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당합병' 2심도 징역 5년 구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열린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2심 결심공판에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사랑 받는 삼성이 될 수 있도록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하겠다. 제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했다.이 회장은 이날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혐의 관련 2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그동안 진행된 항소심 재판에서 제 자신과 회사 경영을 되돌아보고 성찰해왔다"며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 아닌가 자책하기는 했지만 기업가로서 사익을 추구하거나 투자자들을 속인다거나 하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을 준비하면서 올해 초 1심 판결을 선고받던 때가 떠올랐다. 3년이 넘는 오랜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사실 안도감 보다는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저에게 보내주신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마음 속 깊이 가졌다"고 했다.
이어 "전세계 곳곳에 여러 사업가들과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고 국내외 현장을 뛰는 여러 임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삼성의 미래를 그렸다"고도 했다.
이날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1심 선고 이후 10개월 만이다. 법조계에선 내년 2월쯤 항소심 선고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합병 당시 주주 반발로 합병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합병 찬성이 곧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을 기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판결은 앞으로 재벌기업 구조 개편과 회계처리 방향에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주도한 혐의를 받아 2020년 9월 기소됐다. 지난 2월 1심은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에 무죄를 선고했다.
다음은 이 회장의 최후진술 전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고법 판사님
올 한 해 동안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변호인과 피고인들에게 충분한 변론 기회를 주시고 양측의 주장을 사려 깊게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셨던 검사님들과 원만한 재판 진행을 위해 애써 주신 법원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최후 진술을 준비하면서 올해 초 1심 판결을 선고받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3년이 넘는 오랜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사실 안도감 보다는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삼성과 저에게 보내 주신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도 마음 속 깊이 다졌습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곳곳의 여러 사업가와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고 국내외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여러 임직원과 소통하면서 삼성의 미래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올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 다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간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다시 한번 제 자신과 회사 경영을 되돌아 보고 성찰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며 많은 시간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습니다.
이 사건 합병도 마찬가지입니다.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주주들께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는 결단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 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재판부께서 보시기에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온전히 제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평생 회사만을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고법 판사님
최근 들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걱정하십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어려움도 삼성은 이겨낼 것이라고 격려해 주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의 걱정과 응원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또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습니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기회를 주시고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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