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모델과 인형, IT기반 토이까지...향수 자극 제품 20~30대에 반응 좋아

대학생 조영석씨(24)는 프라모델 조립에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는 “단순한 여가생활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며 “최소 10만원대인 PG(Perfect Grade) 프라모델을 완성시킨 후 느끼는 성취감은 조립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를 위해서나 가지고 놀려는 목적이 아닌 조립하는 인고의 과정을 즐긴다는 얘기다.프라모델 마니아들은 10만~30만원대의 제품을 구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가의 채색도료와 공구를 사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건담 마니아 최형민씨(31)는 “최신 건담 제품은 잘 채색돼 나오기도 하지만 완벽하게 제작하기 위해 각종 도구를 이용한다”며 “치과도구를 사용해 정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 키덜트(Kidult)가 유행하기 시작한 21세기. 어린 시절의 향수를 간직한 20~30대의 성인들이 장난감시장에 공헌하고 있는 것이다.사람의 형상을 한 인형제품을 수집하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마텔사의 바비(Barbie)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제작된 진(Gene)과 타일러(Tyler) 등의 인형을 모으는 마니아층도 형성되고 있다.일본의 제니(Jenny)와 슈퍼돌피 제품도 인기다. 특히 일본 보크스사에서 만든 ‘슈퍼돌피’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인형의 몸체를 구입한 후 소비자가 꾸미는 ‘커스텀 인형’이다. 완벽하게 꾸미자면 수십만원이 들지만 자기만의 인형을 가지려는 성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한정판매로 나오는 인형들의 경우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제품가격이 형성된다.‘진’인형 수집가 홍나영씨(27)는 “금발 인형을 원하는 사람이 흑갈색머리 인형 선호자보다 많은 것을 감안해 금발 인형이 더 많이 생산된다”면서 “그러나 가격은 이와 반대로 희소성을 지닌 흑갈색머리 인형이 더 높게 책정된다”고 설명했다.제품의 초기수용자 ‘얼리어답터’(Early-adopter)라는 말을 보급시킨 얼리어답터 사이트(www.earlyadopter.co.kr) 최문규 대표(33)는 아이디어 장난감 전문가로 통한다. 최씨는 “가족과 종교에서 평화와 행복을 찾던 사람들이 이제는 혼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통해 심신의 위로를 삼는다”고 분석했다.그는 “키덜트족의 등장도 어른을 위한 장난감 비즈니스 확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장난감들의 등장도 어른용 장난감 발달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이전에는 상상 속에만 존재했지만 IT기술의 발달로 구입이 가능해진 장난감. 대표적인 것은 ‘비트차지’다. 5㎝ 크기의 RC카인 비트차지는 고가의 무선조종 장난감들과 마찬가지로 섬세한 주행이 가능하다.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이 무선조종자동차는 현재 동호인이 2,0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니의 로봇강아지 아이보(Aibo)도 마찬가지다. 처음 출품됐을 때는 300만원을 호가했지만 종류가 다양해지고 70만~80만원 선의 모델이 발매가 되면서 성인용 장난감 시장의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20세기의 장난감이 ‘노는 것’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면 21세기에는 실용적인 면이 부각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허원무 LG경제연구원 경영컨설턴트는 “화려한 색채 및 디자인을 선호하는 키덜트족은 불황과 관계없이 소비를 하며 유행에 민감하다”며 “기업들이 향수 자극 기능이 강조된 제품을 출시하면 어른들에게도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돋보기 / 명품 장난감예술품 경지 인형부터 2,200만원 어린이용 벤츠까지 ‘다양’“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예술품이라고 생각해요.”인형 ‘마담 알렉산더’(Madame Alexander) 애호가 주부 한민경씨(41)의 설명이다. 1923년 탄생, 7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 인형을 만드는 본사는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위치하고 있다. 이 인형의 의상은 수공제작으로 만들어져 실제 여성복만큼 정교하다. 1953년 영국 엘리자베스2세의 대관식 무렵 마담 알렉산더는 ‘대관식 세트’를 만들었다.이 세트는 현재 브룩클린박물관에 기증, 5억원의 가치로 책정돼 있다. 93년 모네의 작품 ‘정원의 여인들’을 형상화한 인형들은 3,000만원에, 96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인형 체스판’은 9,000만원에 경매 낙찰됐다.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수입된 것은 지난 2월부터. 마담 알렉산더의 마니아였던 차상원 GMS홀딩스 이사가 들여왔다. 강익찬 마담 알렉산터 코리아 기획팀장은 “최소 30만원, 모피코트를 입은 인형의 경우 1,000만원대이지만 국내에서도 1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고객층이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자녀의 장난감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고가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을 어린이용으로 축소해 만든 전동오토바이의 가격은 79만원. 직장인 박규현씨(35)는 “나는 탈 수 없었던 할리데이비슨을 아들이 타고 있으면 대리만족을 느낀다”며 “걷는 속도보다 조금 빠른 정도여서 안전에도 문제없다”고 말했다.2,200만원의 어린이용 벤츠 500SL 자동차도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혼다의 2.3마력 엔진을 사용하며 시속 24㎞까지 낼 수 있다.“하나뿐인 제 딸의 장난감은 최고여야 해요.”서울 청담동 ‘하바’(Haba) 매장에서 장난감을 구입하던 김미란씨(29)의 설명이다. 단풍나무와 천연식물에서 추출한 무독성 염료와 도료를 사용해 일반 장난감보다 고가로 책정된 독일 장난감 하바. 가격대는 5만원에서 40만원까지다.올해부터 한국에 공식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하바를 수입하는 토이톤의 마케팅팀 김미나씨는 “하바의 마니아들은 주로 1세에서 7세의 아이를 자녀로 둔 젊은 엄마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