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1대주주 등극으로 유.무선 시너지 극대화, 지난해 통신부문 그룹총매출 16%차지

국내 최대 통신재벌을 향한 최태원 SK(주) 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최회장은 90년대 초반 대한텔레콤(SK텔레콤 전신)으로 그룹에 통신업을 추가하는 기틀을 마련한 데 이어 SK텔레콤(SKT)의 신세기이동통신 인수, KT 1대주주 등극으로 국내 통신업에 가장 영향력이 큰 인사들의 반열에 올라섰다.특히 최회장은 이번 KT의 지분매입을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이것이 성공적으로 매듭지어 질 경우 오너십 강화와 함께 그룹 내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재계에서는 최회장이 올 들어 그룹 내 통신사업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짜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K 총매출액(53조원) 대비 16%에 불과한 통신사업 부문을 강화해 그룹의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란 얘기다.올해 초 김창근 SK 구조조정추진본부 사장이 SK(주) 사장을 겸임하게 한 것도 이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김사장은 지난 10년간 SK의 구조조정 실무와 자금를 맡아온 그룹 내 핵심인물로 통한다.김사장은 SK(주)로 발령받자마자 회사 내 사업구조를 에너지와 통신을 남겨놓고 모두 정리하게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사실상 SK(주)의 통신사업 부문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됐을 것이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최회장도 그룹 내 통신사업 비중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신규사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지난 3월 SK 일부 임원들이 다른 오너의 지원을 받아 광고대행사를 만들려 했다가 최회장의 반대로 무산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최회장 “ 새로운 데이터마켓시장 찾아야”최회장은 KT 민영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신사업이 확대 성장하기 위해선 유선사업의 강자 KT가 절실했을 것이다.최회장은 이를 입증하듯 서울대 공대에서 가진 세 번째 강의에서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아직 전세계적으로 그 누구도 구체적으로 찾지 못한 무선인터넷과 다른 비즈니스가 결합한 데이터마켓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따라서 이번 ‘SKT의 KT 1대주주 만들기’는 최회장의 작품이란 게 그룹 및 재계 내 정설이다.SK 전직임원은 “최회장이 미국에서 경영수업 중 통신사업을 그룹 신규사업으로 이끌어낸 만큼 통신사업이 그룹 핵심사업으로 성장해야 (최회장) 자신이 그룹 내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최회장이 통신사업은 물론 그룹의 존립에 큰 영향을 끼칠 KT에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귀띔했다.실제 이번 SKT의 KT 지분매입 작전은 그룹 구조본부와 SKT 정책협력실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창근 구조본 사장과 표문수 SKT 사장, 김신배 전략기획 부문장(전무)이 핵심인물이다.김전무는 한국이동통신(SKT 전신), 신세기이동통신 등 두 회사의 인수과정에도 참여한 핵심전략기획 참모다. 특히 이번 KT 지분 매입에 참여한 SKT 정책협력실 직원들 중에는 30대 브레인들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이들은 2조원에 가까운 돈을 단번에 모으는 실력으로 삼성을 따돌려 SKT 내 다른 직원들조차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SKT의 KT 지분매입이 향후 SKT에 유리하게 작용할 경우 이들은 최회장의 1등 공신으로 그룹 통신사업 부문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과연 최회장은 그의 말대로 KT의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최회장은 5월22일 서울대 공대에서 가진 강연회에서 “(SKT가 KT의) 경영권을 인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고 잘라 말했다.결국 최회장이 KT의 지분매입에 나선 것은 특정재벌 또는 외국계 대주주의 KT 인수에 따른 생존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회장이 이어 한 말에서 KT의 경영권에 내심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강하게 일고 있다.“(SK가) 인수로 컸다는 이야기는 부정적으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인수를 성공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능력도 대단하다. 보통 기업인수합병(M&A)의 성공확률은 20% 이내다.사실 우리는 석유화학과 이동통신에 진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허가가 나지 않았고 환경이 안 됐다. 그래서 인수에 나선 것이다. 인수가 왜 나쁘다고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KT 인수에 관해 덧붙이면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살기 위한 몸부림의 성격이 강하다. 회사는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플랜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SKT 핵심 부서 직원의 말도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그는 “ 민영화 이후 ‘무주공산’이 된 KT 역시 결국 한국이동통신이나 데이콤의 길을 따를 수도 있다”며 “향후 KT의 경영실적이 좋다면 전문경영제가 흔들리지 않겠지만 수익성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고, 정부의 입김이 여전한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의 모럴해저드가 발생하게 되면 KT의 주인을 찾아주자는 논리가 확산될 것”이라고 귀띔했다.결론적으로 최회장은 이번 KT 지분매입을 통해 SK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통신재벌로 거듭나는 것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최회장이 자연스럽게 그룹을 장악하는 수순을 밟고있다는 얘기다.한편 최회장은 5월22일 서울대 공대 강연회 후 학생들과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말 못할 내부사정이 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돋보기 KT주식매입 시장 반응“기업간 게임에서의 승리”… SKT두둔KT의 1대주주로 올라선 SK텔레콤(이하 SKT)에 대한 증권시장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윤리적인 문제까지 거론하며 비난하고 있는 재계와는 딴판이다.LG투자증권의 정승교 애널리스트(통신 네트워크장비 담당)는 “SKT가 KT의 지분매입으로 약점으로 지적돼 온 유선사업 부문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것”이라며 “KT 주주입장에서도 KT가 보유한 SKT 지분에 대한 부담을 일거에 해소해주는 선택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SKT가 KT 지분매입 이후 주가가 오른 것도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양투자증권의 노근환 애널리스트(통신서비스 초고속인터넷 담당)는 “SKT는 KT가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가입자망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KT에 대한 영향력이 생기므로 ‘공정한’ 체제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제이피모건의 임석정 서울지점장도 “SKT 주주입장에선 KT의 지분매입을 적극 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깜짝쇼’, ‘경영권 장악 음모’ 등 재계의 비난에 대해 이들 애널리스트는 한결같이 “기업간 게임에서 SKT가 이긴 것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다만 통신시장 독점을 우려할 뿐이다.이번 KT 지분 인수전에서 밀린 삼성과 관련, 삼성 내 통신장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삼성은 KT에 1조원씩 들여 불필요한 투자를 할 가치를 못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