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1테러 이후 간헐적으로 거론돼 왔던 테러집단에 유입되는 자금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특히 6월 26일부터 양일간 캐나다에서 열릴 서방 선진 7개국 및 러시아(G8)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논의해 왔던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 차단방안을 정리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 봉쇄움직임=지난해 9·11테러 당시 부시 미국대통령은 테러조직에 들어가는 자금줄을 봉쇄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그 후 열린 서방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회담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국제회의에서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기로 거듭 확인해 왔다.9·11테러 이전에도 미국은 테러리즘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방안으로 테러집단에 유입되는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꾸준히 노력해 왔다.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돈세탁방지법을 만들자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테러집단의 자금운용방법=테러집단이 자금을 운용하는 방법으로 다른 글로벌 펀드와 마찬가지로 모든 금융자산에 투자한다. 다만 투자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자금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회수가 가능하도록 환금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물론 자금의 출처가 드러나는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는 절대 금물이다.경제이론대로 금융자산을 운용할 때 환금성을 중시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테러집단은 이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지난해 세계무역센터(WTC)처럼 대형 참사를 사전에 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라 가장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주식과 금융자산에 투자하면 수익성 문제는 언제든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지난 9·11테러로 주식에 있어서는 보안이나 건설 관련 업종에 투자하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나 스위스 프랑화를 미리 사두었을 경우 엄청난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실제로 테러집단이 지난해 9·11테러로 큰 투자수익을 올린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공공연하게 떠도는 사실이다.문제는 이렇게 투자한 자산을 어떻게 회수하느냐 하는 점이다. 보통처럼 곧바로 회수할 경우 테러집단의 소재가 쉽게 파악되기 때문에 조세피난지역(Tax Haven Area)이나 비밀이 철저히 보장되는 금융기관을 통해 수차례의 돈세탁 과정을 거친 후에 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규모가 작긴 하지만 은행을 통해서도 돈세탁이 이뤄진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유럽 은행이 주요 창구역할을 했으나 스위스 은행의 비밀보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미국계 은행들도 자주 이용돼 왔다.▲돈세탁 방지노력 거세질 전망=최근 들어 돈세탁 은행들의 대외신뢰도에 문제가 생기면서 테러집단은 조세회피지역을 돈세탁 창구로 자주 이용해 왔다. 따라서 9·11테러 이후 테러방지책으로 조세회피지역에 대한 규제에 초점을 맞춰왔다.조세회피지역은 돈세탁 목적의 (이른바 냄새가 나는) 자금들이 거래되는 지역으로 현재 세계 3대 조세회피지역으로는 카리브해 연안 지역이 가장 크고, 말레이시아 북동부, 아일랜드를 꼽고 있다.갈수록 인접지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 지역은 자금의 소재파악과 통제가 불가능한 불랙홀(Black Hole)이기 때문에 각종 금융불안을 제공하는 원천지다. 미국계 헤지펀드만 하더라도 대부분 본부를 카리브 연안지역에 소재한 조세회피지역에 두고 있다.특히 이 지역에서 개도국들의 각종 리베이트 자금이나 마약거래 대금, 그리고 테러집단의 돈세탁용 자금들이 주로 거래되므로 항상 이런 자금과 관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 지역에 대한 규제문제가 거론됐다.국제적으로 검은 돈이 거래되려면 철저한 비빌보장이 생명이다. 한 마디로 자금의 출처나 사용처에 대해서는 ‘묻지마’ 거래인 것이다. 물론 아킬레스건인 비밀보장에 손상이 가면 해당 금융기관이나 금융시장은 곧바로 시장에서 퇴출당한다.물론 경제적으로 국제 돈세탁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검은 돈이 세탁되면 국제유동성을 보완하면서 세계경제 성장에 기여한다. 현 수준에서 지하경제 규모가 5%포인트가 양성화되면 세계경제성장률은 0.6~0.8%포인트 상승된다는 분석도 있다.문제는 부정적 효과가 훨씬 크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금융체계의 효율성과 건전한 금융감독 기능을 약화시킨다. 금융시장의 생명인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검은 돈이 거래되려면 철저한 비밀보장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돈세탁은 형평성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가뜩이나 도덕적 해이현상이 많은 금융거래에서 국제 돈세탁이 늘어나면 세계 빈부격차와 도덕적 상실감, 경제주체들의 근로의욕 저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가장 큰 부작용 중의 하나가 테러집단의 돈세탁 창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이에 따라 그동안 국제투기자본의 규제방안이 논의되면서 국제 돈세탁방지방안도 함께 거론돼 왔다.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국제 돈세탁 지역의 명단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9·11테러 이후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조세회피지역에 대한 규제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났다.▲효과적인 테러집단 자금줄 차단방안=테러집단에 유입되는 자금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선 전세계적으로 긴밀한 협조체제하에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가능하다. 특히 국제적으로 세계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인의 협조를 어떻게 이끌어 내느냐가 관건이다.문제는 세계 각국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이번처럼 부시 미국대통령의 호소만으로는 협조를 구하기는 어렵다.또 자금이 테러집단의 자금인지 여부도 구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차단할 경우 사유재산 침해문제와 국제금융질서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그 자체가 이상인지 모른다. 6월말 G8 정상회담에서도 테러집단에 대한 자금줄 봉쇄방안을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이런 이유에서다.다만 이번 테러집단의 자금줄을 봉쇄하는 움직임을 계기로 국제금융시장에서 테러집단의 활동폭이 줄어들고 자금을 조달할 때 비용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개도국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비용이 함께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