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계 ‘최고 직업’… 맨손으로 수백억 이익 남기기도
부동산 경기가 상승세를 타면서 부동산 디벨로퍼가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디벨로퍼는 부동산 상품의 용지구입, 상품기획, 설계, 시공, 마케팅, 분양, 입주, 정산, 사후관리까지 총괄업무를 수행하는 부동산 개발 전문가. 한때 ‘부동산 컨설턴트’가 신종 직업으로 주목받았던 것처럼 부동산 디벨로퍼도 최근의 개발 붐과 더불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부동산 디벨로퍼는 ‘부동산업계에서 최고로 고부가가치화된 직업’으로 통한다.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기발하면서도 실효성 높은 아이디어, 남다른 기획력이 디벨로퍼의 필수요건이다. 물론 이에 앞서 경기흐름을 정확히 읽어내는 심미안을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고가의 부동산 상품을 다루면서도 자금력보다 ‘머리’와 ‘감각’이 우선인 셈이다.디벨로퍼는 2~3년을 훌쩍 넘기기 일쑤인 오랜 사업기간 내내 공정 하나하나를 돌보는 ‘매니저’ 역할을 한다. 또 설계, 시공, 마케팅 등 하나의 부동산 상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순조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도 해야 한다.그러므로 각 분야에 두루 박식해야 하며 실전 경험도 풍부해야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다. 개발할 땅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성공확률은 지극히 낮은 고난도 영역이 바로 부동산 디벨로퍼의 세계다.IMF 위기 이후 디벨로퍼 역할 급부상성공한 부동산 디벨로퍼는 흔히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아이디어 하나로 엄청난 부를 창조해내기 때문이다.미국의 부동산황제 도널드 트럼프도 아이디어로 성공한 대표적인 디벨로퍼다. 슬럼화 위기에 빠진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스타마케팅을 도입, 단숨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일화는 유명하다.월가의 고소득 신세대를 위해 초고층ㆍ최첨단아파트를 공급해 히트를 친 것이나 뉴욕 5번가의 68층 트럼프타워를 ‘미국의 명소’로 만든 것은 부동산 개발사업의 모범답안으로 평가받는다. 지하 1층에서 5층까지 고급 쇼핑몰, 6층에서 20층까지 오피스, 21층 이상에 고급맨션을 구성한 트럼프타워는 하루 수십만명이 방문하는 것은 물론 상층부 맨션에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 저명인사들을 입주시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미국에서 부동산 디벨로퍼는 상류층 직업으로 인식돼 있다. 특히 도시 단위 부지를 개발하는 랜드 디벨로퍼, 주거시설 전문인 하우징 디벨로퍼, 상업시설 전문인 커머셜 디벨로퍼 등으로 세분화돼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조하고 있다.이에 비하면 국내는 아직 ‘태동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IMF 위기 이후 건설업체의 업무구조가 변화하면서 전문 디벨로퍼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 것이 기반이 됐다. 여기에 금융권의 부동산 개발사업 참여가 늘면서 비로소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국내에서는 신영의 정춘보 사장, 도시와사람의 김한옥 대표 등이 ‘최고 디벨로퍼’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정사장은 IMF 위기 이후 부동산 개발사업만으로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세심한 사업관리와 한 발 앞선 기획력이 강점이라는 평이다. 김대표는 고급 주상복합 열풍의 주역으로 꼽힌다. 이미 10년 전부터 주거용 오피스텔을 기획, 이 분야에 관한 한 독보적 실력가로 인정받고 있다.“대박 터뜨릴 확률 5% 미만”부동산 디벨로퍼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도’(正道)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학문적 소양을 쌓는 것이 개발사업 수행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실전 경험을 쌓는 것 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게 현역 디벨로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풍부한 실전 경험이야말로 가장 좋은 ‘교재’라는 이야기다.이정우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학교 또는 사설기관에서 부동산을 공부한 인력들이 실전 경험을 갖추지 않은 채 스스로 부동산 디벨로퍼라고 자처하는 것은 대단한 착오”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부동산 개발사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만큼 개발이익이 상당히 큰 반면, 항상 법률ㆍ경제ㆍ기술적 위험부담이 도사리고 있다. 어느 한 부분을 소홀히 할 경우 사업성패는 물론 기업의 존립 여부마저도 위협받게 된다”고 강조했다.신영 정춘보 사장도 “대박의 꿈을 꾸는 이들이 시행사를 만들어 시장에 참여하곤 하지만 성공확률은 5% 미만”이라고 말했다. 긴 사업기간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예상 밖의 변수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곧장 실패로 연결된다는 것이다.분양ㆍ마케팅 대행업과 부동산 개발사업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 개발의 A부터 Z까지 수행할 능력이 없다면 부동산 디벨로퍼로 부를 수 없다는 의견이다.디벨로퍼는 때로 내외부적 변수에 의해 법적 제재를 받기도 한다. 최근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던 MDM의 문주현 사장은 분당 트리폴리스, 판테온리젠시 등을 성공시켜 디벨로퍼로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고 말았다. 디벨로퍼의 역할과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다.이승우 씨드50 사장은 “이익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끌고 가는 경우 십중팔구 실패한다”면서 “개발사업을 원하는 수요자는 전문디벨로퍼의 도움을 먼저 받는 것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돋보기 / 부동산 디벨로퍼 얼마나 버나분양 성공하면 총사업비 10% ‘거뜬’신영의 정춘보 사장은 “그동안 얼마나 벌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 가장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상품을 남긴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곤 한다.황무지나 다름없는 땅을 첨단 주거시설로 변모시켰을 때, 엄청난 개발이익이 남는 것은 당연지사다. 직접 땅을 매입해 사업 전 과정을 시행할 경우 최소 10% 이상의 수익을 본다는 게 통설이다. 예를 들어 5,000억원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프로젝트라면 90~100% 분양시 500억~600억원 정도 남는다는 것.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시행 초기부터 금융권의 자금을 끌어오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을 이용한다면 자기자본 없이도 수백억원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게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최근 금융기관의 부동산 개발사업 참여가 늘고 있어 무형자산인 아이디어와 기획력만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이익을 남긴 디벨로퍼가 여럿 나왔다.정사장은 “개발사업은 숫자의 마술”이라는 말로 매력을 설명했다. 숫자 대비에 따라 엄청난 이익이냐, 손해냐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고위험 사업이기에 성공확률도 낮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