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 SK도 주식매입 저울질 '한창'...삼성 "경영권 관심없다" 일축
KT 민영화를 놓고 삼성, LG, SK 등 국내 3대 그룹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KT가 어느 그룹의 영향권에 놓이느냐에 따라 판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KT는 2000년 말 기준 자산규모 24조원(자회사 포함시 30조원)으로 삼성(70조원), 한전(65조원), 현대(54조원), LG(52조원), SK(47조원) 등에 이어 6위에 랭크돼 있다. 한때 민영화를 놓고 분분했던 포스코(21조원)보다 덩치가 큰 공기업이다.따라서 KT를 손에 쥐는 그룹은 향후 10년은 물론 100년까지도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그룹으로 껑충 뛰게 된다. 따라서 3대그룹은 어느 한 그룹의 영향권에 놓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지금까지 대외적으로는 KT가 포스코 형태의 민영화가 이뤄질 것이란 게 재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 삼성이 KT를 손에 쥐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3대 그룹 중 자금여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 주장대로 KT가 삼성의 손에 넘어간다면 재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KT는 한국통신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사업자다. 거의 모든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이 KT를 통하지 않고는 통신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KT는 지난해 말 현재 시내전화시장의 96.9%, 시외전화시장 84.5%, 국제전화 56.9%, 시외전용회선 69%, 국제전용회선 58%, 초고속인터넷 49.4%, 이동전화(자회사 KTF)시장의 33%를 차지하고 있다.이에 따라 지난해 11조5,182억원의 매출과 1조87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시가총액 15조5,943억원(2001년 12월28일 종가기준)으로 <한경BUSINESS designtimesp=22352>가 선정한 ‘2002년 100대 기업’에서 지난해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특히 통신 부문 매출액은 SK텔레콤의 2배, LG텔레콤의 4배에 달한다. 따라서 삼성이 KT의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통신시장은 새로운 지도를 그리게 된다. 삼성의 시가총액은 70조원에서 100조원으로 늘어나 전체 시가총액의 30%를 점유하는 초대형 기업집단으로 커지게 된다.이와 함께 KT는 SK텔레콤 지분을 2002년 4월11일 100만주 매각 이후 826만주(9.3%)를 보유하고 있어 SK텔레콤은 삼성의 영향권에 근접하게 된다. 연 4조원에 달하는 KT의 통신장비시장을 삼성이 독점해 통신장비시장의 경쟁구도마저 위협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특히 재계는 삼성의 KT 장악으로 인해 LG 등 경쟁 장비업체들의 경쟁력 열위를 불러올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와의 갈등으로 인해 삼성의 해외진출에 제약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국내시장에 대한 노키아, 에릭슨, 모토롤러 등 외국장비업체들의 진출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또 삼성은 상품의 가격, 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공정거래법상의 문제들이 불가피하게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SK텔레콤의 경우 신세기통신을 인수할 당시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레텍은 2%에 불과한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수직계열화 우려를 이유로 단말기 판매량 제한조치를 5년간 적용받았다.삼성전자는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1위(50%이상)를 지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는 지난 1분기에 전체 판매시장(9,100만대)에서 점유율이 10.4%로, 4위에서 3위에 올랐다고 미국 보스턴 소재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6.4%보다 4%포인트가 오른 수치다.재계에서는 SK나 LG가 KT를 손에 쥐더라도 삼성이 경영권을 장악했을 때와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하지만 재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삼성의 일방적인 경영권 장악이 어렵겠지만 3개 그룹만 놓고 비교한다면 SK나 LG에 비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의 근거로 최근 경실련이 제기한 KT 민영화 문제점들을 들고 있다.15% 확보 위해서는 3조원대 자금필요경실련은 최근 언론사에 배포한 ‘KT 민영화 의견서’를 통해 정부가 삼성을 은근히 지원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 KT 민영화 방안의 가장 핵심 부분은 전략적 투자자가 15.6%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여 매각을 완료한다는 것이다.경실련은 여기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전략적 투자가가 15%를 확보할 경우 지불해야 할 금액은 대체로 3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금액을 동원할 수 있는 투자가들은 삼성, LG, SK에 불과하다.그러나 SK는 SK텔레콤 때문에 KT 지분 매각과정에 참여할 수 없고, LG 역시 현재 자금 사정상 이 정도 금액을 마련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략적 투자가는 특정 재벌 즉, 삼성밖에 없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이와 함께 재계는 정부가 KT 매각방식을 5월6일 공고한 이후 불과 11일 이후인 17일과 18일에 주식청약과 동시에 청약대금 100%를 납입하고 뒤이어 EB 우선배정권자 추가청약이 20일, 배정공고 및 국고납부일이 23일인 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이는 매각공고 이후 17일 만에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청약대금을 모두 납입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일정으로 인해 수조원의 자금을 일시에 동원할 수 있는 삼성에 대한 일방적 배려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재계는 의심하는 것이다.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불필요한 소문들이 나돌까봐 이건희 회장이 직접 나서 공식적으로 KT의 경영권에 관심이 없음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며 “계열사들의 지분매입은 각사의 자체판단에 따라 투자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일 뿐 그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각의 삼성 장악 시나리오를 일축했다.이상철 KT 사장도 “KT는 이미 상법상의 주식회사이면서 전문경영진이 주주대표들이 선임한 비상임이사와 매년 경영계약을 맺어서 회사를 운영하는 등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운영되고 있다”며 “주식비중에 따라 주주권 행사 및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증가할 수 있겠지만 재벌기업처럼 소규모의 지분으로 절대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