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북새통 여름휴가와 폭우로 인한 물난리로 얼룩진 지난 한 달간, 집중적으로 전파를 타며 사람들의 지친 심신을 위로해준 상큼한 여름노래가 있다. 성시경의 2집 타이틀곡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가 그것. 아니,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다.성시경 2집을 다룬 기사마다 언급했지만 그래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시원한 분수에서 물을 튀기며 ‘이보다 더 상큼할 수 없는’ 미소를 띠는 이나영의 모습이 떠올라 한 번 더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린 제법… designtimesp=22711>이 배경음악으로 쓰인 라네즈 CF 말이다(현재는 같은 모델의 다른 CF가 방송중이다).음반이 나오기 전에 이미 CF에서 익숙해진 멜로디니 음반이 나오고 처음 들을 때부터 친숙한 느낌인 건 어쩌면 당연하다. 게다가 이 여름에 잘 어울리는 라틴리듬에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성시경의 음색이 더해졌으니 인기가도를 달리는 건 예정된 수순 같다.지난해 브라운아이즈와 함께 최고의 신인으로 꼽히며 당당히 신인상을 거머쥐었던 성시경. 데뷔 첫해에 성공가도를 달린 신인가수나 연기자, 스포츠스타들이 두 번째 음반, 드라마ㆍ영화, 다음 시즌에서 바로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 생긴 용어 ‘소포모어징크스’(Sophomore Jinx), 즉 ‘2년생 징크스’는 그의 거침없는 인기행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지난해 ‘생짜 신인’으로서는 드물게 과감히 단독 콘서트를 개최해 성공을 거둔 경험은 올 여름, 전국 투어라는 2년차에게는 버거울 수도 있는 대형 프로젝트로 업그레이드됐다. 이미 지난 8월9~11일 서울 공연과 15일 대전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고, 오는 8월31일 경기도 공연(경기도 문화예술회관)과 9월14일 전주 공연(전북대 삼성문화관) 등을 남겨놓고 있다.과감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다는 얘기고, 라이브콘서트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가 TV 출연에 있어 ‘뒤로 빼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건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각종 오락프로의 맹활약에서 드러난 바 있다.이미 20만장 이상 판매됐다고 소문이 자자한 성시경의 2집 은 ‘사랑의 멜로디’라는 음반타이틀답게 첫사랑의 설렘과 이별의 아픔 등 그야말로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에 관한, 사랑을 위한’ 감미롭고 달콤하고 아기자기하면서 속이 꽉 찬 소품들로 빼곡하다.윤종신, 김형석, 강현민, 박근태, 박승화, 나원주, 유희열, 주영훈, 김조한 등 음반에 참여한 선배음악인들의 화려한 면면은 이번 음반의 성공열쇠 중 하나다.이 선배음악인들은 그 이름값에 걸맞은, 그리고 성시경이라는 후배가수의 음색과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한곡한곡을 선사해주었고, 성시경은 한층 여유롭고 깊어진 음색으로 이 곡들을 소화하고 있다.전반적으로 발라드 위주로 채워진 건 데뷔음반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같은 발라드라도 R&B풍, 재즈풍, 팝발라드풍 등으로 조금씩 스타일이 다르고 미디엄템포, 업템포의 가벼운 댄스곡의 비중이 좀더 높아졌다.무엇보다 한곡한곡 정성스럽게 다듬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점에서 그의 ‘한 뼘 더 자란 음악의 키’를 느끼게 한다. 특정한 어느 한 곡을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처음처럼’처럼 ‘귀에 쏙’ 발라드라면 윤종신 곡 ‘넌 감동이었어’를, ‘2% 더 채운’ 깊은 맛이라면 유희열 곡 ‘Happy Birthday to You’와 윤영준 곡 ‘좋을텐데’가 뇌리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