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영씨티은행 자금담당 상무최근 종합주가지수가 크게 널뛰기를 하는 등 국내 경제에 불길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들의 국내 은행 방문도 심심찮다. 이 가운데 이들이 꼭 찾는 사람이 있다. 씨티은행의 이범영 자금담당 상무(44)가 그 주인공.이상무는 은행 안팎에서 환율, 금리 등 거시경제지표를 손바닥처럼 환히 꿰고 있다. IMF 같은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국제 헤지펀드와 관련된 거물급 외국인투자가들도 그에게서 수시로 자문을 얻어갈 정도다.“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외환시장은 사실상 개방된 상태입니다. 그동안 한국은행도 외환관리를 잘해 왔다고 봅니다. 현재 외국인투자가들이 대거 국내 자금시장에서 빠져나가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위기라고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이 때문에 그는 요즘 악성루머에 민감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느라 분주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지금처럼 상황이 안 좋을수록 오히려 좀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요즘 들어 부쩍 이른바 ‘원화의 국제화’를 주창하고 다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해외 자금시장에서 원화를 보유하는 은행이 하나둘씩 늘어날수록 근본적으로 환란의 위험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하다고 믿습니다. 최근 방한한 IMF 관리들에게도 ‘우리나라 경제를 쉽게 보지 말라’고 말했죠.요즘 주식이 바닥이라고들 말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증시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다고 생각합니다. 주가지수가 언제나 300~400에서 1,000~1,200선 사이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외국 금융계에 국내 경제상황을 이해시키는 국제통 역할과 함께 한국 정부에 자금동향에 관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IMF 환란 때 경제분석가로 정부기관에 수시로 불려 다녔던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제법 이름이 알려지면서 국내 거시경제지표에 이상기류가 생길 때마다 분석 전망을 내놓는 유명인이 되기도 했다.씨티은행에서만 20년간 잔뼈가 굵은 그의 공식 타이틀은 ‘컨트리 트레저러’(Country Treasurer). 씨티은행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활동 중인 씨티그룹 자회사들의 자금움직임을 파악하고 이를 운용하는 게 그의 고유 업무다. 입행 초기 외환딜러를 시작으로 기업금융, 자금운용 등에 이르기까지 자금과 관련된 분야는 빠짐없이 섭렵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고수해 온 원칙이 있다. 바로 ‘관계’(Relationship)다.“외환영업팀에서 11년간 활동하며 고객과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할 수 있는 서비스를 펼쳤습니다. 외부 고객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들과의 관계유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