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이달 초 발간된 미국 정부 보고서에서 미국이 WTO를 강하게 비판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WTO 체제의 종언을 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3일 공개된 ‘2024년 연례 보고 및 2025년 무역정책 아젠다’ 보고서(2025 Trade Policy agenda and 2024 annual report)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WTO가 길을 잃었다’(has lost its way)고 평가했다.

USTR은 미국의 무역, 통상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기관으로, 국제통상 교섭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 정부 기관이다.
USTR은 보고서에서 “WTO의 계속된 시스템적 실패와 특정 회원국의 비타협적인 태도는 미국이 WTO 창설 당시 구상한 회원국의 생활 수준 향상, 완전 고용, 경제 성장과 개발 촉진 등의 혜택을 실현하지 못하게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WTO의 문제점으로 ▲불공정 무역 제거 실패 ▲비시장 정책 및 관행 성행 ▲회원국 간 규정 이행 관리 실패 ▲체제 개선 실패 ▲협상력 상실 등을 꼽았다.

특히 보고서는 ‘중국과의 불공정하고 파괴적인 경쟁에 직면한 여러 회원국은 WTO의 감시 및 분쟁 해결 기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WTO는 구제책 모색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이 WTO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한 적은 많았으나, WTO 체제 자체의 실패를 거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창설 30주년을 맞은 WTO는 보호무역주의 체제 종식의 상징이자,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 체제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더욱 강경한 관세 및 무역 정책을 펼치면서, 미국이 사실상 WTO 체제를 무력화하고 보호무역 시대로 회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최근 캐나다와 중국이 미국을 WTO에 제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실효성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대표들에게 “모두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 달간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지만, 결국은 관세를 부과하게 될 것이니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어 NYT는 "빅3 자동차 메이커 수장들은 이제 더 이상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고송희 인턴기자 kosh11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