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도쿄의 유명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에 세관을 거치지 않은 고가의 PC게임 패키지가 나돌았다. 일본 수사당국이 나서서 조사까지 벌인 이 한글판 밀수 게임은 결국 국내 한 벤처기업의 개발품으로 밝혀졌다. 콘텐츠가 너무 재미있어 일본에서 히트할 것을 예상한 밀수꾼들의 소행이었다.씨드나인엔터테인먼트(www.seed9. com)의 시뮬레이션 PC게임 ‘토막:지구를 지켜라’(이하 토막)는 이처럼 통상법 위반의 오해를 받으며 일본에서 유명세를 탔다. 어쨌든 그 밀수꾼들 덕분(?)에 일본 언론들이 이 게임을 앞다퉈 보도해 자연스럽게 홍보가 이뤄졌다. 급기야 지난해 열린 도쿄게임쇼에 모습을 드러내 일본 대형게임유통사인 선소프트와 일본어판 유통계약을 맺기까지 했다. 한 마디로 전화위복의 쾌거였다. 이에 앞서 토막은 2000년 대한민국게임대전에 선보여 국내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E3에 출품되기도 했다.올해 초 일본에서 발매된 ‘토막’의 일본어판은 현재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일본 유통업체와 최소 3만장 수출계약을 맺고, 연말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2용으로 발매할 채비도 갖췄다. 이 게임은 무엇보다 모바일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후속작 로열티 두 배로 뛰어‘토막’의 후속타로 최근 내놓은 슈팅게임 ‘토막 어게인’ 역시 개발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게임파크의 휴대용 게임기 ‘GP32’용으로 발매돼 기기판매를 촉진시킬 만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현재 PC버전으로도 나와 역시 잘나간다. 게임 전문 케이블방송 ‘온게임넷’에서 게임리그를 만들어 방영할 정도다. 유통사로부터 받는 로열티도 전작의 두배로 뛰었다.이 회사는 지난 2000년 벤처 코아기술 내 게임개발팀에서 롤플레잉게임(RPG) ‘패러렐월드:벨리알이야기’를 출시한 뒤 분사한 업체다. 이 회사가 내놓은 또 다른 게임인 ‘부루부루그루브’는 게임제작지원센터와 문화관광부로부터 우수게임으로 뽑혔을 만큼 초반부터 게임업계의 다크호스로 주목받았다.이 회사 기술력의 핵심은 ‘베이스나인’(BASE9)이라 불리는 게임개발엔진이다. 토막시리즈는 물론 10개가 넘는 외주 개발 프로젝트에도 적용됐을 만큼 실용성과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간결한 코드에 재사용이 가능해 효율적인 개발환경을 제공한다. ‘토막’시리즈 모두 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 엔진 덕분이었다.한·일입력시스템 ‘ROMAJI’도 돋보인다. 윈도98 이전의 운영체제(OS)에서도 다국어 입력이 가능하다. 외국인도 쉽게 쓸 수 있는 간단한 한국어 입력기를 개발한 것이다. PS2 기반 기술도 뛰어나다. 지난 6월 일본에서 ‘팬저프론트bis’ 같은 유명 게임을 개발한 프로그래머 노토 야스히코를 개발진으로 영입해 PS2용 분야의 기술력도 갖추게 됐다. ‘토막 아일랜드’도 PC와 PS2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네트워크 기반 기술도 남다르다. 국내외 다수의 네트워크 솔루션을 외주 개발하면서 노하우를 쌓았다.김건 사장(26)은 “그동안 일본에서의 PC용 토막의 인기를 발판으로 삼아 이번 PS2버전으로 일본 게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02-3273-0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