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오피니언리더 집중공략 … 명예회복여부 올가을쯤 판가름 날 듯

지난해 1월 기능성 소주 ‘산’을 출시해 진로의 철옹성에 도전장을 던진 두산은 최근 신제품 ‘자연산송이’를 내놓은 데 이어 올해 안에 위스키시장에도 진출, 주류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야심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이같은 두산의 프로젝트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진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삼류 주류업체로 남아 있을 것인가.배수의 진 치고 전면전 준비중연매출 5조원대의 두산중공업을 주력 기업으로 둔 두산그룹이 ‘종합주류 메이커’를 지향하며 주류시장에 매달리는 이유는 OB맥주로 커 온 그룹의 성장사에서 찾을 수 있다.두산의 역사는 1896년 지금의 서울 종로4가 배오개에서 포목점을 연 것으로 시작됐다. 그렇지만 두산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1952년 설립한 OB맥주가 오랜 기간 시장을 석권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OB맥주는 1995년 하이트맥주에 선두자리를 빼앗기기 전까지 43년간 1위를 굳게 지킨 국내 맥주업계의 부동의 챔피언이었다. 한껏 잘나가던 93년에는 시장점유율 69.1%를 달성하며 1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였다.2001년 말 (주)두산의 매출액 1조7,836억원과 비교하면 OB맥주가 그룹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했는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그래서일까. 회사사정으로 1997년 미 코크사에 OB맥주 지분을 매각(2001년 6월 지분 완전매각)하기 전까지 ‘두산은 곧 OB맥주’라는 등식은 자연스러웠다.이런 역사를 가진 두산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피눈물’을 머금고 OB맥주를 팔았지만 소주와 청하, 청주 등 약주 제품들은 그대로 남겨뒀다. 이는 반세기를 풍미한 주류명가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한몫 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냉정한 시장논리는 이를 두고 보지만은 않았다. 국내 두산과 맞먹는 주류명가이자 ‘참이슬’로 소주시장을 평정한 진로의 벽에 부딪혀 깊은 상처를 입게 된 것.1994년 경월소주를 인수한 두산은 진로소주의 대항마 역할을 했던 ‘그린소주’가 1998년 8월 출시된 ‘참 이슬’의 돌풍에 밀려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를 계기로 두산은 그야말로 ‘이’를 악물게 된다.이후에도 진로를 따라잡기 위해 ‘미소주’(99년 7월)와 ‘뉴그린’(99년 12월) 등 구원투수를 잇달아 등판시켰으나 진로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연전연패하며 시장에서 사라지는 비운을 맛봐야 했다.1997년 17.5%까지 갔던 시장점유율도 2000년 말 5%대로 추락했다. 그룹 내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산이 ‘히든 카드’로 들고 나온 것이 바로 ‘산’이다.두산 주류BG는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배수의 진’을 치고 시장을 공략해 들어갔다.마케팅 비용으로만 2001년 35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주류BG 김대중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산 소주’의 홍보를 위해 어깨에 띠를 두르고 밤늦은 시간까지 유흥가를 누비고 다닐 정도였다.롯데 소주시장 진출이 변수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성적표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두산 주류BG는 1,735억원의 매출(소주는 715억원)을 올렸으나 66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사실 덩치는 작지만 주류BG의 또 다른 제품군인 청주(M/S 90.4%), 와인(32.7%), 매실주(45%) 등은 시장을 리드하는 제품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품목들이다.따라서 소주시장에서만 고스란히 손해를 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점유율도 6.22%(수출분 제외)로 ‘산’이 나오기 전년도인 2000년(5.82%)보다 0.4%가 늘어났을 뿐이다. 순위도 진로, 금복주, 대선, 무학 등에 이어 5위에 머물렀다.올 들어 4월까지 성적표는 지난해보다 좋아졌다. 시장점유율이 7.2%로 지난해 보다 올라섰기 때문. 수출분까지 포함하면 9.9%나 된다.그러나 10%대 미만의 시장점유율로는 여전히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두산 관계자도 “시장점유율이 15% 이상 올라서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이같은 성적이 과연 가능할까. 두산은 “올 가을이면 15% 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최형호 주류BG 마케팅 상무)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형호 상무는 “산은 ‘미소주’와 ‘뉴그린’의 실패사례를 철저히 분석한 뒤 내놓은 제품으로 1년 만에 10% 선을 넘본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이미 10%대에 올라선 이상 탄력을 받으면 금세 20%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소주의 경우 6개월이면 소비자들이 두 번은 접하게 되기 때문에 승부가 결정 난다’는 경쟁사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그린소주의 경우 (성공하기까지) 3~4년이 걸렸다”며 이를 반박했다. 아무튼 두산은 올해 안에 지금의 시장점유율을 두 배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아울러 롯데의 소주사업 진출 여부도 두산의 앞날을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자금력과 브랜드력을 갖춘 롯데가 소주사업에 본격 진출하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한송이 소주’를 시험출시했던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소주사업에) 진출할 의사는 분명히 있다”며 “신규로 들어가든지, 아니면 기존 소주업체를 인수하든지 두 가지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가 지방회사인 대선주조나 혹은 내년부터 원금상환을 해야 하는 진로를 인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진로를 인수하게 되면 두산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이래저래 두산은 올해 안에 시장에서 안정권에 들어가야 할 형편이다. 그래야만 올 하반기부터 각종 기업인수합병(M&A) 등으로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는 소주시장에서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최상무는 “녹차를 넣어 건강을 지향한 제품력과 여론을 주도하는 오피니언 리더층을 집중 공략한 마케팅력에서 이미 두산은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며 “남들이 뭐래도 우리는 히딩크처럼 독자적인 방식을 고집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실 소주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종합주류메이커로 인정받기 어렵다. 이는 소주시장의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소주시장은 시장규모가 1조9,000억원대로 맥주시장(3조2,000억원대)과 함께 주류시장의 양대산맥이다. 두산이 ‘산’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이같은 까닭에서다.두산의 ‘산’이 주류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할 것인지, 아니면 ‘미소주’와 ‘뉴그린’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올 가을이면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