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우치 히로시닌텐도 전 사장“신임 사장은 게임기회사를 끌고 가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도와줄 것으로 확신합니다.”일본 게임산업의 카리스마이자 살아 있는 전설이 월드컵 개막일인 5월31일 현역에서 완전 은퇴했다. 주인공인 닌텐도(任天堂)의 전 사장 야마우치 히로시씨(山內 博·74).그는 5월2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후계자로 42세의 이와타 사토루(岩田 聰) 이사를 발탁, 사장에 앉히기로 했다고 밝힌 후 홀연히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야마우치 사장의 갑작스러운 은퇴에 일본 재계, 특히 게임업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70대의 고령이라지만 아직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알려진 데다 그가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창업자 일가의 4대 사장이었던 그는 화투를 만드는 영세기업에 불과했던 닌텐도를 세계 굴지의 게임기업체로 키운 주인공이다. 또 구미업체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일본 게임산업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견인차였으며, 게임산업을 노다지 첨단 비즈니스로 탈바꿈시킨 대부였다.그는 와세다대학에 재학 중이던 21세(1949년) 때 사장이던 조부가 병으로 쓰러지면서 타의에 의해 최고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벤처기업의 학생사장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풋내기 사장 시절 그는 다른 경영자들과 마찬가지로 자금, 영업 등의 어려운 문제와 싸우면서 기업경영의 노하우를 익혀나갔다. 그러나 그는 타고난 감각과 장인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80년대부터 닌텐도를 첨단 고수익업체로 거듭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83년 첫선을 보인 가정용 게임기 ‘패미컴’의 대히트는 게임기시장 제패와 함께 닌텐도를 단숨에 돈방석에 올려놓았다. 그후 닌텐도는 ‘닌텐도64’ 등 고기능 신제품의 잇단 히트와 세계시장 공략 성공에 힘입어 도쿄증시의 주목받는 스타기업 중 하나로 자리를 굳혔다.일본 재계는 닌텐도의 상근역으로 물러난 야마우치씨의 은퇴선언에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나는 창업자 패밀리 승계의 원칙을 깨면서 친척이 아니더라도 능력 있는 사람에게 회사를 맡긴다는 의지를 분명히 실천했다는 것이다.또 하나는 닌텐도 근무경력이 2년밖에 되지 않는 40대 초반의 사장을 후계자로 발탁함으로써 기득권과 관련이 없는 ‘젊은피’ 수혈을 앞장서 단행했다는 점이다.게임업계는 야마우치씨의 퇴임이 시장판도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 것인가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그의 은퇴가 현대 기업사에 커다란 두 획을 그었다는 데 조금도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양승득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