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용품만큼 일상생활에서 긴요하게 쓰이면서도 판로가 일부 계층에 한정된 상품은 흔치 않다.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에 꼭 필요한 것도 애완동물을 사육하지 않는 집에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다. 값의 고하를 막론하고 수요자의 입장에 따라 상품의 가치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셈이다.때문에 애완동물 용품은 애완동물을 길러본 사람의 눈과 머리에서 상품화의 첫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애완동물 사육이 보편화돼 있는 일본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사육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상품들 중 일본 언론으로부터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미끄럼 방지제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니가타현에 본사를 둔 ‘아스윙’사가 개발, ‘왕왕 스베랑’의 브랜드로 판매 중인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애완견을 실내 사육할 때 집안 마루바닥에 생기는 흠집을 거의 완벽하게 줄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이와 함께 애완견이 미끄러운 바닥을 뛰어다니다 입을 수 있는 관절사고와 요통을 막아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 기존의 미끄럼 방지제는 사람이 슬리퍼나 양말을 신고 다닐 때 마루 등 바닥에 생기는 흠집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따라서 애완견에 의한 흠집을 막는 데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아스윙사는 이러한 점을 주목, 대형견의 발톱이 주는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왕왕 스베랑의 경도(硬度)를 대폭 높였다.일본 언론이 실시한 실험에서 왕왕 스베랑을 칠한 마루는 대형견이 걸어 다녀도 흠집이거의 나지 않고, 걷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왕왕 스베랑의 뛰어난 품질을 입증했다.미끄럼 방지 효과를 측정한 실험에서 왕왕 스베랑으로 표면 처리한 널빤지는 58도 경사에서도 널빤지에 얹은 어린이 슬리퍼가 미끄러지지 않을 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일반 널빤지에서는 똑같은 어린이 슬리퍼가 20도 경사까지밖에 견디지 못했다.아스윙사는 지난 6월부터 이 제품의 판매를 시작했으며 별다른 광고, 선전을 하지 않았는데도 약 한 달간 700개가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입소문만으로도 이처럼 판매성과가 좋자 이 회사는 판매목표를 월 3,000개 선으로 늘려 잡고 있다.소비자들의 입소문으로 인기상품이 된 또 다른 애완용품은 ‘일모(毛)타진’이라는 브랜드로 팔리고 있는 털 청소도구다. 개당 3,000엔에 팔리는 이 상품은 우레탄과 천연고무로 만들어져 있으며, 어른 손바닥 크기의 네모꼴 모양을 하고 있어 표면상 별다른 특징을 찾아 볼 수 없다.그러나 가정의 카펫이나 자동차 시트에 붙은 애완동물의 털을 청소하는 데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다. 오사카의 한 애견가가 상품화의 단서를 제공한 일모타진은 지난 1월 시장에 첫 등장한 이후 7월 한 달간 7,900세트가 팔릴 만큼 든든한 판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연간 6만세트를 파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이 상품을 개발한 리얼라이즈의 예상이다.소리 없이 판로를 넓히고 있는 애완용품으로 일본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또 하나는 자유자재로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애완견 줄이다. 독일 플렉시 인터내셔널이 제조, 플렉시 리드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이 줄은 애완견용이면서도 최대 60㎏급의 대형견도 끌고 다닐 수 있는 강도를 자랑한다.손잡이 그립의 버튼만으로 길이를 최장 8m까지 줄이고 늘일 수 있다. 이 상품을 수입, 판매 중인 라이트 하우스는 지난 한 해 동안 5만여개를 판 데 이어 앞으로 3년간 30만개를 더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애완동물 용품은 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애정과 관심에서 상품화의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청소, 분뇨처리 도구 등 일반인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것일수록 사육가의 눈길이 큰 효과를 낸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