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어하는 것은 거의 모든 여성들의 공통된 욕망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 역시 예외는 아니다.V를 켜면 하루가 멀다하고 다이어트 관련 프로그램이 등장, 시청자들의 넋을 빼고 있다. 신문에 끼워 넣는 광고 전단 4~5건 중 하나는 살을 빼준다는 업체들의 광고일 정도로 날씬한 몸매 열풍은 열도를 후끈 달구고 있다.일본 화장품시장에서는 여성들의 이같은 끊임없는 욕구를 겨냥, 올해 역시 살 빼는 데 특별한 효능을 발휘한다는 제품들이 전략상품으로 등장했다. 살 빼는 화장품은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일본 매스컴들의 별다른 주의를 끌기 어렵다.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바르거나 붙이지 않고 단지 향기만으로 살을 빼준다는 효능 때문이다.향기로 살을 빼는 화장품시장은 일본 최대 메이커인 ‘시세이도’와 2위 업체 ‘가네보’가 저마다 장점을 내세우며 격돌, 올해 여름의 최대 핫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4월21일 ‘이니시오 보디 크리에이터’라는 브랜드의 첫 제품을 내놓고 시장 선점에 나선 시세이도는 판매 첫해 100만개 이상의 판매량을 자신하고 있다. 소비자 가격이 4,500엔으로 책정돼 있으니 시세이도의 제품 하나만으로도 40억엔 이상의 신시장이 거뜬히 생겨나는 셈이다.시세이도는 체내의 중성지방을 연소시켜 주는 데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레이프 프루트와 후추의 향, 그리고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카페인 성분을 이 제품에 넣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살을 빼주는 화장품이라고 여성만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시세이도는, 힘들이지 않고 살을 빼고 싶어하는 욕망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똑같은 것이라며 시장을 전방위로 넓히겠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이 회사는 이를 위해 남성잡지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5학년의 과학’에도 향기로 살을 뺀다는 내용의 관련 기사를 게재할 정도로 의욕을 보이고 있다.다국적 기업 vs 일본 대형업체 대격전 불가피시세이도의 독주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추격에 나선 가네보는 피하지방을 줄여주는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라즈베리의 향 성분을 신제품 개발에 응용했다. 이 회사는 ‘비타 록’의 브랜드로 5월 1일부터 본격 시판에 들어간 신제품을 시트와 알약 형태(1,500~6,000엔)로 동시에 내놨다.판매 시작은 시세이도보다 열흘 정도 늦었지만 첫해 목표는 60억엔으로 책정, 시세이도를 개척단계에서부터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마케팅 활동도 보다 대담하고 공격적이다.가네보는 남성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 든다는 계산 아래 제품이 나오기도 전인 4월 중순부터 프로야구팀 한신 타이거스의 홈구장에 대형 광고를 띄우기 시작했다. 홈플레이트 뒤의 백네트에 광고물을 내거는 방식으로 남성 관중의 시선을 사로 잡겠다는 계산이다.살 빼기 성분을 넣은 드링크와 껌 등의 추가 발매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업계 전문가들은 일본의 살 빼는 화장품 시장이 지금까지 크리스찬 디올 등 다국적 기업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며 일본 대형기업들의 참여로 대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경우에 따라서는 크리스찬 디올이 시판 반년 만에 무려 1백만개 이상을 팔아 대박을 터뜨렸던 지난 95년 이후 다시 한 번 큰 장이 설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일본 화장품업계 3위의 ‘고제’등 타업체들도 신규참여를 놓고 주판알을 튀기고 있어 다국적기업과 일본업체들이 물고 물리는 혼전양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업계 일각에서는 살 빼는 화장품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감추지 않고 있다.크리스찬 디올의 한 관계자는 “화장품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클 경우 효능을 보지 못한 소비자들의 반발도 무시 못할 것”이라고 전제, “단기 과열은 업체나 소비자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