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하 두산)은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지난 2월 한전에서 발주한 당진 5, 6호기 화력발전소 공개입찰에서 BHK 및 MHI 컨소시움을 제치고 계약자로 선정됐다. 안영근 의원측에 따르면 당시 두산은 2,131억원(설치비 제외시 1,708억원)을 써내 각각 2,189억원과 2,905억원을 써낸 BHK 및 MHI 컨소시움을 따돌렸다.당시 한전은 이 발전소의 예산으로 2,700억원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한전은 500억원 이상을 아낀 셈이다. 그럼에도 국회에서 논란이 됐던 것은 이 가격이 지난 97년 삼성중공업이 발주받았던 동급 화력발전소 태안 5, 6호기(보일러)의 636억원(설치비 제외)보다 2.7배 정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삼성이 수준한 당시에는 발전사업이 자유경쟁기(96~98년)여서 두산중공업(당시 한국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중공업 등 4개사가 경합을 벌였다. 이때 가장 낮은 가격인 636억원을 써낸 삼성이 낙찰자로 지목됐고, 1,237억원, 960억원, 836억원의 입찰서를 낸 대우, 두산, 현대는 떨어졌다. 하지만 이를 따낸 삼성은 99년 11월 정부가 마련한 국내 수화력 발전설비사업의 두산중공업 일원화조치에 따라 사업을 두산에 넘기고 말았다.그러면 636억원에 불과했던 500㎿급 화력발전소 2기의 설비비용이 5년 만에 1,708억원(설치비 제외, 부가세 포함)으로 껑충 뛴 이유는 무엇일까. 발전설비비용(500㎿급 보일러 기준)은 90년에서 95년까지 1,600억~1,900억원대에서 97년 6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는 추세다.(표참조)이와 관련, 한전측은 당진발전소를 5년 전인 태안발전소 설비 기준으로 금액을 환산하면 1,194억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한전·두산 추가비용 계산 크게 달라이는 당진발전소에는 태안에 없었던 추가 설비비 외에 환율 및 물가상승분 등 495억원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한전측은 삼성이 태안발전소사업을 두산에 넘기면서 맺은 양수금액 1,370억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175억원이 싸다고 반박하고 있다.한전 관계자는 “당시 삼성이 수주한 636억원은 실제 원가보다 30~40% 정도 싼 값이어서 그후 두산에는 실제 원가를 반영한 1,370억원에 사업권을 양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두산측 계산법에 따르면 추가 비용증가폭이 한전의 두 배를 넘는다. 두산중공업 최영천 상무는 “당진 5, 6호기는 태안 5, 6호기 때보다 추가 설비 760억원 등 1,167억원의 비용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즉 ‘이유 있는’ 증가분을 제외하면 태안화력 때나 발전설비비용이 거의 마찬가지 수준이거나 적은 금액이라는 게 두산측의 얘기다.하지만 이 두 회사의 설명에는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첫째, 한전과 두산이 계약당사자들로 이미 계약서에 서명을 했음에도 당진발전설비 수주금액이 ‘왜 제각각이냐’ 하는 것이다. 안영근 의원측이 한전 모부서(A)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두산은 2,131억원에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따라서 발전설비금액은 이중 설치 시공비 423억원을 뺀 1,708억원이 나온다. 하지만 한전의 또 다른 부서(B)는 발전설비금액을 1,689억원으로 명기해 두부서간 19억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두산측은 수주금액이 2,108억원이라고 밝혔다.둘째, 삼성의 태안발전설비 정산금액과 관련, 설비사업을 넘긴 삼성이나 인계받은 두산, 발주처인 한전 등 세 곳에서 제시하는 금액은 물론 서로의 주장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우선 삼성 관계자는 “당시 계약금액이 수익은 나지 않더라도 적어도 손해를 보는 수준은 아니었다”며 “다만 두산중공업측은 내부의 원가율을 들이대며 우리측의 계약금액이 터무니없는 저가라고 주장했었다”고 전했다.그러나 이 관계자는 “(한전 말대로) 1,370억원으로 정산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만 태안건에 대해 한정하지 않고 발전사업권 전체를 넘기는 데 따른 총체적인 비용을 계산해 오히려 정산 받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두산측도 (한전 얘기대로) 1,370억원으로 사업양수도 계약을 맺지는 않았다고 밝혔다.따라서 당진화력발전설비 비용이 태안보다 170억원 정도 싸다는 한전측 주장의 근거는 일단 설득력을 잃는다. 