 믿음도 크다. 코프라박사는 “지난 10년간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불러와 나는 이미 브랜드가 되어 있다”며 “나는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것은 이미 사실이다”고 말했다. 메모리얼병원의 마케팅전략담당 부원장인 스콘 리간은 “사실 우리 병원 대체의학센터의 성공여부도 코프라브랜드가 환자나 주민들에게 얼마나 믿음을 주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햇다.메모리얼병원내에서도 대체의학의 도입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규모의 새로운 의학시설이 필요한 지 모르겠지만 이미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고 대체의학 쪽에서 환자를 모으기 위해 마케팅전략도 필요한 때가 되었다”는 게 이 병원 의사들의 얘기다. 병원이나 의사들의 생각과 상관없이 이미 ‘대체의학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다는 설명이다. dongin@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