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소만을 사이에 두고 고창과 마주한 전북 부안은 변산반도국립공원을 품고 있으니 그 산하의 아름다움을 또 지나칠 수 없다.내소사, 개암사 같은 문화유적지말고도 모항, 상록, 격포, 채석강, 변산, 고사포해변 같은 바닷가 명소와 부안댐, 변산온천 등의 새로운 여행지들이 변산반도를 따라 줄지어 나타난다.변산반도를 여행하자면 오전에 사찰을 답사하고 점심을 든 후 바닷가 풍광 감상에 나서는 식으로 코스를 짜는 것이 좋다. 절집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단속해주는 곳이라면 바다는 내일을 위해 생활의 찌든 때를 훌훌 털어버리기에 좋은 곳이라는 생각에서다.먼저 부안읍내에서 국도 23호선을 타고 줄포 방면으로 가다 보면 개암사를 만나게 된다. 요즘 들어 개암죽염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내소사에 비해 덜 이름나서 그런지 찾는 이가 많지 않다. 그런 까닭에 명찰 순례의 제 맛이 풀풀 살아난다.일주문에서부터 대웅전 입구 돌축대까지의 진입로는 다른 사찰들과 달리 그리 길지 않다. 대웅전을 마주 대하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진다.대웅전 기와지붕 바로 위에 얹혀진 울금바위에는 백제 의자왕 때 백제 부흥을 위해 복신이란 장군이 유민을 모으고 군비를 정돈해서 항전하다가 나당연합군의 김유신과 소정방에게 패했다는 유서 깊은 우금산성이 있다.고려 숙종 때 창건됐다는 개암사의 대웅전은 보물 제292호, 동종은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한 바퀴 경내를 돌고 기념품점에 들르면 그 유명한 개암죽염을 판다.아늑한 개암사를 뒤로 하고 남으로 내려가면 영전리에서 오른쪽으로 국도 30호선이 이어진다. 이 길로 들어서면 드디어 변산반도국립공원 해안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내소사가 이 길에 있다.내소사는 고창에 있는 선운사의 말사로 신라 선덕여왕 2년(633)에 신라의 승려 혜구가 창건, 처음에는 소래사라고 했다. 내소사에서 인상적인 것은 초입의 전나무 숲길. 혹자는 내소사 자체보다도 이 숲길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말한다.아닌게아니라 일주문에서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600m의 전나무숲 터널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지나야 제 맛을 느끼게 된다.곰소포구 가선 “젓갈 사세요”내소사에서 나와 가볼 만한 곳은 곰소만에 면한 곰소포구이다. 강경이나 광천처럼 젓갈시장으로 소문난 곳이다. 곰소는 1930년대에 염전개발을 위한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이어진 작은 섬에 건설된 어항으로 건어물과 멸치액젓이 유명하다. 지금은 곰소도 어선이 드나드는 갯골이 좁아지고 얕아져서 어항의 존립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변산반도 일주 여행 중 모항과 왕포해변의 아름다움을 지나칠 수 없다. 모항해수욕장은 내변산과 외변산이 마주치는 지점의 호젓한 바닷가로 상상을 해보면 딱 알맞다. 모항해수욕장 주변은 개펄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런 해변이 아니다.눈을 들어 멀리 바라봐도 모래사장만 보이는 그런 곳이다. 모항해수욕장의 백사장 길이는 600m. 물이 빠지며 드러나는 해변의 폭은 200m 정도이다.모항에서 동쪽으로 8km 거리, 나그네의 발목을 하염없이 붙잡는 갯마을 왕포(진서면 운호리)는 모항과는 아주 다르게 물이 빠지면 개펄이 그대로 드러나 시심을 일으키는 마을이다.썰물 때면 칙칙한 개펄 위로 배가 얹혀지고 비린내도 풍긴다. 하지만 그 생경함을 지나 마을의 골목골목으로 들어가 보면 왈칵 쏟아져 오는 사람냄새를 만날 수 있다. 왕포에는 바다낚시꾼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탤런트 이덕화, 개그맨 최병서, 전라도 출신 탤런트 송경철씨도 이곳을 자주 찾는 이들이다.변산반도 일주는 채석강, 고사포해수욕장, 변산해수욕장, 새만금사업전시관, 변산온천을 지나 부안읍내로 들어오면서 끝난다. 변산온천 입구, 도로변에 ‘파도’라는 시를 새긴 시비가 하나 외롭게 서 있다.부안 태생의 시인 신석정을 기리는 시비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계화미라는 쌀의 생산지인 계화도 간척지까지 다녀오도록 한다.맛집 변산온천식당바지락죽&백합죽 ‘부안별미’바지락죽은 백합죽과 함께 부안의 대표적 별미다. 새만금사업전시관 부근 해창바다가 바지락·조개 채취장. 해창 바지락은 캐낸 후 그 자리에서 데쳐 먹어도 개흙이 없을 정도로 우수한 품질과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변산온천 1층에 자리한 변산온천식당에서 해창 바지락을 이용한 바지락죽과 바지락회무침을 먹을 수 있다. 죽은 1그릇에 6,000원, 회무침은 2만원·3만원을 받는다.바지락죽을 끓이는 순서를 보면 일단 바지락을 해감시킨 다음 쌀, 녹두, 인삼가루, 표고버섯, 마늘, 바지락 등을 함께 넣고 참기름을 뿌린 다음 한 차례 끓여낸다. 농도가 걸쭉해지면 당근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이렇게 한 차례 더 끓이고 마지막으로 실파를 쫑쫑 썰어서 또 한 번 끓인다. 4그릇 정도를 조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정도. 바지락죽은 소화가 잘되고 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간 해독 작용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긴다.전복죽이 와서 울고 갈 정도의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좌석 100석,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신용카드 사용 가능. (063-581-0162)● 여행메모 : (지역번호 063)/부안군청 문화관광과(580-4449), 부안 시외버스정류장(584-2098), 변산반도 국립공원 관리사무소(582-7808). 대중교통편을 보면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부안행 버스가 50~6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부안시외버스정류장에서 격포행 버스가 10분 간격으로 다닌다. 숙박시설은 모항레저장(584-8867), 상록해수욕장 주변 캐나다통나무집(584-2883), 진서면 운호관광농원여관(582-5290), 부안읍내에 대동파크(584-1103), 부광장(584-6500), 로얄장(584-9931), 이화파크장(583-2551)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