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계열사 평균 부채비율 71.4%...거대기업 인수시는 일본 롯데서 동원 가능

롯데그룹은 최근 6,300여 억원을 들여 미도파백화점(5,800억원)과 패밀리레스토랑 업체인 TGIF(501억원)를 잇달아 인수해 유통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크게 놀랄지도 모른다.롯데의 사령관인 신격호 회장이 당분간 ‘공격그만’이나 ‘일단후퇴’라는 명령을 내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회장은 연초부터 롯데경제연구실을 신설하는 등 참모진을 강화하고 신회장의 뜻을 철저하게 받드는 계열사 CEO들에게 ‘공격경영’을 강조해왔다.‘유통·관광 등 유관업종 적극진출’이 신회장의 주문이다. 신회장이 공격경영에 나서게 된 데에는 충분한 ‘실탄’(자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따라서 재계 안팎에서는 롯데의 공격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롯데의 자금동원력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이런 물음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쉽지 않다. 롯데의 32개 계열사 중 상장회사는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 호남석유화학 등 4개사에 불과하다.아직도 그룹의 주축인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롯데건설 등은 비상장사로 남아 있다. 게다가 그룹의 보수성으로 인해 관련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채권분석팀 관계자들도 “(롯데가) 자료협조에 워낙 소극적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할 정도다.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가 국내 최고의 자금동원력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첫 번째 이유는 ‘안정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는 32개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부채보다 은행예금이 많은 회사가 17곳이다. 평균부채비율도 71.4%에 불과할 정도로 양호한 재무구조를 자랑한다.주력사 격인 롯데제과가 61%, 롯데칠성음료가 77%, 롯데삼강이 52%, 호남석유화학이 65%, 롯데쇼핑이 189% 등으로 재무구조는 탄탄하기 그지없다. 롯데쇼핑이 189%로 200%에 가깝지만 크게 문제될 수준은 아니다.롯데쇼핑은 지난 79년 문을 연 뒤 이제껏 한번도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23년 전 자산에다 현재의 부채를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롯데 관계자도 “소공동 본점 땅을 비롯해 주요 점포 땅값만 해도 지금 10조원이 될지, 20조원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할 정도다.롯데쇼핑 자체자금 풍부재무구조가 안정돼 있다는 것은 들어오는 돈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나갈 돈(금융 및 투자비용)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이는 주력업종의 성격 때문이다.한국기업평가는 “롯데의 사업구성이 2000년 매출액 기준으로 유통 및 호텔이 56.6%, 식품이 19.5%, 석유화학 8.5%, 건설 7.3% 등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따라서 “유통서비스 및 소비재 중심의 사업으로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이 다른 그룹보다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은 어지간한 불황이나 9·11테러 같은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해도 영향을 덜 받는다는 뜻이다.이러니 현금흐름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주요 계열사 재무상태(표 참조)’를 보면 이해가 쉽다. 롯데쇼핑의 경우 연간 영업으로 조달할 수 있는 현금이 4,028억에 달한다. 롯데쇼핑은 올해 3개의 백화점과 12개의 할인점을 새로 열기로 했다.여기에 들어가는 금액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년간 쌓아온 현금이 대략 1조5,000억원에 달해 돈을 빌리지 않고도 가능하다는 것이 롯데관계자의 설명이다.요즘 상한가를 치고 있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는 사정이 더 좋다. 업종 성격상 신규투자비가 들지 않는 데다 시장에서 2위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힌 상태이기 때문에 매년 벌어들인 현금은 쌓아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이처럼 롯데쇼핑을 포함한 주요 5개사의 연간 영업조달현금이 1조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현금흐름이 양호한 것을 알 수 있다.롯데의 현금동원능력은 내부에 보유하고 있는 자금과 함께 차입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를 따져봐야 한다.보통 기업은 회사채 발행이나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끌어모으게 된다. 회사채 발행은 신용평가정보회사의 신용등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롯데는 재무구조가 안정돼 있다 보니 신용정보회사들이 매기는 신용등급이 높다.따라서 이들 기업이 돈을 빌리겠다고 작정하면 엄청난 자금을 은행권에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롯데의 주축 회사들은 돈을 빌릴 때 여러 은행을 모아놓고 입찰을 통해 가장 낮은 금리를 써낸 은행에서 돈을 빌릴 정도로 고자세다.롯데가 밝힌 전체계열사(롯데캐피탈 제외)의 자기자본은 10조4,503억원, 부채는 7조4,642억원이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71.4%의 부채비율을 100%까지만 높여도 3조원 가량의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얘기다.이 밖에 롯데의 자금동원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일본롯데이다. 일본롯데는 그동안 막강한 자금동원력으로 롯데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일본에서 들여온 자금은 모두 50억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6조원대에 이른다. 일본롯데는 주식회사 롯데를 통해 롯데상사, 롯데부동산, 롯데물류, 롯데리아 등을 소유하고 있으며 나아가 서울 롯데호텔과 부산롯데호텔 등도 보유하고 있다.일본롯데의 계열사들도 주식시장에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무현황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주식관련 사이트 <에퀴터블 designtimesp=22471>은 일본롯데에 대해 “2001년 현재 일본 내 100대 기업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지금은 일본에서 돈을 들여올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포스코 정도의 덩치 큰 기업을 인수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일본에서 도움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달리 해석하면 ‘큰 일이 생기면 일본에서 동원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한편 <에퀴터블 designtimesp=22476>은 신격호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갖고 있는 한국과 일본롯데의 주식가치가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부분이 비상장회사라는 점에서 이들 오너일가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동원력도 엄청날 것으로 <에퀴터블 designtimesp=22477> 관계자는 예측했다.돋보기 롯데 공격경영 어디까지유관업종 과감한 진출 … 철옹성 구축 야심롯데의 팽창전략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신격호 회장은 올 들어 “미래전략사업을 남보다 한 발 앞서 발굴하고 신사업을 선점해야 한다”며 “‘유통 관광 전문’이라는 그룹의 지향점을 갖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공격경영을 독려해 왔다.우선 백화점과 할인점에 대한 투자도 계속 적극성을 보일 계획이다. 올해 백화점 3곳과 할인점 12곳이 새로 오픈한다. 다만 뉴코아 일괄 입찰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자금부담이 크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괄입찰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소주사업은 신규진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내놨던 시제품 ‘한송이’의 문제점을 보완해 올 가을쯤에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한 시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전했다.또 호남석유화학은 이미 현대석유화학 인수전에 뛰어들 준비를 갖춘 상태다. 매각일정만 나오면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캐피탈이 준비팀를 꾸려 준비 중인 카드사업도 올 연말쯤이면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홈쇼핑의 경우 ‘유관업종 진출’이라는 맥락에서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수제의가 들어오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롯데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와 ‘부산롯데월드’는 지방자치단체와 조율이 끝나는 대로 애초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전략이다.그러나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돌았던 담배인삼공사 인수설에 대해서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롯데측은 잘라 말했다. 그 이유는 “(신회장이 강조하는) 유관업종이 아니며 여론의 비판을 받아가며 참여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