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80여개국 7,000여지점, 자산규모 904조원...한국지사 성장속도 눈부셔

조선말기인 1897년, 제물포(지금의 인천)에 한 외국은행의 지점이 들어섰다. 바로 영국인들이 운영하는 ‘홍콩은행’이었다. 한반도에 진출한 최초의 외국계 은행이었으나 아쉽게도 1920년대 문을 닫았다. 60여년이 지난 1982년 이 은행은 다시 부산항에 상륙했다. 현재 국내에서 ‘홍콩상하이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영국계 은행 HSBC은행(www.kr.hsbc.com)과 한국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재개됐다.그후 HSBC은행은 84년 서울에 입성하면서 본격적인 한국 금융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점, 압구정점, 분당점, 서초점, 방배점, 광장점까지 현재 모두 8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기존 영업은 물론 소매금융에까지 뛰어들었다.지난 99년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무역서비스 부문에서 ISO9002 인증도 획득했다. 지난해 총수신액이 1조6,000억원을 넘어섰고, 여신 규모 역시 1조7,000억원을 훨씬 웃돌았다. 자산규모도 4조1,000억원이 넘었다. 이는 98년 실적의 2배 가까운 수치로 HSBC은행의 한국에서의 빠른 성장을 반영한다.소매금융도 99년 삼성점을 개설하면서 시작돼 제법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고객이 전세계 100여 나라에 설치돼 있는 35만여개의 현금인출기를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글로벌 뱅킹 네트워크도 구축했다.글로벌투자상품, 타깃마케팅 돋보여주종규 HSBC은행 한국지사 이사는 “국내 은행보다 한발 앞선 금융상품과 서비스에 집중 투자해 단기간에 성과를 올렸다”며 “그결과 국내 은행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주이사가 손꼽는 글로벌 금융상품은 ‘정기투자적금’. 지난 4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이 상품은 투자자 개인의 성향과 자금계획에 맞게 국내는 물론 해외의 다양한 펀드로 자유롭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만큼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이사는 “미국 401k 펀드와 비슷하다”며 “그동안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개념의 펀드투자상품”이라고 덧붙였다.‘주택담보대출’ 역시 자랑거리다. 국내 최초로 근저당 설정비와 수수료를 없앤 부동산 담보대출이란 점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주이사는 “지난해 2월 신규 고객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에게까지 인하된 금리를 적용했다”며 “금리가 약 6.3%로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지난해 11월부터 판매하는 ‘차이나펀드’와 지난 5월 이를 업그레이드한 ‘차이나플러스펀드’ 역시 인기 상품. HSBC 차이나플러스펀드는 펀드의 83%를 신용등급 A 이상의 해외 우량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을 성장성 있는 중국의 유망기업 펀드에 투자한다. 안정성과 고수익성을 동시에 겨냥한다는 얘기다. 성장성 높은 중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착안한 상품이다.상품 못지않게 고객서비스도 차별화하고 있다. VIP고객을 겨냥한 이른바 ‘금관클럽’을 운용하고 있다. 대상은 5,000만원 이상의 예금고객과 1억원 이상의 대출고객이다. 대출고객에게까지 VIP서비스를 확대한 점이 주목된다.회원 개인을 전담하는 퍼스널뱅커가 고객의 상황과 요구에 맞는 예금상품, 투자상품 및 대출상품을 추천한다. 회원의 자산 규모와 투자목적, 그리고 투자기간에 적합한 최적의 전략을 수립해 예금 및 투자상품 운용상담 및 효과적인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무료 금고대여서비스를 비롯해 회원 전용공간 제공, 문화행사 초대, 멤버십 계간지 발송 등 다양한 서비스도 자랑거리다.뱅킹시큐리티 역시 돋보인다. HSBC은행 통장에는 개인의 서명이나 인장을 찾아볼 수 없다. 위조방지 차원에서 자외선 서명감식시스템을 도입해 각 영업점 창구의 감식기를 이용해야만 서명란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금고 이용시에도 국내 시중은행과는 달리 신분증 확인, 고객 비밀번호 입력, 고객 보유키와 은행 보유키로 열린다.직원 모두 1년에 30일까지 휴가토착화 전략의 일환으로 사회공헌사업도 벌이고 있다. 국립국악진흥원이 주최하는 ‘우수 국악교육 연구 공모제’에 매년 3,000만원을 후원한다. 사내 지역사회 봉사모임인 ‘함사회’(함께하는 사람들)에서는 매주 토요일 고아원을 방문한다. 이 밖에 불우이웃과 심장병어린이를 돕기 위해 바자회나 일일호프 등도 열고 있다.현재 HSBC은행 한국지사에는 450명의 직원이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항공사와 호텔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점도 독특하다. 서비스의 차별화는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보다도 직원들의 역량에 있다는 판단에서 이루어진 채용전략이었다. 직원 470명 중 286명(61%)이 여성일 만큼 채용과정에서 남녀차별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직원이 만족할 때 고객만족도 실현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이들에 대한 복지시스템도 남다르다. 우선 1년에 최장 30일까지 휴가를 쓸 수 있다. 매년 8월이 되기 전 전체 휴가의 절반 이상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조항까지 있다. 휴가일수가 많은 만큼 업무대행자를 지정하는 백업시스템도 갖췄다.직원들간 팀워크 강화를 위한 ‘버디’(Buddy)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직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지원해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빨리 적응하도록 한 교육시스템이다.모기업인 HSBC그룹은 세계 80여개국에 7,000여개의 지사 및 사무소를 두고 있다. 보유자산규모만 904조원에 달한다.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HSBC그룹은 증가하는 중국과 유럽간의 무역거래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865년 홍콩에 설립된 홍콩ㆍ상하이은행(홍콩은행)으로 출발했다. 현재는 HSBC은행을 비롯해 HSBC인베스트먼트 뱅크, HSBC포페이팅, HSBC보험중개사 등 27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소매금융, 기업금융, 증권, 보험 분야에서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성장했다.99년 말 모든 계열사의 이름을 HSBC로 통일시켰다.현재 HSBC은행 한국지사를 총괄하는 존 블랜손(John Blanthorne) 대표는 영국출신으로 지난 72년 HSBC그룹에 입사한 이래 기업금융, 여신업무, 무역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홍콩,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프랑스 등지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국제금융통이다. 그는 “올해에도 고객 개개인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금융상품과 각종 펀드 등을 개발해 소매금융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