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서울 국제연극제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불렸던 ‘리투아니아 햄릿’. 이 작품을 연출했던 네크로슈스가 ‘오델로’로 다시 한 번 한국을 찾는다. 그는 천재연출가라는 별칭답게 작품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셰익스피어 언어의 은유적인 이미지를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고 시각적으로 살려낸다는 평을 받는다. 이번에 공연될 ‘오델로’는 2001년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초연된 이후 동구권 최고의 공연축제, 폴란드 콘탁트 국제연극제 최고작품상, 최고연출가상, 남우주연상 및 비평가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하는 진기록을 나았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3회 세계연극올림픽에 초청되는 등 네크로슈스를 향한 연극계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오델로’는 물과 공기, 바다, 눈물, 바람, 나무와 땅 등 자연적이고 원초적인 요소들 위에 세워져 있다. 연출자가 마술처럼 설정해 놓은 각종 장치들로 인해 관객들은 실제 자연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된다. 또한 작품 곳곳에 배치해 놓은 각종 은유와 상징들은 파도처럼 거세지는 오델로의 내적 감정을 수백마디 대사보다 더욱 강력하게 전달하는 위력을 발휘한다.이번 작품은 장장 5시간 동안 공연된다. 하지만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첨예하게 대립되던 감정이 폭발하기까지 공연은 숨 돌릴 틈 없이 진행된다. 객석을 빠져나오는 관객은 어지러운 정신과 감정을 다스리기 힘들 정도.‘데스데모나’ 역을 연기하는 리투아니아의 프리마 발레리나 에글레 스포카이테의 빛나는 몸놀림도 놓쳐서는 안된다. 그녀의 춤추듯 아름다운 움직임과 천진난만한 모습은 질투에 눈 먼 오델로 와는 큰 대조를 이루며 더욱 극을 처절하게 몰아간다. 에글레 스포카이테는 러시아, 일본의 각종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한 세계적인 무용수. 이는 원작에 나와 있는 오델로와 데스데모나 사이의 인종, 계층의 격차를 없애고 대신 오델로의 ‘늙음’과 ‘젊음’만을 대비시켜 극을 이끌어가려는 연출자의 의도가 담긴 설정이다. 이제껏 약한 음모론자로만 여겨졌던 이아고 또한 새롭게 해석된다. 이제까지 악인의 전형으로 간주되던 ‘이아고’를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인물로 재탄생시킨 것. 관객들에게 동정심과 연민, 배신감이 한데 어우러진 감정을 느끼게 된다.이런 네크로슈스의 연출은 이미 오델로를 본 관객에게는 연출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한 작품이 마법사 같은 연출자의 손에 의해 어떻게 재탄생하는지, 연극적 장치가 연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를 깨닫고 놀랄 것이다.물론 이러한 묘미는 오델로를 보지 못했던 관객에게도 유효하다. 이제까지 보았던 연극과는 다른 독특한 연출로 무대 위의 또 다른 세상에 반하게 될 것.비극이지만 단순히 ‘슬픔’으로 끝내지 않고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네크로슈스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는 5시간 동안 관객의 몸을 휘감을 것이다. 작품은 리투아니아어로 공연되며 한국어 자막이 나온다.일정 : 10월3~6일장소 : LG아트센터문의 :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