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륜구동 지프를 타면 어떤 길이라도 다닐 수 있다는 걸 나타냈어요. 눈 덮인 산꼭대기라도 오를 수 있다는 지프 마니아의 욕망을 표현했습니다."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지프(Jeep) 포스터 광고. 김이 뿌옇게 서려 있는 창문을 캔버스 삼아 멀리 보이는 산 정상까지의 길을 손가락으로 그려낸 듯한 모습이 담겨 있다. 이 광고는 최근 세계 3대 광고제에 속하는 뉴욕페스티벌 포스터 부문에서 금상을, 클리오(Clio Awards)에서 동상을 받았다. 지프 광고를 만들어 우리나라의 발전된 광고 수준을 세계에 널리 알린 주인공은 바로 강최희 BBDO동방 제작팀장(33)이다.“1만~2만점이 출품되는 세계 유수 광고제의 파이널리스트(결승진출)로 선정되는 것 자체를 광고계에선 명예로 생각하죠. 금상과 동상 등 본상까지 받다니 영광입니다.”그는 CF감독, 영화감독 등 다수의 광고영상스타들을 배출해낸 것으로 유명한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출신. 대학 재학시절부터 광고에 관심이 많았던 강팀장은 졸업 후 금강기획에 입사했다. 7여 년 동안 ‘아토스’ ‘마티즈’ 등 자동차부터 ‘라네즈’ ‘에뛰드’와 같은 화장품 브랜드까지 다양한 분야의 광고를 만들어 냈다.“남성이 타깃이며 이성적 느낌의 자동차광고를 제작해 왔어요. 감성의 폭이 좁아진다 싶어서 화장품광고를 많이 만드는 BBDO동방으로 이직했죠. 덕분에 여성의 심리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정보통신이나 패션 부문의 광고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BBDO의 CEO는 광고제에서 상을 받는 것이 곧 제품판매에 기여한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강팀장도 이와 같은 CEO의 철학에 동의한다. 국제 광고제에서는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광고작품의 완성도도 중요시하기 때문에 막판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강팀장의 창의력은 생활 속에서 나온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한다는 그는 길을 걷다가도 간판이 보이면 사색에 잠긴다. 간판제작자의 입장이 돼서 그 업소의 상황과 지리적 위치 등에 어울리는 간판은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본다는 것. 수상한 ‘지프’ 광고의 핵심 아이디어는 제작기한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절박한 상황에서 떠올랐다고 한다. 어느 순간 영감을 받은 듯이 머리 속을 스쳐간 아이디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4륜구동 지프를 타면 어떤 길이라도 다닐 수 있다는 걸 나타냈어요. 눈 덮인 산꼭대기라도 오를 수 있다는 지프 마니아의 욕망을 표현했습니다. 설산이 보이는 김 서린 유리창 앞에 서서 정상으로의 길을 그려낸 거죠. 광고 속에 자동차 제품 자체가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상징적 의미를 담아냈어요. 이 부분을 클리오와 뉴욕페스티벌 심사위원들이 높이 평가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