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인 미국 인텔이 영토확장에 나섰다. 20여년간 컴퓨터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것처럼 통신, 정보가전 등의 분야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인텔은 이미 비컴퓨터쪽을 꾸준히 노크하고 있다. 인터넷, 무선랜, 이동통신 등의 분야에 속속 진출해 왔다. 특히 휴대전화와 PDA 등에 사용되는 플래시메모리에서는 마이크로프로세서 못지않은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인텔은 영역확장 노력의 일단을 9월9~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회의(IDF)에서 공개했다. IDF는 컴퓨터 관련 개발자들이 미래 제품을 준비할 수 있도록 인텔의 기술과 비전을 공개하기 위해 열리는 것으로, 인텔의 신기술 및 신제품과 함께 반도체, 컴퓨터 및 주변기기 업체들의 신제품도 소개된다.내년 무선통신 기능 내장 칩 선보일 계획인텔이 이 행사에서 보여준 첫 번째 주요 영역은 통신.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Convergence) 추세에 따라 통신분야의 중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폴 오텔리니 인텔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9월9일 개막 기조연설을 통해 “모든 컴퓨터가 통신하고 모든 통신장비가 컴퓨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인텔의 첨단기술은 컴퓨팅과 통신을 하나의 칩에 담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텔리니 사장은 “실리콘(반도체)은 컴퓨팅의 새로운 세대를 가능하게 하는 통합의 엔진”이라고 강조했다.이에 따라 인텔은 내년 상반기에 무선통신 기능을 내장한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선보일 계획이다. ‘배니어스’라는 코드명으로 개발되고 있는 이 칩은 휴대형 컴퓨터용이다. 무선랜 기능을 갖춰 이 칩을 사용한 노트북을 켜면 최적의 네트워크를 자동으로 찾아낸다. 특히 전력소비를 크게 줄인 것이 특징이다.인텔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신영역은 정보가전. 인텔은 이번 행사에서 ‘확장 무선PC 구상’(Extended Wireless PC Initiative)이란 이름의 기술을 처음 소개했다. 이 기술은 디지털미디어를 가정 내에서 TV나 오디오 등으로 보내 PC에 있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TV에서 보고, MP3 음악파일을 오디오로 듣게 해준다. 이 기술의 핵심은 ‘디지털미디어 어댑터’로 무선랜을 이용해 PC와 TV, 오디오 등을 연결해주는 기능을 한다. 델컴퓨터 등은 이번 행사에서 이 기술을 채용한 제품을 출품했다.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보안기능을 내장하는 계획도 내놓았다. ‘라 그란데’(La Grande)란 코드명의 이 디지털 보안기술은 2003년 하반기에 선보일 인텔의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코드명 프리스콧)에 내장돼 컴퓨터 바이러스의 침투를 차단하고, 해커의 침입을 막게 된다.한편 인텔은 이번 행사에서 하이퍼스레딩(Hyper Threading) 기술을 적용한 3.06㎓짜리 펜티엄4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올해 4/4분기부터 시판되며 내년에는 4㎓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인텔의 영토확장 전략은 컴퓨터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PC가 어느 정도 보급되면서 성장이 한계에 이르러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인텔이 컴퓨터 분야에서 누렸던 영화를 통신과 정보가전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