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10년이 됐다. 지난 10년 동안 한ㆍ중관계에 실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중에서도 중국이 고도성장을 이룩해 이제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을 뿐만 아니라 명실공히 세계경제 대국의 반열에 우뚝 올라선 것이 돋보인다.앞으로 중국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자연스럽게 한ㆍ중관계도 빠른 속도로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중국의 경제발전과 한ㆍ중간의 관계진전에 있어 현시점에서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동안 간헐적으로 논의돼 온 중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최근 들어 다시 부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현재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를 비롯한 거의 모든 연구기관들이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특히 골드만삭스의 경우 자사 기준으로 중국이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해 주목됐다.이미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규모는 상당히 크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으나 국제 금융기관들은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이 4,800억달러(약 57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환위기 초기 당시 국내 금융기관들의 300조원, 현재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들의 372조원에 비해 월등히 큰 규모다.일단 부실채권 규모로 본다면 충분히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관들은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위기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실제 발생여부와 관계없이 중국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부실채권이 줄어들지 않으면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렇다면 실제로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리스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로 진단해 본다.모리스골드스타인은 한 나라의 위기 가능성을 단기적인 채무이행능력을 보는 단기통화방어능력, 중장기적 위기방어능력에 해당하는 해외자금조달능력과 국내저축능력, 자본유출가능성을 보는 자본유입의 건전도, 그리고 경제의 거품 여부를 알 수 있는 자산 인플레 정도 등 5가지 기준으로 판단한다.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400억달러를 넘어 단기적인 통화방어능력은 충분하다. 매년 경상수지흑자가 200억달러를 넘으며, 외국자본 유입이 순조로운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위기방어능력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아직까지 경제시스템에 대한 중국정부의 통제력이 강해 자본유출이나 자산 인플레 문제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 농후문제는 시계열(時計列) 자료로 놓고 보면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WTO 가입과 자본ㆍ외환자유화일정, 중국 내 외국인의 경제비중이 높아질수록 경제시스템에 대한 중국정부의 통제력은 갈수록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점을 고려해 일부에서는 중국정부가 조만간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정부는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과 대규모 실업문제로 정치적으로 압박당하고 있다. 경제성장전략에 있어서도 99년 하반기부터 내수시장을 겨냥해 추진해 온 경제대국형 성장모델이 아직까지 본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단계다.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부실채권과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을 증대해야 하는 차원에서 위안화를 평가절하해야 한다는 시각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대부분 중국의 수출상품은 품질, 디자인, 기술과 같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함에 따라 가격(환율)경쟁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해야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수 있는 시장여건이 뒤따라 주느냐 하는 점이다. 여러 가지 시각이 있으나 앞으로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경우 과도기적인 단계인 복스바스켓시스템보다 자유변동환율제로 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중국은 외환보유고만 하더라도 2,400억달러가 넘을 정도로 외환사정이 풍부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를 시장에 맡길 경우 풍부한 달러화 가치는 절하되고 위안화 가치는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만약 중국정부가 이런 시장여건을 무시하고 정치적인 목적에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경우 헤지펀드로부터 집중적인 환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풍부한 외환사정을 이용헤 헤지펀드들의 환투기가 있다 하더라도 이것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물론 환투기 규모가 얼마인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이나 현재 헤지펀드들의 자금력과 레버리지 투자성향(증거금 대비 총투자가능금액)을 감안하면 중국의 외환시장이 풍부하더라도 환투기를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헤지펀드 전문자문업체인 헤네시그룹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의 투자 원금 규모만 6,0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자산유동화법 도입 등 대응책 마련 나서최근 중국정부도 이 같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금융위기 가능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특히 부실채권의 심각성을 인식해 우리나라가 위기극복 과정에서 부실채권 처리에 상당한 효과를 거둔 자산유동화법을 도입해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해 나가고 있다.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의 금융위기 문제가 앞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국 내부적으로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해결할 수 있는 좀더 강도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중국이 금융위기를 겪는다면 어떤 형태를 띨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한 나라의 금융위기는 ‘유동성 위기→시스템 위기→실물경제 수축단계’의 수순을 거친다. 과거 금융위기국의 경험을 토대로 본다면 개도국들은 유동성 위기에서, 선진국들은 시스템 위기 단계부터 시작된 것이 관례다.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제시될 수 있으나 앞으로 중국이 금융위기를 겪는다면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시스템 위기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중국정부가 금융위기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해결에 가장 먼저 칼을 들이대기 시작한 이유다.우리나라는 어떤 입장을 견제해야 하나. 일부 시각처럼 중국과의 관계를 가능한 한 작게 가져가는 것이 전염효과(Tequila Effect)를 줄이는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으나 중국의 잠재력과 동북아 질서의 향방, 한ㆍ중관계를 감안할 때 오히려 지금까지 중국과 논의해 온 협력문제를 조기에 매듭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따라서 한국과 중국이 수교된 지 10주년을 맞은 현시점에서 그동안 논의돼 왔던 통화협력 방안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심으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양국간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schan@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