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를 두고 벌이는 설전을 지켜보면 꽤나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할리우드 영화를 두고는 제대로 된 웰 메이드(Well-Made) 영화 하나 나왔다며 전반적인 호의를 표명하지만 한국 영화를 두고는 다르다.그네들에 말에 따르면 한국 상업영화는 늘 웰 메이드에서 2%가 부족해서 할리우드 영화의 정교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데 정작 할리우드 영화의 꼼꼼함과 정확함을 능가하는 웰 메이드 한국 영화가 나오면, 이제는 그게 웰 메이드라서 문제가 된다. 역사적 관점이 빈약하다거나 정치적 의식이 불손하다거나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된다. 도무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 오리무중이다.은 이런 점에서 보자면 ‘구박받는 웰 메이드 영화’다. 개봉을 앞두고 기자시사회 후 이 영화에 대한 평은 말 그대로 심드렁 그 자체. 그러니까 잘 만들긴 했지만 어딘가 부족한, 음식으로 따지면 싱거운 식사가 되었다는 것. 그럴 만도 하다.그건 이 영화가 겁도 없이 구한말 식민통치가 시작되는 20세기 초엽의 조선땅에 들어온 서구 문물인 베이스볼(야구)팀을 전면에 내세운 코미디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사니 정치니 하는 이야기가 안 나올래야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하지만 평자들이 골을 내는 지점인 ‘역사적 접근이 장르적 전형 안에서 흐지부지 된다’는 이 영화의 전략은 사실 그동안 그들이 열을 내 오던 웰 메이드 할리우드 영화의 전략 바로 그것이다.은 전형적인 스포츠영화의 줄기를 가장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한국 영화다. 아니, 바꿔 말하자면 할리우드 스포츠영화의 전형을 가장 잘 소화해내고 있는 영화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은 승리를 거머쥔다는 설정에서 온갖 이질적인 개인들로 구성된 야구팀이 옥신각신하는 모습까지, 영화는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익숙해져 왔던 스포츠영화의 리듬감을 정확하게 살려나간다.이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야구단의 에이스 호창(송강호)과 구단주 격의 신여성 정림(김혜수), 그리고 인텔리 독립투사인 투수 대현(김주혁) 등 크고 작은 주변 인물들의 ‘가격’을 정확하게 책정해 이야기 속에 이들의 이야기를 제때 제 장소에서 혼합해내는 데뷔작답지 않은 노련함까지 보여준다. 의 시나리오 각색 등 잔뼈가 굵은 신인 김현석 감독의 재능이 돋보이는 순간이다.문제는 이 재능을 칭찬할 지점을 어느 선에 두느냐이다. 여기까지 보자면 이 무서운 신인감독은 웰 메이드 상업영화감독으로서 올해 보기 드물게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고 칭찬받을 만하다.하지만 시대적 배경 이상으로 영화 안에 다양한 의미를 심어 놓는 식민역사에 대한 묘한 집단적 피해의식 때문인지 평론가들은 꼼꼼하고 탄탄한 장르영화가 주는 즐거움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때와 장소를 못 가리는 엘리트 의식이 밥맛없어지는 지점이다. 과연 관객들은 이 영화가 제공하는 즐거움의 선을 어디에 둘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