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의 꽃’이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의 하나로 꼽히는 F1그랑프리경주지만 처음 보았을 때 감상은 솔직히 ‘저 짓을 왜 하나?’였다. 정해진 코스를 끊임없이 돌고 또 도는 경기의 룰이 따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며 느낌은 180도로 바뀌었지만 어쨌거나 처음 느낌은 그랬다.경정도 마찬가지였다. 7년 전쯤 사이타마에 있는 경기장을 들러 난생 처음으로 경정경주를 보았을 때 소감은 F1그랑프리경주를 처음 보았을 때와 비슷했다. 보트 여섯 대인가가 동시에 출발해 반환점을 돌고 결승점에 먼저 도착하면 이기는 게임. 기술이고 뭐고 없이 그저 빠른 보트가 이기는 게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룰은 단순해 보였다. 한 마디로 무식했던 것이다.아닌 게 아니라 경정의 룰은 간단했지만 처음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먼저 출발이 여느 기록경기와는 달랐다. 100m 달리기처럼 출발선에 나란히 서 있다가 ‘땅’ 하면 동시에 출발하는 게 아니라 경정은 독특한 출발법을 선택하고 있었다. 출발신호가 울리면 보트들은 천천히 물을 가르며 자리싸움부터 한다.스타트라인이 가까워지면 보트들이 속도를 높이는데 이게 또 복잡하다. 그저 빠르게만 달리면 되는 게 아니라 제한시간이 있어 이 시간에 맞춰 스타트라인을 통과해야 한다.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으면 곧바로 실격. 당연히 조종하는 이의 기술이 중요하다.가와이 가쓰토시의 만화 <몽키 턴 designtimesp=22782>은 다소 ‘상투적’인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지만 배경이 경정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경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깔끔한 터치와 함께 펼쳐진다. 경정경기의 승부를 가르는 포인트가 다름 아닌 스타트와 반환점의 턴이라는 것도 이 만화를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경정의 매력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어 상당한 재미를 선사한다. 제목인 ‘몽키 턴’은 박진감 넘치게 반환점을 도는 경정기술의 하나다.고이즈미 야스히로의 <경정 소녀 designtimesp=22785> 역시 경정을 소재로 삼은 만화. 만화 전체의 구조는 <몽키 턴 designtimesp=22786>이나 다른 스포츠만화와 다를 바 없다. 신출내기가 시련을 극복하고 대선수가 되어 가는 스포츠만화 특유의 ‘성장스토리’다. 다만 주인공이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승부를 겨루는 여자라는 점이 특이하다. 여자와 남자의 구별이 없는 경정 특유의 룰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던 만화라 하겠다.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경정이 경마, 경륜과 함께 자리를 잡으려 하고 있다. 돈이 걸린 게임인 만큼 부작용이 예상되긴 해도 귀를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물살을 뿜으며 질주하는 시속 80㎞의 모터보트가 스트레스를 풀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운이 좋아 돈까지 따면 금상첨화겠지만 일확천금의 기대 따위는 애초에 하얀 포말 속으로 날려버리고 그저 승부를 즐기는 것, 그것이 경정의 진정한 매력이 아닌가 싶다.이주의 문화행사팻 메스니 그룹 내한공연9월11일(수)~15일(토)/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6시LG아트센터/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5만원재즈사의 전설이라 평가받는 팻 메스니가 이끄는 재즈밴드 PMG(Pat Metheny Group)가 7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아온다.20년 이상 팻 메스니와 음악인생을 함께 걸어온 라일 메이스와 스티브 로드비가 PMG의 멤버다. 드러머 안토니오 산체스, 트럼펫과 보컬을 담당하는 쿠옹 부, 퍼커션과 보컬을 맡고 있는 리처드 보나가 새 멤버로 합류했다. ‘기타의 거장’, ‘혁신적인 작곡가’, 그리고 ‘기타 신디사이저의 개척자’로 불리는 팻 메스니 음악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팻 메스니 그룹은 77년 결성 후 25년간 과감하고 개성있는 20여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서정적이면서도 독창성이 돋보이는 음악세계로 그래미상 14번, 골드 레코드상 3번을 받았다. (02-2005-0114, 인터넷 예매 www.lgart.com)유익종 가을 장기콘서트 ‘풍경’ = 9월26일~10월13일 제일화재 세실극장. 중장년층의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는 포크 가수 유익종의 소극장 무대. ‘그저 바라만 볼 수 있어도’, ‘모두가 사랑이에요’ , ‘사랑의 눈동자’ 등을 들려준다. (02-332-3838)우리춤 그 일곱빛깔의 서정과 변주 = 9월12~13일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서울시무용단 2002레파토리 공연. 무용관객의 저변확대와 무용공연 개발을 위해 기획됐다. (02-2263-4680)춤추는 모자이크 = 9월11~12일 학전블루소극장. 리을무용단이 주최하는 젊은 안무자를 위한 정기 공연 프로젝트. 한국 창작무용의 활기찬 방법론은 제시하는 장. 김윤진의 ‘바르도’ 이희자의 ‘풍장’, 김선영의 ‘나..飛Ⅱ’ 세 작품이 무대에 올려진다. (02-3446-6418)지혜와 창조전 = 9월24일까지 해인사 성보박물관. 팔만대장경이 지닌 판각문화의 정통성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의미를 지닌 판화전. 홍선웅, 김상구, 이경희, 유연복, 남궁산 등 작가 24명이 해인사와 가야산 경관과 불교적 가치관을 작품에 담았다. (055-934-0988)가시고기 = 9월15일까지 산울림소극장. 부성애를 주제로 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02-334-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