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 우리 등 다른 시중은행, 금리 높고 조건 까다로워 여전히 '그림의 떡'
서울 충정로에서 10평 남짓한 식당을 2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현아씨(27ㆍ가명).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는 50만원을 내고 있다. 최근 김씨는 규모를 키워 다른 곳으로 이전할 생각을 갖고 있다.예상되는 추가비용은 6,000만원 정도. 이중 3,000만원은 부모님의 도움으로 해결할 생각이지만 나머지 3,000만원을 구하기는 막막하다. 대출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방법은 잘 몰랐지만 일단 담보를 제공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앞섰다. 또한 보증인을 세우는 것도 부담이 되는 터였다. 김씨는 과연 신용대출로 얼마나 빌릴 수 있을까.김씨가 대출상담을 받기 위해 먼저 찾은 곳은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의 지점. 자영업자라서 대출을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증 사본과 소득금액증명원 등의 서류가 필요했다. 세무서에서 이들 서류를 발급받아 은행을 찾은 김씨에게 대출전담 직원은 난색을 표했다. 대출을 받는 데 있어 중요한 판단지침이 될 소득이 너무 적다는 것. 서류에는 김씨의 지난해 소득이 불과 554만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자영업자들은 소득을 낮게 신고하는 경향이 커요. 이 금액으로 대출을 해드리자니 너무 적게 나올 게 뻔하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이만큼 번다’는 본인의 주장을 100% 믿을 수도 없죠. 본점에 올려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3,000만원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대출전담 직원의 말이다. 직원이 건네는 서류에 소득금액과 재산상황, 타 금융권의 대출상황 등을 기재한 김씨는 후에 300만원을 연 14%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하지만 김씨가 ‘자영업자 우대 대출상품’을 이용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업은행의 자영업자 대상 신용대출 전용상품인 ‘Fine 한가족 신용대출’은 아직까지는 가장 널리 알려진 자영업자 우대상품이다.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세무서 등에 신고가 된 소득금액보다는 ‘자금이 왜 필요한지’라는 것. 이 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세금을 줄이려고 소득을 누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상품”이라며 “직원이 직접 매장을 방문하기 때문에 얼마나 버는지, 어디에 자금을 쓸지를 비교적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김씨의 점포를 방문한 기업은행 직원은 “대출을 받으려는 의도가 분명하고, 자금력 있는 부모님의 보증까지 가능한 경우라 최고한도인 3,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총 1조원 규모로 오는 12월까지 한시 판매되는 이 상품을 이용한 자영업자는 지금까지 모두 1만명 수준.금액으로는 2,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대출자격은 영업점 인근에서 1년 이상 영업한 개인사업자로, 별도의 담보 없이 3,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도 최저 9.5%에서 11.5%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기업은행을 제외하곤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김씨는 우리은행에 이어 조흥은행 지점을 찾았다. 이곳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비록 조흥은행과 거래한 적이 없어도 신용대출은 가능하리라는 직원의 설명에 안심했던 김씨는 소득금액증명원을 본 직원의 “잘해야 200만~300만원에 불과할 것”이라는 말에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직원은 “대출을 결정하는 데 고려하는 요소는 30가지가 넘는다”며 “대출을 효과적으로 받으려면 주거래은행을 선정해 계좌간 자동이체, 인터넷뱅킹, CD기 이용 등 이용 가능한 서비스는 최대한 받아 우량고객이란 인식을 심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충고도 덧붙인다.소상공인지원센터 이용도 ‘바람직’마지막으로 찾은 국민은행 지점에서는 “대출 가능 금액은 500만원”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주거래은행보다 오히려 200만원이 많지만 금리는 16%대로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김씨의 사례에서 보듯 시중은행은 자영업자에게는 여전히 ‘너무 높은 문’이다. 소득을 정확히 측정하지 않고 세무서에도 대개 실제 버는 돈보다 낮게 신고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이 따랐던 것.업계 관계자는 “요즘 ‘가계대출’이 문제가 되면서 은행의 대출심사도 한층 엄격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자영업자의 경우 정확히 얼마를 버는지 가늠하기 어렵고 부도율 산정도 어려워 봉급자에 비해 대출이 힘들다”고 귀띔한다.김씨와 같이 임대보증금보다 오히려 소득금액이 낮은 경우 상호저축은행을 이용하는 편이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성남의 토마토저축은행은 최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일수 및 월수 대출이 가능한 ‘토마토론’을 최근 출시했다.일수는 원리금을 매일 갚는 방식이고, 월수는 다달이 갚는 방식이다. 신용대출 형태인 이 상품을 통해 최저 30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자영업의 특징을 고려, 영업사원이 직접 방문해 대출심사를 한다.김씨의 사례를 심사한 이 저축은행의 영업사원은 “대출 가능 금액은 연 22% 금리로 보증금의 80% 수준인 800만원”이라며 “식당을 한 지 2년이나 됐고, 타 금융기관에서의 대출도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많이 받는 편”이라고 설명한다. 단 이곳에서 500만원이 넘는 대출을 받을 때는 보증인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직계가족도 보증인이 될 수 있어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고 부연한다.한편 사치 및 유흥업종이 아니라면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소상공인 창업 및 경영자금’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대출을 받는 한 방법이다. 연 5.9%로 최고 5,000만원까지 5년간 소상공인에게 대출하는 이 제도는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나 이미 창업해 영업하고 있는 자영업자 모두에게 적용된다.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추천신청서 및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한 후 평가를 받고 일정 점수 이상을 얻으면 되고, 방법은 부동산담보, 신용보증서, 연대보증 등 다양하다.단점은 매년 초 설정되는 2,500억원이 일찍 소진되기 때문에 대출을 원하는 사람은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것. 올해는 지난 1월 말부터 접수를 시작했는데 4월 말에 자금이 동났을 정도다. 모두 1만9,347건이 추천을 받아 자영업자 1인당 1,300여만원을 지원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