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어 가운데 “니 내한테 반했나?”라는 게 있다. 텔레비전의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 designtimesp=22914> 중 한 코너인 ‘봉숭아 학당’에서 어느 버릇없는 처자가 불쑥불쑥 내뱉는 말인데, 이 말이 내게는 웃기기도 하거니와 묘한 쾌감을 준다.이 글을 쓰는 사람은 더도 덜도 아닌 ‘숙맥’이다. 마음속 말을 내뱉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며 청춘을 보냈고 지금도 열에 아홉은 그렇게 살고 있다. 동급생 중에, 서클 회원 중에, 과 후배 중에 좋은 여자가 있어도 고백 한 번 제대로 못해봤다. 그렇다고 연애 한 번 못해본 ‘바보’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그랬다. 언제쯤 속 시원히 내 감정을 곧이곧대로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자못 비관적이다.그러던 차에 ‘봉숭아 학당’의 그녀가 나타나 못생긴 주제에 ‘꽃미남’을 보고 턱 손가락질을 하며 “니 내한테 반했나?” 하고 와락 소리를 질러대니 그 용기가 가상하다. 솔직히 부럽다.나도 언젠가 늘씬하고 지적인 슈퍼우먼의 얼굴에 검지를 질러대며 “니 내한테 반했나?” 할 때가 있으면 좋으련만.모리 고지의 만화 <홀리랜드 designtimesp=22923>는 연애스토리는 아니지만 맥락은 지금까지 한 이야기와 비슷하다. ‘어린애들의 세계라고 얕잡아 보지만 기실 이 아이들 세계의 폭력은 장난이 아니다’라는 작가의 말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잘난 것 하나 없는 중학생이 이른바 ‘왕따’를 당하며 힘겨운 학창시절을 보내다 분연히 일어서 폭력으로 폭력을 응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숱한 나날 맞기만 하고 지내던 소년이 참다못해 권투교습서를 보고 원투 스트레이트를 밤낮 없이 내지르는 것이 만화스토리의 시작이다. 만화는 물론 그후 밤거리에서 주먹으로 대성(?)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가고 있다. 그 과정이 꽤나 재미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주인공의 절박한 심정이지 싶다.비슷한 성격의 만화로 야마모토 야스히토의 <나 designtimesp=22928>라는 작품이 있다.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어 무시만 당하던 한 소년이 권투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만화다. 비쩍 마른데다 운동신경도 젬병이던 소년이 프로복싱의 세계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다소 비현실적이기는 해도, 터치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세밀한 심리묘사는 상당한 매력을 던져준다.결과가 무서워 시도조차 못하는 것은 나 같은 사람에게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삶’은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다.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게 틀림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니 내한테 반했나?” 하고 손가락질을 해보는 삶, 반격을 당할 게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나를 괴롭히는 녀석들에게 원투 스트레이트를 내질러보는 삶,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계란으로 바위를 한 번 쳐보는 삶, 언제쯤 이런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 못난 나에게 <홀리랜드 designtimesp=22931>나 <나 designtimesp=22932>는 만만찮은 위로를 안겨준다.이주의 문화행사포비든 플래닛10월11~26일/ 화~목요일 8시, 금ㆍ토요일 3ㆍ8시, 일요일 3ㆍ7시(월요일 쉼)/ LG아트센터/ 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색다른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 designtimesp=22945>이 공연된다. 배우들이 노래와 연기, 춤은 물론이고 악기까지 직접 연주한다. 출연진들이 기타와 드럼, 색소폰 등을 연주하는 라이브콘서트 형식의 뮤지컬.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designtimesp=22948>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록앤드롤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패러디했다. 원작자는 밥 칼튼. 50개 이상의 셰익스피어 히트 대사를 기반으로 재치 있게 구성한 칼튼의 원작의 한국 버전. 엘비스 프레슬리의 ‘A Little Less Conversation’을 비롯해 비치 보이스의 ‘Good Vibration’등 50년대 인기가수의 히트곡을 한자리에 모았다.배경은 광활한 우주 속의 한 우주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갈등, 우주 괴물과의 싸움 등 상상의 세계로 관개를 초대한다.조태준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남경주 김성기 등 뮤지컬배우 및 가수 박기영 외 라이브밴드 출연. (02-516-1501, www.goplanet.co.kr)강산에 콘서트 ‘강영걸이라예~’ = 10월15~20일 제일화재 세실극장. 지금까지 정규앨범 4장과 베스트앨범 1장, 라이브앨범 1장을 발표한 강산에가 10월, 7번째 새음반 <강영걸 designtimesp=22955>을 선보인다. 자신의 본명인 ‘강영걸’을 공연 타이틀로 내걸고 준비하는 솔직한 무대.(02-3272-2334)한영애 콘서트 ‘횃불 무도회’ = 10월18~19일 국립극장 하늘극장. 한영애가 가수생활 25년간의 히트곡을 모아 남산 중턱 야외무대에서 횃불 무도회를 펼친다.‘간염퇴치를 위한 희망 콘서트’ = 10월13~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등.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연주, 서울을 비롯해 전국 5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지난 2000년 9월 대한간학회와 함께 10월20일을 간의 날로 정한 후 매년 10월에 개최되고 있다. (02-720-6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