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토산 풍부, 건강에 좋다는 점도 크게 어필...8월 시판 이후 매달 350만개씩 팔려

“니들이 게맛을 알아?”롯데리아가 지난 8월 초 첫선을 보인 크랩버거를 선전하는 광고카피다. 전파를 탄 지 두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유치원 꼬마부터 나이가 지긋한 노년층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올해 하반기 최고의 히트광고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광고의 인기만큼이나 실제 제품판매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출시 석달째를 맞고 있지만 매달 350만개 정도가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8월 롯데리아의 김치버거가 수립한 신제품 한 달 판매 신기록 200만개를 가볍게 뛰어넘는 대박인 셈이다.매출액으로 환산해도 월 90억원을 상회할 정도로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허재필 롯데리아 마케팅실 C/S팀장은 “당초 단일품목 최고판매기록이 월 200만개였기 때문에 350만개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면서 “최근 햄버거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고 강조했다.크랩버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불고기 등 육류 대신 게살을 주원료로 사용했다. 전체 내용물 가운데 게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이를 정도로 높다. 특히 크랩 패티(Crab Patty)와 크랩소스, 화이트소스로 게살의 담백한 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주요고객은 당초 10~20대를 타깃으로 했지만 막상 제품이 나오자 예상외로 30대도 많이 사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이상으로 소비층이 넓어지면서 수요를 늘리는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처음부터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접근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가격을 기존 롯데리아의 햄버거 가운데 가장 비싼 2,600원으로 잡았고, 키토산이 풍부한 기능성 햄버거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히트비결도 제품의 컨셉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외식문화가 발전하면서 고급식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적절히 공략해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실 랍스터나 대게, 꽃게 등은 고급 이미지가 풀풀 풍기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런 게살을햄버거의 재료로 끌어들여 제품 이미지를 한껏 끌어올렸다. 자연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부추기면서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한 것이다.건강을 유독 강조한 점도 큰 인기를 끄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게에는 키토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요층이 30대 이상으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일반 육식고기가 아닌 게라는 해산물을 사용했다는 점도 비만을 염려하는 패스트푸드 이용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단일 품목으로 월 매출 90억 돌파그야말로 대박으로 표현되는 CF의 인기는 크랩버거의 인기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크랩버거만의 장점이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사이 방송전파를 탄 CF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상승작용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롯데리아측의 설명이다.특히 어린이들 사이에 광고카피가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제품홍보도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CF 제작을 담당했던 대홍기획측은 “광고만 인기를 끌고 정작 제품의 판매는 부진한 경우도 있는데 크랩버거는 광고와 제품이 동시에 공전의 히트를 친 경우”라고 말했다.지금이야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지만 당초 크랩버거는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할 뻔했다. 당초 상품개발팀은 크랩버거보다 디저트 메뉴인 크랩스틱 쪽에 무게를 두고 일을 추진했다. 부유층의 전유물이던 랍스터와 대게 등이 일반 서민들도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했지만 원료수급상의 문제로 버거를 만들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했다.하지만 실무회의 때 신제품을 시식하면서 크랩버거가 경쟁사와의 차별화에 좋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고, 맛 역시 뛰어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결국 회사측은 지난해 하반기 신제품으로 크랩버거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준비에 들어갔다.원료수급 문제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여러 곳을 수소문하고 다녔지만 국내 물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게다가 게의 경우 연중 계속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금어기가 있어 공급에 어려움이 따르고 단가 역시 당초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이대로 아이디어를 멈출 것인가 고민하던 시기에 부족한 물량을 베트남과 태국에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국내산과 외국산 게살을 섞어 원료테스트를 했지만 연육의 양과 게살 비율을 조절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게살은 가열하고 나면 무르기 때문에 조직감을 살리기가 무척 어려웠다. 게살도 무턱대고 넣으면 성형이 되지 않아 적정 비율을 찾는 배합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야 했다.크랩버거에 맞는 고유의 소스를 만드는 작업도 간단치 않았다. 각종 소스를 만들어 실험을 거듭했고, 시식도 수백번이나 했다. 상품개발팀 팀원 모두 살이 많이 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먹고 또 먹었다. 이렇게 해서 화이트소스와 크랩소스로 만든 크랩버거가 탄생했다. 6개월이 넘는 오랜 산고를 거쳐 빛을 보게 됐던 것이다.허재필 마케팅실 C/S팀장은 “지금의 크랩버거에 만족하지 않고 소비자들의 의견을 십분 반영해 씹히는 맛이 강화되고, 게살맛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버거를 만드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