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9월8일이요. 어휴, 그날을 어떻게 잊겠어요.”언제 사업을 시작했느냐고 묻자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꿈터의 공동 창업자인 이호경 이사(34)는 단 몇 초의 시간차도 두지 않고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해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이이사가 다니던 디자인회사가 부도난 날과 일치했다는 것.이이사는 외환위기를 맞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99년 초 4년째 다니던 회사생활에 불안을 느껴 사업을 모색했다. 손윗동서이자 꿈터를 함께 일군 하태훈 사장(41)과는 당시 사업 아이템을 놓고 의견을 나누던 중 의기투합하게 됐다.두 사람은 동서지간이지만 꿈터 안에서는 역할분담이 뚜렷하다. 손위인 하씨가 사장을, 손아래인 이씨는 영업이사 자리를 맡고 있다. 꿈터는 매실주에 숙성시킨 통삼겹살을 파는 고깃집. 현재 본사인 종로점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은 전국적으로 7호점을 오픈할 만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처음부터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뒀다는 두 사람의 한달 평균순수익은 1,300만~1,500만원 선.“각자 4,500만원씩의 창업자금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동서지간이라지만 이전에 서로 자주 연락이 닿았던 것은 아닙니다. 형님은 충청도 청주에, 저는 경기도 일산에 살았거든요. 지금은 아내보다도 자주 부딪치는 사이지만요.”성공창업사례의 주인공이 된 이들이지만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 3개월간은 사소한 일로 많이 다퉜다.“그당시만 해도 통삼겹살집이 흔하지 않은데다 인테리어를 저희처럼 현대식으로 하는 경우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손님 중에는 커피를 주문하거나 심지어 아이스크림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형님은 조명이 문제라고 지적을 하고, 저는 중요한 것은 메뉴니까 조명과는 상관없다고 펄쩍 뛰기도 했죠. 참 갈등도 많았습니다.”양보와 배려·희생이 바탕돼야 성공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원만히 풀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아랫동서 이씨는 비교적 어린나이에 외식업을 시작하면서 한참 윗사람들인 주변 업소 주인들과 어울리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그런 문제점들을 ‘큰형님 같은’ 윗동서 하씨가 보완해줄 수 있었다는 것.또 한창 친구들을 찾을 나이인 30대 초반의 이씨에게 친구를 만날 시간조차 낼 수 없다는 것은 외식업 종사자로서 느끼는 가장 힘든 점 중의 하나였다. 이씨는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었던 것 또한 ‘동서지간’이라는 특수성이었다고 털어놓았다.“일과를 마치면 함께 술을 마시기도 하고 노래방도 가고 어떤 날은 춤을 추러 가기도 했습니다. 가족이면서 동성(同性)이고, 그래서 친구도 되고 파트너도 되는 그런 사이가 바로 저희들의 관계입니다.”물론 두 사람은 가족이라는 것이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는 솔직한 심정도 내비쳤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무한정 어렵고, 가깝게 지내자면 한없이 가까운 독특한 가족관계가 동서지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가족이 함께 창업을 하게 되는 경우 치밀한 준비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지금에야 외식업의 맛을 알아가고 있어요. 가족이 함께하더라도 이것은 사업이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시간과 돈은 물론이고 가족간의 우애도 해칠 수 있거든요.”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이이사가 가족창업의 자세에 대해 이같이 강조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하사장은 “무엇보다도 양보와 배려, 희생이 바탕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이사를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