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가진 임신 중의 여성은 힘들고 괴롭다.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육아와 씨름하느라 편할 날이 없지만 출산 전까지는 아기와 본인 두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신경 써야 하니 하루 24시간을 피로와 긴장 속에서 지내야 한다.임신 중의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는 커리어우먼이라면 고통지수는 더 높아진다. 일도 일이지만 출ㆍ퇴근길에 북적이는 전철, 버스에서 시달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일본에서는 이 같은 여성들의 말 못할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한 이색상품이 최근 등장, 소리 소문 없이 화제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임신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초기에 임신사실을 자연스럽게 외부인들에게 알려줌으로써 주위의 ‘배려’와 ‘보호’를 유도하는 상품이다.‘BABY in ME’(아기를 가졌어요)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이들 상품은 다카시마백화점의 요코하마점에서 지난 6월 말 첫선을 보인 이후 판매량이 쑥쑥 늘고 있으며, 고객들이 고리에 꼬리를 물자 백화점마다 앞다퉈 매장설치에 나서고 있다.‘BABY in ME’의 이름으로 현재 나와 있는 상품은 티셔츠, 휴대전화 줄, 열쇠고리, 스티커, 배지 등 5종에 이르고 있다. 예를 들면 티셔츠의 경우 ‘임신 중입니다. 예쁘고 건강한 아기를’이라는 영문메시지를 임산부를 의미하는 일러스트와 함께 프린트해 넣은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개당 최저 400엔(스티커)에서 최고 2,700엔(티셔츠).고객늘자 백화점 앞다퉈 매장 설치판매단가도 그다지 높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낯선 상품이라 백화점측의 기대도 크지 않았지만 고객들의 호응은 뜨겁게 나타나고 있다. 다카시마야백화점은 이들 상품을 출산, 육아용품 매장에서 취급 중이지만 고객의 약 10%가 남성들일 정도로 폭넓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매장 관계자는 “임신 중인 부인이나 친척의 건강을 걱정하는 남성들이 특히 관심과 배려의 표시로 많이 사간다”고 귀띔했다.인터넷상에서도 이들 상품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상품을 고안해낸 프리랜서 작가 무라마쓰 준코씨는 “자신이 자주 들르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이들 상품이 월 평균 200점 이상 팔린다”며 “고객의 20~30%는 남성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BABY in ME’ 상품은 병원에서도 인기상품으로 자리를 굳혔다. 삿포로와 아키다, 시즈오카 등 일본 지방도시의 7개 병원에서는 임신을 축하하는 표시로 임산부들에게 이들 상품을 선물로 애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무라마쓰씨가 이들 상품을 착안하게 된 것은 친구가 임신 초기에 전차 안에서 겪었던 한 가지 해프닝이 직접적 동기가 됐다. 빈혈로 고통스러워하는 친구를 두고 주위에서 술을 많이 마신 후유증 때문으로 잘못 알고 빈정대는 듯한 시선을 보냈기 때문.무라마쓰씨는 “직장을 가진 여성으로서 주위 사람들이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자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볼 때가 무엇보다 힘들었다”는 친구의 말에서 상품화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이다.힘들고 어려워도 주위에 터놓고 말하기 힘든 임신 초기 여성들의 마음을 헤아려 등장한 ‘BABY in ME’ 상품. 상품화를 생각해낸 사람도 여성이고, 이용고객도 여성이지만 임신 중의 여성은 누구보다 앞서 보호하고 감싸줘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에 힘입어 당분간 판로가 빠른 속도로 넓어질 것 이라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관측이다.다카시마야백화점은 고객들의 호평이 잇따르자 요코하마에 이어 도쿄 도심의 니혼바시와 신주쿠 점포에서도 이들 상품을 취급하기로 했다.양승득·한국경제 도쿄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