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국(Special Guest)으로, 세계은행의 옵서버 자격으로 동시에 초청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국제금융기구의 가입문제가 거론되고 있다.특히 이 문제는 현재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개혁정책과 신의주 경제특구 구상, 앞으로 본격화될 남북경협의 관건인 재원 조달 방안과 직결돼 있는 만큼 대내외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앞으로 북한이 IMF와 세계은행의 초청을 수용할 경우 실질적으로 ‘준회원국’ 대우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식 가입 이전이라도 이들 기구가 제공하는 기술적 지원(Technical Assistance)이 가능해져 부분적으로 가입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초청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IMF가 제공하는 기술지원 프로그램에는 △북한 관리를 대상으로 한 시장경제 훈련 △IMF스태프의 북한방문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일종의 ‘IMF 정식 가입을 위한 훈련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북한이 IMF와 세계은행에 가입하게 되면 아시아개발은행(ADB)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금융기구 가입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아직까지 요원한 일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국제금융기구 가입이 이뤄질 경우 북한은 이들 기구가 제공하는 자금을 지원받게 된다. 우선 IMF에 가입하면 빈곤퇴치와 성장 지원 자금(PRGF)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1인당 국민소득이 925달러 이하의 최빈국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자금이다. 2001년 기준으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706달러다.또 세계은행에 가입하면 국제개발협회(IDA)의 자금지원이 가능해진다. 이 자금은 모든 국제기구가 지원하는 자금 중에서 지원 조건이 가장 좋으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해야 하는 단서가 따른다. 동시에 현재 북한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ADB에 가입하게 될 경우 아시아개발기금(ADF)의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된다.이번에 초청한 IMF와 세계은행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태도가 중요하다. 여러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겠으나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개혁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원확보가 관건인 점을 감안할 때 궁극적으로는 IMF와 세계은행의 초청을 수용할 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일단 북한이 IMF와 세계은행의 초청을 수용하면 기존 회원국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회원국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국제금융상의 지위가 어느 정도 확보돼야 한다. 현재 북한의 국제금융상의 지위는 전세계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단계다. 어느 국제금융기구에도 가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70년대 중반 서방국가에 대한 외채상환 불이행(Default)을 선언한 이래 공식적으로 모든 채권거래가 끊긴 상태다.3대 신용평가기관, 북한등급 매기지 않아2000년 상반기에 한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로 북한 채권이 거래된 적이 있지만, 이 채권은 북한이 직접 발행한 채권이 아니라 서방은행들이 북한의 외채를 대상으로 발행한 일종의 후순위채권이다. 이마저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소원해지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아직까지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들은 북한의 신용등급을 매기지 않고 있다.특히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가 부정적이다. 북한처럼 테러적성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과 원조를 할 수 없다는 미국 국내법의 규정을 감안하면 북한이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테러적성국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이 문제는 앞으로 북ㆍ미관계가 상당히 개선돼야 가능할 것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일본과의 관계개선도 중요하다. 현재 국제금융기구 중에서 북한이 ADB의 가입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ADB의 최대출자국인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시각이 있으나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북한 내 일본인 인질문제가 정리돼 북한과 일본의 수교가 이뤄지는 시점이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우리 정부는 북한이 국제금융기구 가입 이전이라도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강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는 북한이 국제금융기구 가입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경우 궁극적으로는 우리 입장에서도 남북경협이나 통일 이후 소요될 재원부담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북한 개발을 위한 특별신탁기금(Trust Fund for DRPK)을 조성한다는 방안에 노력하고 있다. 이미 이 기금은 팔레스타인, 동티모르, 보스니아의 경제재건을 위해 지원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중시해 정부가 이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남북경협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가장 먼저 조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주요국들의 국제금융기구에 예탁해 놓은 신탁기금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특히 이 기금은 신탁국의 동의만 있으면 언제든지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이밖에 비정부기구(NGO)들의 필요한 재원을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로부터 조달해 지원하는 방안 등이 있다.분명한 것은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포함한 이 모든 재원 조달 방안들이 국제사회(특히 미국)에서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때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 우리 정부로서도 기존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쌓아놓은 지위를 최대한 활용해 북한을 측면 지원한다는 입장이다.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의 급속한 개혁과 개방움직임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서 북한정부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가 성공할 경우 북한 채권 투자에서 뜻하지 않은 높은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라크가 발행한 채권에 대해 관심이 높은 것도 동일한 이치다.본래 북한 채권은 지난 70~80년대 북한이 유럽 30개 은행으로부터 신디케이트론(은행 연대차관)을 얻어내면서 발행한 것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전액 ‘상환불능’ 상태여서 채권가격이 액면가보다 훨씬 밑돌고 있고, 주로 홍콩 등지에서 극히 소액의 물량이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현재 북한이 주력해서 추진하고 있는 신의주 경제특구 구상도 국제사회의 평가는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신의주 구상이 구체화될수록 불가피하게 예상되는 체제붕괴 문제와 조화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점과 외국기업,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인데도 신의주의 인프라시설은 크게 열악하기 때문이다.우리 정책당국자와 국내 기업들이 막연한 기대감에서 접근하기보다 좀더 객관적인 안목을 갖고 신중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