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교수는 영국 BBC 방송을 택했다. 비록 돈은 다른 곳에 비해 적게 주었지만 부수적인 조건이 좋았던 것이다. 그는 내년 영국 로열아카데미에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었는데 영국 BBC 방송이 10분씩 세번에 걸쳐 그 전시회를 홍보해주겠다는 부수조건을 내걸었던 것이다.양만기 덕성여대 서양화과 교수(38)는 지난 98년 11월부터 건립된 상암 월드컵경기장의 건설장면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찍은 필름을 최근 영국 BBC 방송사에 6,000만원을 받고 팔아 화제를 모았다. 촬영은 미리 계획된 일은 아니었다. 상암경기장이 보이는 서울 성산동 시영아파트에 살면서 얻게 된 행운이었다.이 일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13층 베란다로 나간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하루 담배 두 갑을 피우는 애연가. 먼발치에서 바라본 상암경기장의 터 닦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곧장 16mm 영화카메라를 설치했다. 시간대를 달리해서 하루에 한 컷씩 찍었다. 오늘 오전 9시에 찍었다면 다음날은 오전 10시에 찍는 식이었다.이 일은 상암구장의 터 닦는 모습에서부터 외부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1년8개월간 계속됐다. 물론 촬영을 하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학교 강의도 해야 했고, 개인전시회도 있었기 때문이다. 양교수가 찍지 못하는 날에는 아내 박진경씨(32)가 대신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 위치가 고정돼 있어 촬영에 문외한인 아내가 찍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사실 촬영의 3분의 2는 박씨가 찍은 셈이다. 그래서 양교수는 요즘 아내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낀다.촬영된 분량을 압축해 3분 분량의 영상물을 얻었다.“제 작품의 컨셉은 시간입니다. 매일 시간대를 달리해 찍었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이 잘 나타나죠. 중간중간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는 모습도 더해져 세월이 흘러가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혼자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방송사 PD인 선배에게 필름을 살 방송사를 섭외해 달라고 부탁했다. 국내 여러 방송사에서 판매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각을 국외로 돌리자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여왔다.어느 곳은 1억원 이상을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양교수는 영국 BBC 방송을 택했다. 비록 돈은 다른 곳에 비해 적게 주었지만 부수적인 조건이 좋았던 것이다. 그는 내년 10월 영국 왕실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인 영국 로열아카데미에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었는데 영국 BBC 방송이 10분씩 세 번에 걸쳐 그 전시회를 홍보해주겠다는 부수 조건을 내걸었던 것이다.“영국 로열아카데미에서 전시회를 갖는다는 의미는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BBC와 같은 유명한 방송사가 전시회를 보도한다면 제 명성에도 도움이 많이 되리라 생각했죠.”양교수는 페인팅과 영상, 전자기기를 하나로 합친 영상멀티미디어전자작품 분야에서 주목받는 작가다. 홍익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던 지난 96년에는 국전 대통령 통합대상(현 대한민국 미술전)을 받은 경력도 있다. 현재 압구정동 카이스 갤러리에서 ‘양만기 개인전: 페인팅, 홀로그램, 미디어, 영상설치’를 열고 있다. 이 전시회는 7월7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