이쯤 되자 한전측은 “두산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한 것일 뿐”이라며 한발 뺐다.두산측은 삼성으로부터 태안발전사업을 넘겨받아 최종 확정한 계약금액이 735억원(부가세 미포함)으로 오히려 493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이에 삼성으로부터 360여억원의 정산금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삼성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셋째, 현 당진발전설비 금액을 5년 전 태안설비 기준으로 계산한 가격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한전은 두산이 낙찰받은 당진발전설비 가격을 태안 때와 단순 비교한 값으로 1,194억원을 제시하고 있다.이는 현 당진계약금 1,689억원에서 운송비 및 보험료 32억여원, 추가설치비용 191억여원, 환율상승 및 물가상승분 270억여원 등 495억여원을 뺀 수치다.삼성, ‘태안 5·6호기 추가지급액 없다’ 주장이에 비해 두산측은 한전보다 많은 1,167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었다고 밝혀 이를 제외한 금액은 941억원임을 드러냈다. 이 수치는 한전과 253억원의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두산측이 태안발전설비를 정산하면서 주장한 적정예상원가 1,200여억원(손익분기)보다도 낮은 가격이다.결국 두산은 이번에 발전설비부문에서 적자를 보고 수주했다는 얘기가 된다. 재계는 한전 및 두산이 당진계약금액이 적정하다는 가정하에 5년 전으로 역산출하다 보니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예컨대 이를 97년 당시 두산이 태안발전 입찰에 제시했던 가격을 기준으로 올라가면 현재의 당진화력발전은 1,375억원으로 설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와 비교하면 300여억원 이상이 비싸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눈길을 끄는 것은 두산중공업이 500㎿급 화력발전설비(2기)를 1,600억원 이상으로 수주하던 95년 이전으로 당기순이익이 1,000억원대를 넘는 튼튼한 회사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회 및 재계 일각에서는 민영기업 두산이 발전사업 부문의 독점이익을 점차 늘려가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두산중공업은 지난 95년 매출 2조1,963억원, 순익 1,733억원을 올렸지만 96년 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순익이 떨어지다 2000년 12월 민영화된 이후 매출 및 순익이 나아지고 있다.(표참조) 특히 발전설비 부문의 매출에 따른 영업이익은 지난 97년 1,412억원(발전 부문 매출 1조6,843억원)에서 98년 299억원(1조1,814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가 99년 455억원(1조549억원)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따라서 재계는 두산중공업이 발전사업 부문의 매출성장세에 따라 영업이익은 물론 당기순이익이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에 대해 한전측은 “당진 5, 6호기는 국내 최초로 국제경쟁에 부쳐져 치열한 경쟁에 따라 국제시세를 반영한 매우 경제적인 수준으로 입찰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후속 프로젝트 보일러 구매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두산 최영천 상무도 “이미 96년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발효에 따라 해외 발전설비업체의 국내시장 참여가 자유로운 상태”이라며 “지난 2월 발주된 당진 5, 6호기의 경우 두산이 일본의 미쓰비시, 히타치 등 국내시장 진입을 도모하는 해외 유수의 발전설비업체와 치열한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수주한 공사인 만큼 발전설비 빅딜 및 민영화로 발전설비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용어설명 화력발전(보일러)석탄 등을 보일러에서 연소시켜 물을 증기로 만들고 이것으로 터빈을 회전시켜 터빈과 연결된 발전기에서 전기를 생산한다. 보일러 높이가 100여미터 이상을 넘는 등 규모가 커 보일러방식의 발전설비는 가스터빈 방식보다 설비금액이 두배 가까이 된다.지난 2월 한전이 발주한 당진 5,6호기 화력발전은 가스터빈 방식의 경우 800억원에 불과했지만 보일러방식은 1,708억원으로 설비비용이 두 배를 넘었다. 요즘 설치되는 보일러는 강제순환 보일러와 관류보일러 방식중 하나다. 70년대 까지는 자연순환 방식의 보일러를 주로 사용해왔다.