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점포 창업아이템, 초기투자금 부담 적은 게 '장점'...아파트부녀회와 돈독한 관계 유지해야

“무점포 아동복 판매점을 한번 해보겠다고 아내에게 말을 꺼냈습니다. 처음엔 반대했어요.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하더군요.”서울 강동구, 경기도 분당 등지의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아동복을 판매하는 신경환 ‘리틀짱’ 서울 강동점 사장(39)은 몇 년 전 큰병을 앓았다. 병명은 ‘만성신부전증’. 콩팥이 나빠지면서 빈혈과 고혈압 등 합병증을 일으키는 병이다.신사장에게 이 병이 닥친 것은 36세이던 지난 99년, 한창 일할 나이였다. 당시 그는 가방을 들고 다니며 금은방에 귀금속을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젊었기 때문에 평소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다. 부인 유정순씨(39)가 “건강검진 한번 받아보라”고 충고를 해도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릴 정도였다.어느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부인과 함께 인근 종합병원을 찾은 그는 곧바로 응급실로 실려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생명을 잃을 뻔했다고 의사가 말했죠. 아찔했습니다.”두 달여간 매일 투석을 받았다. 식욕이 없어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힘들었다. 다행히 신장기증자를 통해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2,000만원이 넘는 병원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가족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병원비는 마련했지만,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은 금세 회복되지 않았다. 게다가 2년6개월 동안 일을 못하다 보니 생활비 마련도 어려웠다. 이 때문에 두 번에 걸쳐 작은 평수의 집으로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부인의 지극한 병간호 덕택인지 건강은 나날이 좋아졌다. 하지만 너무 오래 쉬다 보니 당장 생활비가 아쉬웠다. 지난 4월 창업을 결심하고 이리저리 둘러보다 ‘무점포 아동복 판매점’이란 아이템이 그의 눈에 띄었다.유명 메이커 아동복, 절반값에 판매“일단 부담해야 할 자금이 적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자동차와 보증금 1,000만원만 있으면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보증금은 작은 전셋집으로 옮기며 남은 돈으로 충당했다.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던 부인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남편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 불안했기 때문이다.여러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목 좋은 자리를 잡고 아동복을 팔기 시작했다. 부부가 같이 합심해 열심히 일한 대가는 매출증대로 돌아왔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올린 매출은 1,500만원이 넘었다. 5월에는 2,000만원을 넘게 팔았다.유명메이커 아동복을 시중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판 것이 주효했다고 신사장은 설명했다. 판매가격은 3,000원~1만원이 주종이다. 또한 점포가 없어도 되기 때문에 운영비 부담도 적었다.신사장이 이 사업을 하는 데 소요된 비용은 1,600만원이다. ‘리틀짱’ 정회원에 가입하는 데 1,000만원이 들었고, 상품을 운반할 차를 구입하는 데 600만원을 썼다.하루평균매출액은 80만원 선으로 한달매출은 2,000만원 가량이다. 여기서 상품구입비와 차량유지비 등 비용을 제외하면 한달평균순이익은 250만원 선이다.리틀짱 본사는 정회원 및 준회원 제도를 두고 있다. 정회원은 물품보증금으로 1,000만원을 지불하고 매출액의 15%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 반면 준회원은 보증금이 500만원으로 적은 대신 수익은 매출액의 10%로 낮아진다.정회원과 준회원 모두 아파트부녀회에 소개비로 지불하는 돈이나 상품을 진열할 천막 등은 본사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 부담이 적어 초기 투자금에 비하면 순이익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점포가 없다 보니 비 오는 날에는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젊은 주부층 많은 아파트단지 공략해야신사장이 상품을 판매할 아파트로 출발하는 시간은 오전 9시. 아파트에 도착해 진열하는 데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일을 마치는 시간은 해가 질 무렵인 오후 7시쯤이다.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으면 바빠서 점심도 못 먹을 정도다.현재 일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장사를 하지만 앞으로 ‘토요격주근무’를 할 생각이다. 레저붐이 일면서 토요일에는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올 겨울에는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겨울옷이 여름옷보다 비싸 그만큼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알뜰장을 선호하는 풍토가 생기고 있습니다. 질 좋은 상품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죠.”이 사업은 젊은 주부층이 많이 사는 아파트단지를 공략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판매장소 제공자인 아파트부녀회와 돈독한 관계를 갖는 데에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 주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유명브랜드 제품을 구색하고 있다는 점도 홍보에 빠져선 안될 요소.“아내에게 항상 사랑한다고 속삭입니다. 지금껏 제 병간호하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늘 지금처럼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일 것 같아요.” (02-577-8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