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도 못 흔든 ‘2000원 핫도그’… 판매 신기록 썼다
코스트코 대표 푸드 상품인 1.5달러(약 2,000원) 핫도그 세트가 판매량 신기록을 세웠다.

USA투데이는 “핫도그·음료 세트가 40주년을 맞아 올해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렸다”며 “코스트코는 2025 회계연도에 2억 4,500만 개 이상을 판매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몇 년간 미국 외식물가는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았다. 토스트(Toast)의 10월 가격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내 햄버거 가격은 전년 대비 3.2% 오른 14.53달러(약 2만 1,372원), 부리토는 3.3% 오른 13.43달러(1만 9,754원)로 나타났다. 반면, 코스트코는 소고기 핫도그와 무제한 음료 리필을 제공하는 ‘핫도그 세트’ 가격을 40년 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USA투데이는 “핫도그 세트가 물가상승률을 그대로 따랐다면, 당시 1.5달러였던 세트는 오늘날 4.62달러로 세 배 이상 비싸 졌을 것”이라며 “트레이터 조의 19센트짜리 바나나 같은 상징적 저가 품목도 결국 시장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코스트코 핫도그는 가격을 지켜낸 거의 유일한 사례”라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이 핫도그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분석한다. 높은 물가 인상 속에서 ‘가성비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준다는 설명이다. 글로벌데이터 리테일의 닐 손더스 전무이사는 “핫도그는 이제 코스트코가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핫도그 가격은 겉보기에는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저렴한 핫도그를 이유로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이 더 많은 쇼핑을 하게 되고, 결국 코스트코의 실적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제 뉴스 사이트 모닝 브루에 따르면 코스트코 회원들은 매장에서 분당 약 1.75달러를 소비하며, 시장조사회사 칸타는 코스트코의 미국 내 매출이 분당 53만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칸타의 레이첼 달튼 소매업체 인사이트 책임자는 “핫도그의 저렴한 가격이 고객 충성도를 극대화하고, 그 충성도는 회원비로 측정된다”며 “이것이 바로 코스트코의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칸타 데이터에 따르면, 코스트코 회원의 95%가 회원권 갱신 의사를 밝혔다.

이 핫도그는 세대를 아우르는 상징이 됐다. 280만 팔로워를 보유한 플로리다의 크리에이터 AJ 베푸모는 “모든 물가가 오르는 시대에 1.5달러로 음료까지 포함된 핫도그를 사는 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일”이라며 “20년 전에도, 지금도 가격이 그대로”라고 말했다.

코스트코 핫도그의 역사는 1985년 오리건주 포틀랜드 매장 앞 간이 카트에서 시작됐다. 코스트코 푸드코트의 초기 이름인 ‘카페 150’ 역시 1.5달러짜리 콤보 가격을 기념해 붙여진 것이다. 전 크레이그 젤리넥 최고경영자(CEO)의 일화에 따르면, 그가 창업자 짐 시네갈에게 핫도그 가격 인상을 제안했을 때 그는 “가격 올리면 죽여버릴 거야. 어떻게든 해결해”라고 답했다.

젤리넥은 이후 외부 공급을 중단하고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자체 생산을 시작했으며, 일리노이주 생산 라인을 확장하며 해결책을 확보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격을 1.5달러로 유지하고, 공정한 수익을 얻을 만큼 충분한 마진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트코의 즐거움’의 저자 데이비드 슈워츠는 “코스트코 핫도그 가격은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사가 존재하는 한 1.5달러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가격은 이제 단순한 메뉴가 아니라, 브랜드의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