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준삼화저축은행 대표‘2002년은 공격경영 원년.’어느 대기업 계열사 입구에서 마주칠 법한 구호다. 그러나 벽에 이런 문구가 잔뜩 붙어 있는 이곳은, 의류도매상이 밀집한 동대문시장 한가운데 있는 저축은행. 은행 출신의 젊은 사장이 저축은행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한장준 삼화저축은행 대표(41)는 20년간 은행에 몸담았던 정통 ‘뱅커’다. 지난해 10월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한 아이비씨앤파트너스가 그를 전문경영인으로 불러들이면서 인생에 전환점을 맞았다.저축은행 사장이 된 그는 기행(?)을 일삼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고금리 소액대출 없애기. 당시 저축은행들은 죄다 금리 40~60%의 소액대출에 여념이 없었다. 때문에 한사장의 전략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았다.“고금리 소액대출을 많이 팔면 당장 이익이 나죠.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이렇게 마구 판 소액대출 연체율이 치솟아 두통거리로 변해요. 떼이지 않으려면 관리(부실채권 추심)를 해야 되는데 100만원, 200만원짜리 소액이라 비용만 더 들어 수지가 안 맞습니다.”그대신 ‘신기한’ 신용대출상품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카딜러론’ ‘공인중개사 대출’ ‘미용사 대출’ ‘보험사 라이프 플래너 대출’ ‘프랜차이즈론’ 등이다. “모두 우량직군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연체율이 낮은데도 봉급생활자 위주로 대출하는 은행에서는 기피 대상이죠. 그 틈새를 노렸어요.”홈런이었다. 지금까지 공인중개사 대출은 200억원, 미용사 대출은 100억원어치를 팔았고, 대출상품 평균연체율은 2%에 머물고 있다. 1년 만에 삼화저축은행 자산규모는 3배로 성장했다.한사장은 저축은행으로 오기 직전 하나은행 삼풍지점장으로 일할 때도 실적 상승률에서 괴력을 발휘한 것으로 유명했다. 일개 지점에서 매달 15억원의 예대마진을 남길 정도였다. “선배지점장들이 ‘올해 그렇게 실적을 늘리면 내년에 힘들다’고 근심 섞인 충고를 해주기도 하더군요. 아랑곳 하지 않고 밀어붙였습니다.”이런 스타일은 저축은행 경영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금고에서 e비즈니스가 웬 말이냐”는 일부의 놀림에도 전산투자를 하고, 저축은행에서는 처음으로 프라이빗 뱅킹 영업을 시작하기도 했다.‘지방은행 정도의 규모와 체계는 갖춰야 저축은행도 긴 안목을 갖고 운영해 나갈 수 있다’는 전략에 따라 11월에는 테헤란로에 새 지점도 낸다. 회사는 새 지점에 대한 금융감독원 인가가 나서 온통 축제 분위기.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한사장은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풀어내고 있었다. “저축은행은 자영업자 시장을 잡아야 돼요. 아, 그리고 또 유통과 금융이 만나는 상품을 준비 중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