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독일ㆍ일본ㆍ중국 등 정부 주도 프로젝트 진행, 대체의학 관심 고조
의약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식물 데이터베이스를 집대성하고, 이를 토대로 주도면밀하게 신약을 만들어내는 연구를 추진해 왔다.미국은 1960년대 이후 국립암연구소(NCI) 주도로 식물로부터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한 표본 검색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1,550속 3,390종의 식물로부터 11만4,000개의 표본을 찾아냈다. 현재 이를 발전시켜 열대지역 자생식물 7,000여종으로부터 2만3,000개가 넘는 시료를 모아 에이즈(AIDS) 바이러스에 대한 검색을 실시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탁솔 등 10개에 달하는 항암 신약과 에이즈 바이러스를 막는 데 가능성 있는 화합물을 3개나 찾아냈다. 탁서스(Taxus) 속 식물(주목)로부터 개발된 항암제 탁솔의 경우 연간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이외에도 백합과 식물을 중심으로 합성신약을 개발하는 등 학계와 제약사들이 매진하고 있다.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업체인 머크사는 열대림에 존재하는 약 50만종의 동식물을 조사해 여기서 25종의 신약을 만들어내는 10년짜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중국, 식물신약 다크호스버드나무로부터 해열진통제인 살리신(Salicin)을 발견해 아스피린을 개발한 독일도 식물신약의 종주국임을 자처한다. 유럽의 생약 강국답게 전통 생약의 사용 경험을 산업화하도록 의약품허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화과 식물로부터 간보호작용 물질인 실리마린(Silymarin)으로 간염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했다.한국산 은행잎으로 혈액순환장애치료제를 개발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품목의 연간 매출액은 20억1,100만달러 정도로 우리나라 대형제약사의 연간 매출규모와 맞먹는다. 현재 독일은 정부 주도로 ‘내추럴 프로덕트 풀’이란 천연물 신약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중국 역시 식물 신약개발 경쟁에서 다크호스다. 최근 ‘중약신약허가심사법’을 제정, 천연물 의약품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1,000종 이상의 약용식물을 검색해 개똥쑥으로부터 300종이 넘는 유도체를 합성해 항말라리아제인 아트메서(Artemether)를 개발했다. 베이징약물연구소는 오미자와 돌나물, 수분초를 이용해 간염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하눌타리에서 에이즈 치료약물을 얻어내 임상시험 중이다.일본의 경우 특히 해양식물로부터 신약성분을 찾아내는 연구가 한창이다. 1990년 의약품산업진흥기금을 설치하고, 10여년간 식물신약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타이산 식물로부터 항궤양성 작용 성분을 개발해 임상시험 중이다.황금의 주성분을 선도화물로 합성해 항알레르기제를 만들어 임상에서 쓰고 있다. 현재 버섯추출물인 레치난은을 이용해 암화학요법제로 시판하고 있다. 감초의 주성분을 간염치료에 쓰고 있으며, 오미자 성분을 이용해 간장애치료에 쓰기 위해 임상시험 중이다.스위스 파마톤사의 경우 인삼의 종주국인 우리나라를 제치고 단순 인삼가공품인 백삼 분말을 캡슐 제제화해 세계적인 인삼의약품 브랜드로 명성을 얻고 있다. 미국과 일본, 심지어 유럽에서도 생약 허가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 생약제제의 의약품 개발 촉진을 유도하고 있다.한편 미국 뉴욕에서는 자연 약초를 이용한 대체의학(Alternative Therapy)이 널리 각광받기 시작했다. 예컨대 한인 이명희씨가 운영하는 녹십자중의원에는 약초와 스파를 이용한 서비스가 유명하다. 하루 서비스에 400달러가 넘는 고가임에도 이곳은 뉴욕의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차정주 박사는 “세계의학계는 자생식물과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전통의학에 비해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과 시장이 확대되자 국립보건원은 차박사를 초청해 대체의학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