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드러 아르헨티나 금융기관들의 예금잔고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외화예금보다 폐소화 예금이 더 줄어들어 거의 바닥이 난 상태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자국의 금융기관을 더 믿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2000년 하반기부터 악화되기 시작한 아르헨티나 사태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최근 들어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관들이 브라질, 칠레 등 인접국으로의 전염 가능성인 이른바 데킬라 효과를 공식적으로 경고했다.아르헨티나 사태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말 아르헨티나 정부가 시중은행들의 예금잔고 유지와 국내 자금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조치에서 비롯됐다.당시 금융거래 제한은 일주일 동안 개인들의 인출한도를 250달러로 제한하고 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들의 페소화 표시대출과 통화관련 파생상품 거래, 페소화에 대한 아비트라지(Arbitrage) 거래를 모두 금지시키는 초강경 조치였다.현재 아르헨티나 금융기관을 통해 거래가 가능한 금융 행위로 개인들은 예금잔고가 많다 하더라도 일주일에 250달러만 인출할 수 있고 국제무역과 대출금상환을 위한 거래 이외에는 모든 금융거래가 막혀 있는 상태다. 사실상 사유재산 제한 조치에 해당되는 셈이다.이에 따라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아르헨티나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파산(Default) 단계로 떨어뜨렸고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현 정부에 거세게 반발함에 따라 오히려 깊은 나락에 빠지고 있다.당시 아르헨티나 정부가 사유재산 제한 조치에 해당할 만큼 금융거래 제한 조치를 단행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예금인출과 해외자본 유출이 빨라지면서 아르헨티나 금융시스템의 붕괴와 외환보유액 고갈이 우려됨에 따라 이를 막기 위한 고육책에 해당된다.올 들어 아르헨티나 금융기관들의 예금잔고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외화예금보다 페소화 예금이 더 줄어들어 거의 바닥이 난 상태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자국의 금융기관을 더 믿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민간금융기관 외환보유액 3억달러 이하외환보유액도 올 들어 급격한 해외자본 유출로 연초에 비해 무려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민간 금융기관들의 외화보유액은 3억달러 이하로 민간부문의 외화유출이 심각한 상태다. 경제고에 못이긴 일부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스페인 등지로 이동하는 액소더스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더욱 우려되는 점은 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 사태를 비롯해서 미국 증시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엔론사 사태 등 미국기업들의 분식회계 문제로 시장의 패닉현상이 자주 목격된다는 점이다. 보통 국제금융시장에서 패닉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헤지펀드들이 개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어떻게 보면 지난해 9·11테러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여건은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세력들이 활동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개도국들의 금융시스템이 불안하고 각국과 국제기구들의 통제력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98년 8월 러시아 모라토리움 이후 한때 헤지펀드수는 1,500여 개, 원금규모는 1,500억달러로 위축됐던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최근 들어서는 각각 5,600여 개, 6,0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헤지펀드 전문 자문업체인 헤네시 그룹은 추정하고 있다. 1949년 미국인 알프레드 존슨에 의해 처음으로 헤지펀드가 선보인 이후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때가 지금이다.헤지펀드들의 활동력을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한 총투자금액)도 한때 5배 이내로 위축됐다가 최근 들어서는 15배 이상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는 투자이익이 날 만한 곳이면 어디든지 헤지펀드들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현시점에서 아르헨티나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은 없는 상태다. 이미 아르헨티나 정부는 국제적인 비난을 무릅쓰고 금리부담을 낮추기 위해 금리가 낮은 채권을 발행해 기존의 금리가 높은 채권을 대체하는 채무 스와프 조치를 취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따라서 현재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차제에 아르헨티나의 공식화폐(Legal Tender)를 페소화에서 미 달러화로 대체하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과 자국통화인 페소화 가치를 대폭 평가절하시키는 방안이다.불행히도 이 두 가지 방안 모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달러라이제이션의 경우 최근 아르헨티나의 가장 큰 현안인 예금인출과 외환보유액 고갈을 방지할 수 있고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오고 있는 재정개혁을 지속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는 있다. 문제는 달러라이제이션을 실시할 경우 현재 아르헨티나의 페소화와 미국의 달러화 가치를 비교할 때 미 달러화를 공식화폐를 채택할 경우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경기가 더욱 침체되는 디플레이션 효과가 우려된다. 특히 달러라이제이션이 될 경우 아르헨티나가 통화정책의 경우 미 연방준비이사회(FRB)에 맡기는 셈이 되므로 경제주권을 포기해야 한다.페소화 가치를 평가절하할 경우 자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는 있지만 외채부담이 늘어나고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더욱이 최근처럼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는 상황에서는 투기자본으로부터 집중적인 환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현재 아르헨티나 사태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자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벗어난 상태다. 다시 말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거나 이 지역에 영향력이 큰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아르헨티나의 운명이 달려 있는 셈이다.우리나라에 전염될 가능성 ‘희박’불행히도 부시 행정부 들어 미국이 금융 위기국에 대해 자기책임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자금지원에는 보수적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아르헨티나 사태가 인접국으로 확산된다 하더라도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처럼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중요한 것은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아르헨티나 사태가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모든 개도국들이 동일시되던 때에는 아르헨티나 사태가 발생하면 전염효과로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됐었다.다행히 최근 들어 우리 경제는 외화사정(Cash-Flow)이 괜찮고 9·11테러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는 차별성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가장 주목해서 지켜보고 있는 구조조정도 비록 완전치는 않지만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일단 우리나라에 전염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오히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응집력과 화합분위기를 외환위기 초기 당시처럼 국제금융시장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아르헨티나 사태가 인접국으로 확산되더라도 우리 경제에 반사적인 이익이 기대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