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 가운데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인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일본인이 40% 이상을 차지해 전체 관광객수를 좌우하는 ‘잣대’로 통한다.그러나 일본의 오랜 경기침체로 여행객수가 쉽사리 늘지 않는 게 문제다. 국내 인바운드 여행업계는 이런 일본 여행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한편 호감을 끌 만한 코스 개발에 온 신경을 쏟아 붓고 있다.한창 해외여행 붐이 일고 있는 중국에도 공을 들이기는 마찬가지다. 빈부격차가 심한 점을 감안해 금액대별로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교통편이나 여행코스를 다양화하는 작업에 열심이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 조계석 부장은 “인바운드를 겸하는 200여개 여행사들이 사실상 ‘전투’에 들어간 상태”라고 치열한 분위기를 전했다.일본인 ‘체험’ 중국인 ‘관광’ 선호한국여행 상품을 선택한 관광객들은 무엇을 보고 즐기고 돌아갈까. 나라별로, 일정별로 여행상품의 내용은 천차만별이다.일본 관광객의 경우 ‘체험’ 또는 ‘쇼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본의 대형여행사 JTB가 판매하고 롯데관광이 진행을 맡는 3일짜리 서울 자유여행 상품을 보자.오전 비행기로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온 후 곧장 면세점 두 군데를 방문해 쇼핑을 하고 저녁에는 갈비로 식사를 한다. 식사 후 동대문시장으로 가서 다시 쇼핑을 한다. 다음날은 전일 자유시간. 서울 명동이나 청담동 일대 쇼핑가를 도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마지막날 오전에는 한국특산품점에 들러 쇼핑을 하고 바로 출국하는 일정.이 상품의 가격은 특급호텔에 숙소를 잡을 경우 7만1,800엔(약 71만8,000원)이다. 롯데관광 황종걸 이사는 “식도락이나 피부관리 등 체험 중심의 패키지 상품도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반면 중국 여행객은 이동하며 보고 즐기는 ‘관광’ 여행을 선호한다. 2박3일인 경우 서울 경복궁, 롯데월드, 명동 등지에서 대부분의 일정을 보내고, 3박4일인 경우에는 제주도나 경주, 부산이 추가된다.삼성전자나 울산 현대자동차 등 대형산업체 견학도 좋아하는 코스. 판문점 역시 선호하지만 지난 7월1일부터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심해져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최근에는 테크노마트에 들러 캠코더나 휴대전화를 구입하려는 관광객이 늘어나 정식 관광일정에 포함시키는 여행사가 늘고 있다. 수도권 1급호텔에 여장을 풀 경우 가격은 3,200위안(약 48만원) 정도다.호텔 객실 부족 ‘고질병’외국 여행사에 여행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관광객을 증가시켜야 하는 과제 외에도 관광객의 입맛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김치투어, 다도투어, 템플스테이, 도자기투어 등 특화된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민관의 협조가 필요한 것은 물론 ‘밤 문화’까지 상품화시키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KATA 조계석 부장은 “저급한 문화부터 최고급 문화까지 다양하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외국 관광객은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더불어 호텔신축도 절실한 문제다. 현재 서울지역 특급호텔 객실점유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65~70% 수준. 때문에 숙박비가 올라 전체여행경비가 인상되는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외국인 여행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필수요건인 ‘적당한 여행경비, 알찬 관광 프로그램’은 아직 미흡한 셈이다.돋보기 / 이색 여행상품한의학 체험ㆍ송이버섯 채취 ‘인기’밋밋한 여행상품으로는 시시각각 구미가 변하는 외국 관광객을 끌어당길 수 없다. 내로라하는 전세계 관광대국과 경쟁을 벌이려면 ‘뭔가 다른’ 여행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게 당연지사. 요즘 여행업계는 독특하면서도 틈새를 정확하게 겨냥하는 여행상품 개발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지난 9월 KATA가 선정한 ‘2002년 상반기 우수여행상품 인증 상품’을 보면 그런 노력들이 잘 나타난다. 총 12개가 선정된 외국인 대상 여행상품들은 각각 ‘테마’를 부여, 관광목적을 뚜렷하게 제시한 게 공통점이다.대웅여행사가 기획한 ‘외국인 한의학 체험관광’의 경우 대형한방병원을 찾아 체질감별, 아로마요법, 요가 등을 체험한 후 옥사우나와 온천을 하도록 구성돼 있다. 또 황토방을 숙박지로 정하고 쇼핑센터 대신 경동시장에 들르도록 해 1박2일 동안 ‘건강’을 만끽하도록 만들었다. 이 상품의 가격은 34만원 선.송이버섯을 유난히 좋아하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 송이버섯 채취 투어’도 눈길을 끈다. 원나루여행사는 설악산 관광 후 강원도 송이버섯 산지에서 직접 채취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을 내놓아 호평을 받고 있다. 요금은 2박3일 일정에 2만9,000엔(29만원).중국, 대만의 한류열풍을 접목한 관광상품도 이채롭다. 국일여행사가 내놓은 ‘한류열풍 중심 드라마 촬영지 5일’ 상품의 경우 강원도 춘천, 속초 등 드라마 <가을동화 designtimesp=22982>와 <겨울연가 designtimesp=22983> 촬영지를 한꺼번에 도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지하철 체험과 서울 전통유적지 관광 등을 추가해 알찬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