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구 일대 가격 급등세 … 종로구 부암동 ‘청정 주거지’로 부상할 듯

“서울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에 관심 없는 사람이 있나요. 특히 서울 은평구와 강남구, 서초구 일대 그린벨트는 해제만 되면 틀림없이 고급 주거지가 될 겁니다. 쾌적한 환경에 교통여건까지 좋아 부촌이 될 만한 충분한 조건을 갖췄으니까요.”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만난 투자 희망자 조은섭씨(55)는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를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해제 대상지의 입지여건이 탁월하고 향후 발전 가능성도 높다는 이야기이다.서울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그린벨트를 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은 대체로 조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 해제 대상지는 자연경관이 잘 보존돼 있고 강남 도심과의 접근성이 뛰어나 ‘주거와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평가받는다.유명 정치인과 기업가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점도 ‘신흥 부촌’으로 평준화될 것이라는 예상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요소다.올 연말까지 6개 지역 해제 확정서울시에서 올 연말까지 해제가 예상되는 그린벨트 지역은 강서구 개화동, 서초구 전원마을·염곡마을, 강남구 못골마을·방죽1마을·은곡마을 등 모두 여섯 곳. 모두 인구 1,000명 이상 거주하는 집단 취락지구들이다.이들 지역은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건교부에 그린벨트 해제를 요청했지만 자료보완 등을 이유로 결정이 보류된 곳이다.안석환 건설교통부 도시관리과 사무관은 “건교부와 서울시의 미세한 입장차이로 해제 결정이 공식화되지 않은 곳이지만 6월에 서울시로 해제 권한이 넘어가면 곧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와 결정고시, 지적고시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10월께 그린벨트 해제를 결론지을 예정이다.우선 해제가 확실시되는 이들 지역 외에 종로구 부암동, 노원구 중계본동(104마을)·노원마을, 은평구 진관내동·진관외동·구파발동, 강동구 강일동, 도봉구 무수골, 성북구 정릉3동 등 9개 지역은 내년에 해제가 예상되는 곳이다. 이들 지역은 우선 해제 대상 6개 지역과 함께 ‘1차 해제 대상지’로 분류된 곳이지만 행정절차에 시간이 더 소요돼 후순위로 밀려났다.이 밖에 노원구 희망촌, 서대문구 개미마을, 마포구 상암동, 구로구 천왕마을 등은 ‘2차 해제 대상지’로 분류돼 올 하반기까지 해제 여부가 결정된다. 이기호 서울시 도시계획과 그린벨트 담당자는 “노원구 희망촌과 서대문구 개미마을은 해제가 확실시되지만 나머지 지역은 현황 조사 등이 보강된 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그린벨트에서 해제되면 이들 지역은 지상 4층 이하, 용적률 150% 이하의 저밀도 일반 주거지역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전용주거지역인 강서구 개화동, 서초구 전원마을과 염곡마을, 강남구 못골마을 등은 지상 2층 이하 용적률 100%가 적용된다. 또 종로구 부암동은 그린벨트 해제 후에도 경관지구로 묶여 3층까지만 지을 수 있다.성북구 정릉3동과 도봉구 무수골의 경우에는 북한산 국립공원 내 취락지로 국토이용계획 변경절차가 필요해 해제까지 기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부암동 대지 평당 400만~500만원 선사실 이들 지역은 99년 12월에 우선 해제지역으로 분류된 곳이다. 그동안 해당 지역에 대한 현황 조사가 진행돼 왔으며 이제 해제 발표를 코앞에 두고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이때문에 지난 1월, 대대적인 그린벨트 해제안이 발표된 후에도 현지 부동산시장은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 3년여 사이 이미 땅값이 오를 대로 오른 데다 땅 주인이 부르는 호가와 매입을 원하는 투자자의 매입 희망가격 사이에 격차가 너무 커 실제 거래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강남구 수서동 최문식 수서부동산 사장은 “한동안 문의가 많더니 요즘은 뜸하다”고 말하고 “은곡마을, 방죽1마을 등의 대지는 평당 1,0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은 지 10년이 넘은 방죽1마을의 대지 88평, 건평 60평의 주택이 평당 1,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서초구 전원마을과 염곡마을 일대도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다. 염곡마을의 경우 대지가 평당 700만~800만원 선, 전원마을은 평당 6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전답의 경우에는 40만~70만원 선까지 위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하지만 해제 이후에는 가격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많다. 정홍식 강남공인중개사사무소 사장은 “해제 대상지와 인접한 수서동 일대의 경우 대지가 평당 1,100만~1,2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고 전하고 “세곡동·율현동 일대 대지를 평당 600만~700만원 선에 매입한다면 향후 시세차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이미 시세가 높게 형성된 강남지역에 비해 강북지역은 가격 경쟁력이 살아 있는 편이다. 내년 중으로 해제가 예상되는 종로구 부암동 일대의 대지는 평당 400만~5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 지역은 경관지구로 설정된 곳이어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보다 경치가 좋은 자연녹지의 가격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나문길 덕성부동산 사장은 “그린벨트에서 풀려도 경관지구로 묶여 있어 3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다. 그렇지만 전원형 주거지를 찾는 사람에게는 강남권 그린벨트보다 훨씬 좋은 조건일 것”이라고 말했다.강남구, 서초구 그린벨트보다 시세가 월등히 낮은 데다 강북 도심이 차로 10분 거리이고 유해시설이 없는 청정지역이어서 여러모로 좋다는 이야기이다. 현재 지은 지 10년 이상된 23평형 빌라가 1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으며 총 5가구가 들어선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다가구주택은 총 4억5,000만원에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