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보글 지음/강남규 옮김/국일증권경제연구소/2002년/384쪽/1만5,000원

딱딱하고 거친 베이글과 부드럽고 달콤한 도넛 중 하나를 고른다면?. 저자의 선택은 거칠지만 영양이 풍부한 베이글이었다.저자 존 보글은 미국 투자회사 뱅가드그룹의 설립자이자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뮤추얼펀드에 관한 최초의 논문 발표자라는 명예와 함께 프린스턴대학을 2등으로 졸업했고 회사설립 후에도 다양한 펀드를 만들어 운용해왔다.증시호황과 함께 찾아온 뮤추얼펀드의 성장은 저자에게 그저 불안한 움직임에 불과했다. 시장의 활기에 따라 펀드수익률은 급격히 좋아졌지만 뮤추얼펀드 자체로는 결함을 안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따라서 뮤추얼펀드의 성장과정과 문제점 등을 짚어 바람직한 투자원칙을 제시하는 게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베이글과 도넛의 이야기는 서두에 등장해 주제를 이끌어내는 키워드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designtimesp=22760> 칼럼니스트 윌리엄 서파이어의 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부드럽고 달콤한 도넛이 베이글에 비해 먹기는 좋지만 비만을 불러일으키는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서파이어가 이를 미국인들의 일상생활 문제에 비유해 쓴 칼럼을 읽은 저자는 이를 펀드에 빗대 효과적으로 투자의 원칙을 풀어내려 한 것이다.특히 저자는 뉴밀레니엄시대에는 ‘베이글형 펀드’와 ‘베이글형 투자자’가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절충형이 아닌 정통 베이글형 투자만이 경기침체를 맞은 이 시대 투자자의 자세라고 역설한다. 최근 베이글을 구워 부드럽게 하고 과일을 넣어 달콤함을 가미한 것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도넛을 닮아가는 절충은 투자에서만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남보다 앞서 나갈 때 자신의 성공교훈을 잊지 말고 추가 득점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이 같은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저자는 뮤추얼펀드의 결함을 언급하며 인덱스펀드의 효용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수익을 올려주는 금융수단으로 소개됐던 뮤추얼펀드들은 경기호황에 힘입어 크게 부각된 면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투자비용을 고려한다면 이들 펀드의 결함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흥미로운 것은 ‘올해의 펀드매니저’의 허구를 밝힌 대목이다. 금융정보회사 모닝스타는 매년 올해의 펀드매니저를 선발하는데 지난 97년의 경우 ‘스타’로 선정되기 직전까지 눈부신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매니저들이 선정 직후에 이렇다할 수익률을 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저자가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오히려 인덱스펀드. 몇몇 종목으로 단기적인 이익을 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종목이 반영된 인덱스펀드들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여기서 비롯된 저자의 투자원칙 중 하나가 ‘단순성’이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총 4가지의 투자원칙을 제시하는데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과 어울리라는 단순성의 원칙이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저자는 이 단순성을 포함해 집중성과 효율성, 성실성을 지금 투자자들이 가져야 할 원칙들로 꼽았다.존 보글이 말한 투자의 원칙 네 가지는 어쩐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기존의 투자전문가들의 비결이 담긴 책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과한 욕심보다 성실하고 집중적인 노력으로 운영해 나가야 하는 ‘인생펀드’의 투자원칙과 닮아서일 것이다. 부드러운 도넛보다 딱딱하지만 영양가 높은 베이글이 인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일본서평 시간 마케팅시간은 정말 돈이다● 다케모토 마사히코 지음/중앙경제사/2002년/223쪽/2,500엔조금 있으면 우리나라에도 일본의 신칸센처럼 고속열차가 등장한다. 그때가 되면 승객들은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작게는 개인적으로, 그리고 크게는 국가 경제적으로 2시간 단축의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항공기보다 느리지만 수송능력과 안정성을 첨가시키면 그 효과는 항공기에 비교할 바가 아닐 것이다.자, 뻔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고속열차와 일반 열차의 이러한 차이점은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좀더 안락한 열차시설? 열차 내 고품격 서비스? 사람에 따라서 이런 것이 차이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것은 양념일 뿐이다. 그 핵심은 시설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바로 시간이다. 