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김소연 쪼끼쪼끼 역촌 1호점 사장(31)은 여느 날처럼 새벽 2시쯤 집으로 돌아가다가 큰 봉변을 당했다. 갈현동 집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2명의 강도와 맞닥뜨렸던 것. 칼까지 든 강도에게 돈을 뺏긴 것은 물론이고 양손이 꽁꽁 묶여 극도의 위협까지 느꼈다. 하지만 김사장은 목숨을 걸고 강도에게서 다시 돈뭉치를 빼앗아 줄행랑을 쳤다. 다행히 집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양손에 움켜쥔 돈은 절반이 채 못됐다.남동생 김성흠씨(28)와 함께 서울 은평구 역촌동에서 생맥주전문점을 경영하고 있는 김사장의 주업무는 회계. 하루 번돈을 집으로 가져가 다음날 오전에 은행에 입금하는 일이 그녀의 몫이다. 하지만 강도의 습격을 받은 이후 동생 김성흠씨도 돈 관리에 적극 나서게 됐다.“생맥주 전문점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많아서 자잘한 것까지 관리를 해야 하는 회계업무는 제가 맡아왔거든요. 동생은 아예 영업에만 신경 쓰게 업무분담을 한 거죠. 하지만 그날 이후로 동생도 돈 문제에 많이 관여하고 있어요. 장사를 동생과 함께 하니까 그런 점에서 참 믿음직스러운 것 같아요.”누나의 이런 반응에 동생 성흠씨는 오히려 미안해하는 눈치다.“누나한테 참 미안한 게 많아요. 항상 집에 늦게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안쓰럽고, 사소한 것도 항상 잘 챙겨주고요. 요즘 누나는 되도록 일찍 들어가게 하고 있어요. 뒷마무리야 혼자해도 충분하니까요. 그래도 제가 남자가 아닙니까.”인건비 절약 ‘큰 이점’누나 소연씨는 결혼 전 사무직을 거쳐 쪼끼쪼끼를 꾸리기 전까지 영어학원의 선생님을 했다. 장사경험이 있는 동생 성흠씨가 창업을 하려고 아이템을 찾던 중 누나와 의논하게 됐고, 모 잡지에서 발견한 생맥주전문점이 그들의 사업 아이템이 된 것.하지만 시작부터 순탄치가 않았다. 부족한 자금 4,000만원을 대출받기 위해 미혼인 동생 대신 누나가 업주가 됐다. 시중 은행에 프랜차이즈 대출이라는 대출상품이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하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의치 않아 결국 온 가족을 동원했다. 어머니로부터 1,000만원을 빌리기도 했다.그래도 매출은 처음부터 좋았다고 자랑한다. 어머니에게서 빌려온 1,000만원은 장사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갚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월 평균 600만원의 순수익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이들이 꼽는 가족창업의 가장 큰 이점은 인건비 절약이다. 누나 소연씨는 아예 주방장 역할까지 하고 있다.두 사람은 일 때문에 싸우는 일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간혹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벌이곤 하지만 일 때문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이들 남매는 돈관리도 특이하게 한다. “저희는 둘 다 주인이 아니라 직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업무분담도 확실히 하고, 또 그에 해당하는 월급을 받아가고 있고요.”그래서 두 사람은 각각 100만원 정도를 월급으로 책정해 두고 나머지는 어머니 명의로 된 통장에 공동으로 모아두고 있다.일의 정확한 분담을 강조하는 이들이지만 ‘가족창업’으로 번돈을 ‘가족자금’이라는 이름으로 공유하자는 데에 의견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