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여름, 영국의 황태자비 다이애너가 교통사고로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을 때 세상은 그 비극적 죽음 앞에 숙연해지면서 동시에 애인이었던 도디 알 파예드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 했다.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영국 헤롯백화점, 파리 리츠호텔의 실질적인 오너, 모하메드 알 파예드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알 파예드가 소유한 파리의 리츠호텔은 종종 미국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호텔로 꼽힐 만큼 유명한 곳이다.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곳이 돈을 벌기 위해 지어진 것이라기보다 마치 ‘세상엔 이런 곳도 있다’라는 부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생각할 것이다. 그만큼 리츠호텔은 우리들의 상상력을 초월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헤밍웨이 등 유명 문학가들이 즐겨 찾던 곳‘When I dream of afterlife in heaven, the action always takes place at the Ritz Paris.’ 헤밍웨이가 1944년 8월25일, 리츠호텔에 헌사한 말이다. 어네스트 헤밍웨이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1940년대 파리에 머물면서 즐겨 찾던 호텔, 리츠를 설명하기 쉬울 것 같다.그는 이 호텔을 찾아 드라이마티니를 즐겨 마시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아직도 이 호텔엔 그의 이름을 딴 헤밍웨이 바가 존재하면서 그 흔적들을 기리고 있다.사실 헤밍웨이 외에도 스콧 피츠 제럴드나 아니타 루스, 장폴 사르트르, 앙드레 말로, 오스카 와일드, 어윈 쇼 같은 문인들도 즐겨 찾았다. 남성적인 이미지의 이 바는 편안해 보이는 가죽소파가 아직도 낯익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사연이 많기로는 바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코코 샤넬도 이 호텔에서 살다시피 했고, 지금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코코 샤넬이 사용하던 방과 다이닝룸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알 파예드, 거금들여 리노베이션리츠호텔의 역사는 18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호텔이 있기까지 두 사람의 노력을 잊을 수 없는데, 한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따 이 호텔을 설립한 호텔계의 거장인 세자르 리츠.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1979년 리츠호텔을 인수, 오랜 기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리츠를 리츠답게 만든 지금의 소유주 모하메드 알 파예드. 세자르 리츠는 스위스 출신으로, 16세 때부터 호텔에서 일을 시작한 전형적인 호텔맨으로 호텔리어들 사이에선 신화적인 존재다.그의 꿈은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들이 내 집처럼 편안히 묵을 수 있는 꿈의 호텔을 짓는 것이었고, 그것이 지금의 방돔광장에 자리잡은 리츠호텔이다.오픈 당시 세계적으로 이름난 명사들이 줄을 이었고, 수년간 전 객실의 예약이 완료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한 이 호텔은 지금도 전세계의 명사들이 찾고 있다.이집트 출신의 사업가인 모하메드 알 파예드는 영국에 기반을 두고 다국적 비즈니스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헤롯백화점을 소유하고 있기도 한 그는 약 20년 전 리츠호텔을 인수하면서 자신의 스타일로 호텔을 개조하기보다 리츠 본래의 스타일, 전통과 역사를 갖고 우아함과 품격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가장 편안한 공간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그가 리노베이션 기간에 투자한 금액은 약 200억 프랑스 프랑. 경영의 어려움으로 대부분의 호텔들이 세계적인 체인에 가입하는 것과는 달리 이 호텔은 독립적인 호텔로서 럭셔리(Luxury:고급스러운)와 동의어로 불리길 고집한다.일명 ‘리츠스타일’이라고 불리는 ‘Art de Vivre’는 지금도 인테리어와 장식사에서 새로운 유행을 창조하고 있다.175개의 객실(42개의 아파트와 10개의 스위트룸을 포함)의 인테리어가 단 한 곳도 동일하지 않다는 점도 놀랍지만 이를 관리하기 위한 스태프가 500명이 넘는 것만 봐도 리츠의 명성을 재확인할 수 있다.완벽함을 자랑하는 부대시설들객실 외에 가볼 만한 장소로는 파리지엔과 손님들이 가볍게 이용할 수 있는 방돔 바와 리츠의 역사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헤밍웨이 바(헤밍웨이가 그의 아내를 위해 주문했다는 유명한 칵테일인 블러드 메리(Bloody Mary)가 탄생한 곳)를 꼽을 수 있다.또 늦은 시간(오후 8시30분) 오페라나 음악회를 즐기고 들른 사람들을 위해 리츠클럽이 운영되는데 투숙객과 클럽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라이브뮤직과 시가가 제공되고, 패션쇼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는데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다.이 외에도 살롱 루이, 살롱 방돔, 살롱 세자르 리츠 등의 크고 작은 연회장들이 마련돼 있어 고객의 요구에 따른 어떤 행사도 치를 수 있다. 가장 최근엔 우리나라 현대자동차가 신차발표회를 이 호텔에서 열었는데, 그 효과가 대단했다고 한다.또 현재 이 호텔의 세일즈 디렉터로 동양인으로는 드물게 우리나라 사람이 채용돼 이래저래 관심을 끌고 있어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호텔, 리츠가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올 예감마저 든다.◆ Travel Informations1. 위치 : 프랑스 파리의 중심, 방돔광장에 위치해 있다. /주소 15, place Vendome, 7501 Paris /전화(33) 01 43 16 32 99 /www.ritzparis.com2. 부대시설과 이벤트 : 헤밍웨이 바는 매주 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오픈하는데 오후 6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연다. 문학적인 배경 때문에 이곳에선 종종 신간 사인회와 전시회 등의 행사가 열리며 신문과 잡지, 도서 등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또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헤밍웨이를 기억하기 위해서 ‘시가 나이트’(Cigar Night) 행사가 펼쳐지는데 다양한 종류의 칵테일을 함께 맛볼 수 있어 투숙객들은 물론 세련된 파리지엔들의 관심을 끈다.‘에스파동(Espadon) 레스토랑’은 아름답고 우아한 느낌의 인테리어로 파리지엔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시푸드 요리와 다양한 스타일의 메뉴가 제공된다. 가격은 점심메뉴가 56~63유로, 저녁메뉴는 141유로로 2주마다 메뉴가 바뀐다.3. 객실비용 : 더블룸이 580~730유로, 주니어 스위트가 800유로, 스위트가 1,050유로 정도이며 리츠의 주말 패키지 요금은 1,420유로이다.(더불룸에서의 2박과 공항 픽업서비스, 샴페인 1병과 웰컴 칵테일이 무료로 증정되고 아메리칸 스타일의 조식과 리츠 기념품 증정이 포함된다.) 이 가격은 8월31일까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