시간의 단축, 즉 스피드에 있는 것이다. 승객들은 2시간 단축이라는 상품을 비싼 가격에 사는 것이다.오늘날 경제는 이렇듯 스피드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만 눈을 더 크게 뜨고 우리 주변에 이러한 ‘시간 상품’ 혹은 ‘시간 비즈니스’를 찾아본다면 아주 많이, 그것도 근접하게 그것들이 우리 삶에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다케모토 마사히코가 저술한 <시간 마케팅 designtimesp=22789>은 이러한 ‘시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 창조’의 관점에서 쓰여 졌다. 저자는 오늘날의 소비 스타일이 ‘물건’에서 ‘서비스, 경험, 감동, 편리함’으로 변해 가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 변화의 핵심에는 시간이 놓여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예를 들어 저자는 인터넷의 장점도 결국은 물건이 아니라 편리함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편리함의 내면에는 거리적 문제해결도 포함되지만 결국은 365일 24시간 동안 쉼 없이 가동되는 ‘시간 서비스’에 있다고 지적한다.저자는 시간 서비스의 사례로 편의점, 택배 등도 곁들여 소개하면서 21세기의 경영의 중심은 바로 시간의 가치를 고객에게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시간을 어떻게 경영과 마케팅에 접목할 것인지, 그리고 시간의 가치를 어떻게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재미있는 것은 시간이란 생산을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없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고정자산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 점을 기본 출발점으로 삼아 이 공통의 시간을 분석하고 쪼개서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시간 솔루션을 창출해낼 수 있는지를 소개함으로써 ‘시간’에 비즈니스 컨셉을 접목시키는 매우 흥미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최종옥ㆍ북코스모스 대표 jochoi@bookcosmos.com신간 안내마케팅 바이블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진 지음/원유진 옮김/세종연구원/648쪽/2만5,000원‘OO마케팅’이라는 이름의 비즈니스 전략 중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마케팅이라는 말을 쉽게 쓰지만 시장ㆍ고객에 대한 조사에서 광고전략까지 복잡한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바이블’이라는 제목처럼 마케팅의 전 분야를 다룬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진 다양한 시각을 한 권에 녹여내고 있다.13억을 경영하라이기영 지음/룩스북/260쪽/8,500원‘저 이기영은 이곳 중국에서 한국인의 자존심으로 남아 있겠습니다….’ 유학생 신분으로 중국땅을 밟았던 저자는 10여년 만에 2개의 레스토랑 브랜드와 1개의 패션업체를 거느린 연매출액 250억원 규모의 사업체 사장으로 변신했다. 경영을 공부하는 두 딸을 위해 경영노하우를 담은 e메일을 보낸 것을 책으로 엮었다. 경영비법서이면서 중국에서의 체험이 녹아 있는 중국이해서다.할리우드 비즈니스미도리 몰 지음/조원준 옮김/엔북/240쪽/8,000원최근 미국의 금융전문지 <포브스 designtimesp=22821>는 마릴린 먼로 등 유명 연예인들은 죽은 뒤에도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입이 700만달러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죽은 사람 얼굴도 엄청난 돈이 되는 게 할리우드 비즈니스의 실체. 저자는 ‘영화는 예술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적어도 할리우드에서만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미장센’ ‘몽타주’ 등이 아닌 ‘갭 파이낸스’ ‘완성 보증 증권’ 등의 용어로 할리우드를 조명하고 있다.턴어라운드경영사에구사 다다시 지음/이선희 옮김/바다출판사/386쪽/1만3,000원애널리스트들이 증시 추천종목을 꼽을 때 자주 언급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턴어라운드(Turnaround)주다. 턴어라운드란 적자에 허덕이던 부실기업이 경영혁신을 통해 흑자로 돌아서는 것을 일컫는 경제용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소설 형식으로 보여주며 조직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바꾸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 인간의 성과 진화에 담긴 비밀매트 리들리 지음/김윤택 옮김/김영사/490쪽/1만6,900원‘붉은 여왕’은 루이스 캐럴의 동화 ‘거울나라의 앨리스’의 등장인물. 붉은 여왕의 세계에서는 주변 경치가 움직이기 때문에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힘껏 달려야 한다. 무성생식이 더 빠름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 성(性)이 존재하는 이유를 저자는 바로 이 붉은 여왕의 원리에서 찾고 있다. 동물세계의 성은 기생생물의 진화에 발맞추기 위해 생겨났다는 것. 인간의 성을 과학적 근거를 통해 설명하는 과학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