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섭삼성 기업구조조정본부홍보팀 차장‘5시30분 기상5시35분 통근버스, 잠자고 있다6시40분 사원식당, 아침을 먹고 있다…’평범한 샐러리맨의 아침 모습을 묘사한 ‘알리바이’라는 시의 일부 구절이다. 이 샐러리맨의 주인공은 한광섭 삼성 기업구조조정본부 홍보팀 차장(41)이다.그는 지난해 11월 월간 <문학세계 designtimesp=22394>가 공모하는 신인상 후보에 응시해 ‘겨울나무’ ‘생계’ 등의 시로 데뷔했다. 그는 최근 ‘알리바이’를 포함한 60편의 시를 엮은 시집 <그 시간들의 풍경 designtimesp=22395>을 냈다.“군대에서도 바쁜 이등병 시절에 가장 많은 편지를 쓰지 않습니까. 병장이 돼서 시간이 많아지면 어디 편지 쓰게 되나요.” 한차장은 ‘바쁜 회사원이 어떻게 시집을 출간할 수 있었느냐’는 주변의 반응이 오히려 신기하다는 표정이다.그는 바쁘고 힘든 일이 많을수록 좋은 시상이 떠오른다고 설명한다. 이제 시는 그에게 일상의 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직장생활의 스트레스가 시작(詩作)을 방해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인생의 반은 직장인으로 살고, 반은 나로 사는 거라고 봅니다. 결국 제 삶은 제가 이끌어 가는 건데 직장생활에 이끌려 다녀선 안 되죠.”한차장은 시적 영감을 얻는 것을 ‘무당이 신내리는 일’에 비유한다. 갑자기 다른 사람의 영혼을 뒤집어쓰는 것처럼 언제, 어디서든 기다리면 영감은 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 때문에 그의 시는 여러 곳에서 탄생한다.“술자리에서 생각난 걸 냅킨에 적기도 하고 나무젓가락 겉봉에 적기도 해요. 시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죠.”특히 ‘꽃다발’이라는 작품은 지난해 한 신문사 광고대상 시상식에 참가했다가 축하 꽃다발을 보고 떠오른 생각을 정리한 시다. “상보다는 꽃이 눈에 들어오더군요.축하의 의미를 담은 꽃이지만 이미 죽어 있는 것 아닙니까. 죽었으나 아름다운 것. 바로 그 꽃다발로 인해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움으로 태어남이 곧 죽음이 된다’는 내용의 시를 썼습니다.”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에 매료돼 온 그는 지금까지 줄곧 등단의 꿈을 갖고 있었고 한다. 그러나 이번 시집을 등단시기에 맞춰 내놓은 것이 아니라고 해명한다. ‘불혹’을 갓 넘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기 위해 출간했다는 것이다.사실 그의 시집은 우연찮게 만들어졌다. 인터넷에서 책을 만들어 주는 사이트가 있는 것을 발견하곤 그동안의 습작들을 정리해 보고 싶어 알아보던 게 시집발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이제 직장생활도, 습작도 프로의 길로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시집을 내놓은 이상 아마추어 시인의 시기는 지난 거죠. 두 가지 모두 프로다운 삶을 살아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