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북한이 핵을 통해 미국과 ‘딜’ 하는 것을 보면 묘한 쾌감에 젖는다. 약소국이라면 약소국인 북한이 강대국 중 강대국인 미국과 ‘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용감무쌍하기도 하지만 밀리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요구할 거 다 하고 가끔씩은 놀리는 느낌까지 주는 걸 보면 북한의 외교관들이 남한의 외무부 관리들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재미있는 건, 정말로 북한에 핵이 있는지 혹은 그들에게 핵 개발의 의지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들은 있지도 않는 것을 가지고, 자신들이 (미국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악의 축’이라는 사실을 최대한 이용하여 ‘공갈포’를 날리고 있는 줄도 모른다.영화용어 중에 ‘맥거핀’이라는 단어가 있다. 서스펜스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발명한 용어인데, 간단히 말하면 이런 거다. 혹시 <사이코 designtimesp=23082>라는 영화의 샤워실 살인장면을 기억하는가? 광란에 가까운 살인이 끝나고 카메라는 서서히 움직여 탁자에 놓인 돈뭉치를 보여준다.이 장면만 얼핏 보면 마치 돈 때문에 살인이 일어난 것 같다. 하지만 샤워실 살인은 돈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며 히치콕은 그런 식으로 서스펜스를 배가시키고 있지도 않은 연결고리를 만들어 관객을 혼란시킨다. 여기서 그 돈뭉치가 바로, 히치콕식 용어법에 의하면 맥거핀이다.레슬링에 관한 시나리오를 주문받은 작가의 강박증적 상황을 그린 <바톤 핑크 designtimesp=23087>에서 감독인 코엔 형제는 히치콕의 방법을 꽤 훌륭하게 베끼고 인용한다. 모텔에 죽은 주인공 핑크. 옆방에 묵은 남자는 어느 상자를 주고 떠나는데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유명한 살인마였고 주특기는 ‘목 따기’다. 그렇다면 상자 안에는 사람의 목이 안절부절 못하지만 핑크는 도저히 상자를 열 용기가 없고, 상자는 끝내 열리지 않는다.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 상자와 킬러에 대한 스릴러였을까? 하지만 정작 영화는 그것과 거리가 멀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그저 이 영화는 강박증에 걸린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이야기다.이 영화가 북한 핵 정책과 무슨 관계냐고? 있는지, 없는지 (우리는) 알 수 없는 핵을 자신들의 외교정책 수단으로 사용하는 북한이나, (극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사물로 뭔가 있어 보이게 하는 히치콕의 맥거핀 전략이나 사실 그게 그거 아닐까?이 주의 문화행사베스트 뮤직컬&오페라사랑의 주제곡 모음11월4일(월)/오후 7시30분/세종문화회관 대극장/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B석 2만원뮤지컬과 오페라 곡 중 사랑에 관한 테마만을 엄선했다. 오케스트라 반주로 성악가들과 유명 뮤지컬 가수들이 사랑의 주제곡을 들려준다. 1부에서는 테너 신동호와 소프라노 이규도, 테너 김남두, 소프라노 이현정이 사랑을 테마로 한 오페라 아리아를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박상현)의 반주와 함께 선사한다.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designtimesp=23111> 중 ‘그대의 찬 손’ ‘내 이름은 미미’와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 designtimesp=23112> 중 사랑의 아리아를 노래한다.2부에서는 <오페라의 유령 designtimesp=23115>의 주인공들이 출연한다. 유령역의 윤영석과 크리스틴 역의 김소현, 라울 역의 류정한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designtimesp=23116>의 ‘All I ask of you’ ‘Think of me’를 들려준다.또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designtimesp=23119>의 ‘Tonight’ 등 사랑을 테마로 한 노래를 선보인다. 서울예술단 단원들은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designtimesp=23120>의 주요장면을 노래와 함께 재현할 계획이다. 장애예술인 후원이 이번 공연의 목적. (02-780-5054)헤이 걸! = 11월5일까지 바탕골소극장. 5명의 임신부가 유전자변형식품을 파는 공장에 대항하는 이야기. 육성반주와 합창의 아카펠라 뮤지컬. (02-765-5476)마술피리 = 11월6~9일 예술의전당.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designtimesp=23125>를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인다.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정치적 풍자와 신비스러운 이야기로 엮어져 있다. 오페라 음악의 교과서라는 평을 듣는 작품. (02-586-5282)진땀 흘리기 = 11월7~1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극단 쎄실의 창작극 시리즈 16번째 작품. 조선왕조 20대 임금 경종과 그의 통치시대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라는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쓴 연극. 우화의 작가 이강백의 신작. (02-1588-7890)Remediationg TV = 11월26일까지 일주 아트하우스. 일주 아트하우스 개관 2주년 미디어 아트 전시회. 다라 번바움, 바루흐 고틀립, 김세진, 임흥순 등 국내외 작가 12인 참가. (02-2002-7777)유근택 전 = 11월1일까지 동산방 화랑. 일상을 한국화로 풀어낸다. 장난감이 널려 있는 실내 광경을 통해 자연의 힘과 에너지를 발견하는 작가의 시각이 독특하다. (02-733-5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