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는 이탈리아 가수들이 우리 노래를 표절했다고 야단법석을 떨더니 이번에는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이 일본 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했다며 왁자지껄하다. 관계자는 “포맷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이 돼 있으므로 불법이 아니다”고 해명을 했다지만 불법, 합법 여부를 떠나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 것을 그대로 본뜬다는 게 못내 씁쓸하다. 하기야 우리 방송이 일본 것을 베낀 게 어디 한두 번인가.몇 해 전에는 우리나라 영화가 일본의 만화를 똑같이 베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잠수함이 등장하는 <유령 designtimesp=22711>이 그것으로, 영화 속 몇몇 장면에서 가와구치 가이지의 만화 <침묵의 함대 designtimesp=22712>에 삽입돼 있는 상황설정이 그대로 재연된다. 잠수함 ‘유령’이 적 잠수함을 제압하는 과정은 아이디어를 빌려 온 대표적인 장면이다.<침묵의 함대 designtimesp=22716>에서 천재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가이에다 함장의 초고성능 원자력 잠수함 ‘시 배트’는 적 잠수함을 실로 놀라운 전술로 파괴시킨다. 먼저 적 잠수함의 항로를 면밀히 계산한 다음 안테나 케이블을 늘어뜨린 채 길목에 숨어 기다린다. 적 잠수함이 예상한 항로로 온다.적 잠수함의 프로펠러에 ‘시 배트’의 안테나 케이블이 걸려 드르륵 말리게 된다. ‘시 배트’는 적 잠수함을 끌고 심해로 잠수해 내려간다. ‘시 배트’보다 잠수 한계 깊이가 얕은 적 잠수함은 파괴되고 만다.이런 전술은 <유령 designtimesp=22721>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에서 참으로 못마땅했다.첫째는 물론 일본 것을 베꼈다는 것. 새삼 되풀이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본다.둘째, 과학적으로 터무니없는 상황설정을 베껴 왔다는 것이다. 세상 천지에 적 잠수함을 이리저리 끌고 다닐 만큼 강력한 안테나 케이블이 어디 있는가. 철사로 자동차를 끌고 다니는 격이다. 아이디어가 하도 그럴싸하게 보여 그대로 빌려 온 모양이지만 이건 마치 옆자리 학생의 틀린 답을 그대로 커닝한 거나 다름없다.셋째, <침묵의 함대 designtimesp=22728>가 다분히 일본 보수 우익의 주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네들 때문에 치 떨리는 36년 세월을 보냈던 나라의 영화가 하필이면 제국주의의 망상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일본만화를 베끼다니. 아무리 양보해도 불쾌할 뿐이다. 제작진은 “제작 초기부터 <침묵의 함대 designtimesp=22729>를 참고했다고 밝혔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일본은 지금 허물어지고 있다. 미국 역시 갖가지 사건으로 고욕을 치르고 있다. 세계화가 우리의 나아갈 바임에는 틀림없지만 줏대 없는 세계화는 공염불일 뿐이다. 일본을 배우고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심지만은 끝내 놓지 말아야 한다.외국 것, 특히 일본 것을 그대로 베껴 돈푼이나 챙기자는 장삿속은 과연 언제쯤이나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될까.불쾌한 기억일랑 후딱 잊어버리고 최근 다시 등장했다는 김삼 화백의 걸작 만화 <강가딘 designtimesp=22736>이나 봐야겠다.이주의 문화행사검은 수사8월30일(금)~9월5일(목)/ 평일 오후 8시, 토ㆍ일요일 오후 6시/ LG아트센터/ 전석 4만원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호프의 미스터리 단편소설 <검은 수사 designtimesp=22749>는 연극화가 불가능하다고 인식돼 왔다. 소설 특유의 서술적 화법이 함축적이기 때문.러시아의 세계적 연출가 카마 긴카스는 과감하게 이 작품을 무대 위로 불러냈다. 연극화된 2000년 골든마스크상의 최고연출가상과 발틱하우스 페스티벌의 최고작품상 등 러시아의 권위 있는 상을 휩쓸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이번 작품에서도 긴카스는 파격적인 무대연출을 선보인다. LG아트센터의 1층과 3층은 비워둔 채 2층 객석 발코니에만 특수무대를 설치했다. 전체 1,200여 객석 중 2층의 200여석만 객석으로 사용되는 것. 관객은 어둠 속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러시아어로 공연되며, 한국어 동시통역 청취기가 제공된다. (02-2005-0114)뮤지컬 ‘갬블러’ = 9월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일본 순회공연에서 호평을 받은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뮤지컬. 허준호, 남경주, 최정원 등 출연. (02-577-1987)풋 루스 = 9월29일까지 연강홀. 보수적 도시를 춤과 음악의 도시로 바꾼다는 내용.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한국판 공연. (02-766-8551)청혼 = 9월29일까지 배우실험실. 청혼 도중 땅 문제로 다투는 남녀와 이웃.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연극. (02-3675-5092)꽃을 든 남자 = 9월8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99년 동아신춘문예 당선작인 <달빛유희 designtimesp=22768>를 토대로 수정, 보강된 작품. 꽃을 든 남자 ‘덕이’와 삽을 든 남자 ‘봉이’의 숨은 진실 찾기. (02-764-8760)류연희전 = 8월28일까지 목금토 갤러리. 양동이, 함지박, 물동이, 커다란 물주전자가 소재로 사용된 개성 있는 전시회. (02-764-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